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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놓고 보니 하와이 푸드코트 시장조사 나온 사람처럼 푸드코트를 먹으러 다녔네?  갤러리아 면세점 앞에서 투어버스를 하차하고 그 길로 걸었다. International Markket Place란 큰 몰이 하나 나오는데 그 옆에 푸드코트 봐 둔 게 있었다. 내가 아니라 어느 틈에 케군이 알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온갖 음식점을 훑고 머릿속에 먹고 싶은데 깃발을 훅훅훅 꽂아놨더라 ㅋㅋㅋ 초능력 수준이다.

여기도 분위기 너무 힙하고 좋았다. 항상 붐비는 모양인데 운 좋게 자리가 있었다. 하루는 피자를 보자마자 소세지 피자!! 고민도 없이 시켰다.

정식 메뉴는 페퍼로니 슬라이스 9불.
딱 한 장 남아서 빨리 사 달라고 아주 급함. 한 조각인데 자른 자국이 4등분이라 깜짝 놀랐다. ㅎㅎ 거대함. 케군도 여기서 따끈하게 나온 피자를 시켰다. 하루 피자는 아쉽게도 한참 손님을 기다렸는지 딱딱하게 식었었다. 한 입 먹고 골판지 씹는 맛에 확 실망을 했다. 애가 하필이면 이런 맛 대가리 없는 걸 먹게 돼서 다른 거라도 사 줄까 속상했는데
-엄마, 이거 너무 맛있어…
라는 게 아닌가.
-박스처럼 딱딱한데 맛있다고?
-그 씹는 맛이 너무 좋은데? 과자 같고 너무 맛있어.
정말 애들의 맛있다는 기준은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야. 그래… 돼…됐다.

cafe waikiki라는 곳에서 아사히 볼을 시켰다. 들어가는 게 많아서 한 그릇 나오는데 10분 넘게 기다렸다. 자리에 돌아오니 케군 피자는 이미 없었다. 맛 좀 보고 싶었는데 (사진도 못 찍음) 여보짱건 맛 어땠어? 물으니 도우가 너무 푹신하고 치즈도 진하고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었댄다. 그래… 돼… 됐다.

그리고 정체 모를 라이스 플레이트를 시켰다.

왼: 라이스 플레이트 오: 아사히 볼

라이스 플레이트는  카레 같은 색 밥에 가지, 애호박, 치킨, 요거트, 파프리카 가루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을 조합이었는데 한 입 먹은 케군이 우마!!! 맛있다고 소리쳤다. 나도 한입 먹고 우마!!! 소리쳤다.

동남아 요리처럼 보이는데 맨 위에 요거트가 올라가서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리스 요리였다.
Choice of Beef & Lamb, Chicken or Falafel served on a bed of basmati rice with roasted cauliflower Zuccini eggplant and tzaziki sauce. 라는 설명이 있었다. (메뉴판에 쓰여 있었음)
나는 양고기 말고 치킨을 시켜보았다. Falafel 팔라펠이 당시 뭔지 몰랐지만 분명 비건 음식일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프→ 치킨 다음에 더 칼로리 없고 다 뺀 느낌이 올 거란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팔라펠은 병아리 콩을 으깨 만든 단백질 종류였다. basmati rice라는 게 저런 뾰족한 쌀이구나. 밥을 깔았다고 할 때 on a bed of라고 쓰는구나. 밥 침대 위에 ㅋㅋㅋㅋ 마지막 tzaziki sauce 저거다. 저게 정말 맘에 들었다! 한국어로 검색은 차지키라고 하니까 나왔다. 그릭 요거트에 오이, 마늘, 허브, 식초를 섞어 만드는 그리스의 쌈장쯤 되는 녀석이라고 한다. 그리스 요리도 처음이고 차지키도 처음이었다. 내 스탈 그리스 요리 소스를 발견해써..

아사히 볼은 신선하고 상큼한 포도 슬러쉬에 과일 얹은 느낌. 일본 카페에도 사실 워낙 많이 팔아서 익숙한 맛이었다. 본 고장은 뭔가 다를까 해서 먹어 봤는데.. 가격만 달랐다. 한 그릇에 14불..

