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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어 공부 근황 포스팅.
올해 성과도 느껴볼 겸 정리해 보기로 합니다.
먼저 2021년 4월 온라인 영어 레슨 등록을 시작으로 난데없는 영어 공부가 스타트!!
2021년 12월에는 노바 영어 회화 (face to face) 학원을 등록. 2022년 12월에 영어 공부 이력 1년 8개월째. 그리고 회화 학원 (한 달에 한번 꼴로 그룹레슨) 1년째가 되었다.
노바 등록할 때 테스트에서 5~9 중에 6 레벨을 인정받았는데 어느 날 같은 그룹이던 아주머니께서 “영어 엄청 잘하는데 윗반으로 가 봐요~ “ 하셨다. 아 내가 너무 질문을 독차지했나… 날 치우시려는 건가 했는데  ”레벨이 올라가도 아래 레벨 수업은 다 들을 수 있어요. 게다가 아래 레벨 수업 들으면 시간당 수업이 싸요! “
므악! 이런 꿀팁!!! 몰랐습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사실 나는 레벨 6 교재 내용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 책에도 모르는 표현이 너무 많고 리스닝 부분에서는 매번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자주 예약하는 캐네디언 튜터가 수업 끝나고 하는 질문을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었다.
What does mean? 와뤼류루라우????방금 말한 그 와뤼류루라우??????
인디언 암호 같이 따라 하자 튜터가 막 배를 잡고 웃다가 천천히 말해줬다.
What will you do now?
와오 와뤼류루라우? 오케이~~~
원어민 발음은 단어들이 다 무너지며 그냥 개 빠르다. 그냥 요들송 아니냐고.

한 번은 mediocre (보통임 별로임) 이란 단어를 배우는데 ‘미디오커’라고 발음을 하더군. 그래서 어디 여기에 커가 있냐고 물었더니 따졌더니. 이건 그렇다고 한다. 알 수 없어….
한 번은 It might’ve been 이 들어가는 문장을 배울 때 캐네디언 튜터한테 방금 ‘잇 마이 터브 빈’ 마이터! 터. 터.라고 했지? might’ve의 t다음은 모음이 없고 v가 나오는데 트브가 아니라 터브라고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따졌더니.
“내가 … 그랬어?”
자기도 몰랐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모르고 하는 거냐고 묻고 또 물었다. 이론상으로 그게 왜 그 소리가 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뭐… 모국어의 원리를 젤 모르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아니까 나도. 그 느낌 아니까~)
이런 발견들이 재밌긴 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이 두렵기도 하다. 얼마나 더 많겠어….

결정적으로 이케부꾸로에서 미국 출신 튜터의 수업을 듣던 날. 너무 못 알아들어서 뭐라고요? 한 번 더… 그게 무슨 말이죠? 미안한데 잘 못 알아… 이 말을 무한 반복했었다… 답답하셨는지 종이에 써 주시는데 recently였다. 그냥 리센틀리였다고??? 내가 이걸 못 알아 들어따고? 그리고 두 번째는 extremely였다. 그냥 저거라고?? 흑인 튜터분이라 어떤 감정이신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서 (어딘가... 화난 거 같았음ㅠㅠ) 다시 물을 때마다 쫄았다. 아니.. 리센틀리에 t가 없어.. 리슨읔리(중간에 뭔가 삼킴) 익스트리믈리에 t가 실종됐어. 익스트륌읔리(중간 중간 뭘 삼킴) t를 먹고 있는 건가. 맛있나. 먹지 말고 밖으로 뱉으라. 알던 말 못 알아먹고 집에 가는 길 완전 황망함… 미국 찐 영어는 이런 넘사벽이란 것을 절감하고.. 사무실 직원이 레벨 업 테스트받아 보시라는 말에도 아유.. 제가 무슨…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같은 그룹 아주머니의 말에 갑자기 솔깃해졌다. 그래~ 테스트를 턱걸이로 통과하더라도 레벨 7을 받고 아래 수업을 들으면 돈이 굳잖아. 자잘한 포인트들 모아서 또 수업 들을 수 있다는 말!! 해 보자!

그 길로 사무직원에게 레벨 테스트 예약을 하러 갔더니
-어머~ 잘 생각하셨어요.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레벨테스트 추천을 하셨네요.
(오 그런 기록을 주고받았구나 몰랐네~ 노바 서비스 세심해서 대만족..)
-누!! 누구요? 어떤 선생님이 추천했어요???
물었다. 의외로… 그중에 그 흑인 미국 튜터가!! 헉스! 이런 미국 츤데레! 뭐지.. 못 알아들은 기억밖에 없는데 수업도 한 번 밖에 안 들어 봤는데 날 추천하다니. 뭐지!!!! 내가 그나마 알아들은 학생인가? ㅋㅋㅋㅋ 매우 당황둥절했지만 덕분에 확실히 레벨 업에 도전할 자신감이 생겼다. 예약하고 2주일 그 시간을 기다리는데 하아.. 너무 떨리는 거시다. 긴장감에 일상생활 불가능할 정도..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ㅋㅋㅋ 이렇게 긴장해 보긴 또 오랜만이야. 빨리 해 치우고 싶은 마음 반, 영원히 그날이 안 오길 바라는 맘 반. 빅딜을 앞둔 떨림이 아.. 미치.. 너무 스투뤠쓰였다. 그리고 9월 말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레벨 테스트를 받기 위해 회화 학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막상 시작되니 떨리던 마음도 진정이 됐다. 맞아. 스트레스받는 일은 대부분 빨리 해 치우는 게 상책이다. 자연스레 회화를 진행해 주시고 리스닝 테스트로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5부터 9까지 모든 레벨의 문제가 나오니까 어려울 수 있다. 아마 이걸 다 알아듣는 다면 당신은 최고 레벨 판정이라며 다독여주셨다. 근데 처음 나온 레벨부터 난.. Is there another things? 다른 거는 없어요? 패스 같은 찬스는 없냐는 뜻으로 물었다. ㅋㅋㅋ 앜 리스닝 망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들렸던 거 있으면 말해보라고 힘내랬다. 20분의 테스트가 끝나고 잠시 기다리자 결과가 나왔는데 넘나 안정적인 레벨 업 판정을 받았다!

아잉~ 심지어 턱걸이도 아니고 5.5라는 중간 실력이었다. 넘후 기뻤다.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쇼핑 좋아해? 어떤 거 사러 가는 거 좋아해? 이래서 옷보다는 요즘은 groceies (식료품 생필품) 나 kitchen utensils (주방도구) 사