케군이 부탁한 맥주를 사러 갔다. 여자 바텐더가 남자 손님이랑 이야기 중이었다.
-캐나이 게러 드래프트 비어? (술도 세나? a가 붙나? 컵 오브 커피 해야 되나? 술잔은..머지? )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입으로 문장이 나왔고 바텐더는 그딴 건 다 필요 없다는 듯. 슈어~ 환영해 줬다. 그리고 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무례함을 얼버무리듯
-How old are you? 투애니투?
라는 게 아닌가. 퍼퍼퍼펑! (폭죽 발사)
내 안의 세포들 일동 기립박수
-Me? 뽀리투.
그러자 바텐더와 남자가 동시에 No way!!!! 소리를 지르며 날 째려봤다. 장난스럽고 오버스런 리액션이 마치 내가 미드 안에 있는 것 같아 얼마나 재밌었게요.
누가 마실 거냐는 질문에 내가 가족들이 있는 테이블을 가르쳤더니 애 엄마가 확실해 보였는지 신분증 검사도 없이 술을 따라주었다.

투애니투로 보인 애 엄마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하루 손을 잡고 통통 뛰어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하루는 미끄럼틀을 엔드레스로 타고 덕분에 우린 인피니티 풀장 (어른 전용)에 단 한 번도 못 갔다. ㅎㅎ 그래도 애가 좋아하니 걍 눈이 불러. 마음이 불러. 부족함이 없어진다.

씻고 잠깐 쉬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오른쪽에서 와서
왼쪽으로 가심

저녁에는 유명하다는 아라모아나 쇼핑몰에서 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ANA 마일리지 클럽 회원 가입을 하고 ANA로 하와이에 왔다면 아라모아나까지 무료로 왔다 갔다 하는 ANA파란 버스를 무료 이용할 수 있었다.

열심히 어플을 열어 확인시켜주려고 했는데 운전수가 웃으면서 보는 둥 마는 둥 어서 타라고 손짓했다. 일본인이 이런 걸 속이며 몰래 타는 걸 본 적 없다는 듯한 무언의 대화. 가끔 외국 가면 외국인에게서 일본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져서 부러울 때가 있다. 질서 잘 지키고 속임수 쓰지 않고 화내지 않는 관광객.

알라모아나 쇼핑몰은 워낙 오래되었고 크고 유명했는데 쇼핑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푸드코트는 가 봤던 곳 중 최악이었다. 정신없고 낡았고 군데군데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고 사람이 미어터졌다. 음식은 많았지만 어디나 줄이 너무 길었다. 조명이 그저 그래서 음식들도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라멘을 하나 시켰고 나는 사실 멕시칸 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줄이 긴 데다가 어느 커플이 잘못된 주문을 캔슬하려는지 트러블이 생긴 걸 보고 포기했다.

그래서 괌에서 먹었던 찰리스로.

믿고 먹는 맛이죠. 나도 조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케군에게 여긴 악몽이었다. 음식을 사서 돌아온 케군이 자리에 앉으며 절망했다.
-여기는… 술 안 판대.. 알콜 금지래.
뭐!??!! 여보야… 괜찮아?
-아니… (투툭… 뭔가가 떨어지는 환청이 들림)
그는 어서 나가고 싶어서 음식을 마셨다. ㅋㅋㅋ

다른 힙하고 맛있는 푸드코트가 넘쳐나니 알라모아나 푸드코트는 안 가도 좋을 거 같다. 거기에만 파는 뭔가가 있지 않는 한..

쉐라톤 와이키키의 빨래실을 이용해 봤다. 카드기 감지능력이 떨어져서 몇 번을 긁어야 했다. 한 번은 빠르게 쓩! 한 번은 느리게 슈우우욱. 한 번은 노멀하게 샥. 한 번은 중간에 멈췄다가 슈윽 슥. 마지막엔 짜증 나서 으아아악 샤샥샥샥. 정답이 뭔지 모르겠지만 성공했다.

어제 피자 사고받은 티라미수를 야식으로 먹고 방에 있던 커피 메이커를 연구하기 시작.

이 처음 보는 녀석은 어디에 물을 넣고 어디에 커피백을 설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섣부르게 해 봤다가 아까운 코나 커피를 하나 날렸다.
호텔 프런트로 가서 천천히 대화를 시도해 봤다. 내가 말하는 도중에 직원은 목적을 알아들었는데 영어 초심자의 끝까지 문장을 맺고 싶어 하는 눈빛을 읽으셨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들어주셨다.
I tried to make a coffee in my room with this machine. But I think that way was wrong. Could you tell me how to use this machine. Where is the room to enter water of coffee?
이렇게 긴 말을 끝까지 들어주더라니깐. 후후후후.  이 공짜 컨버세이션 찬스를 나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
직원분도 정확히는 모르시는지 인터넷을 막 쳐서 아마 이럴 거라며 알려주셨다. I will try that.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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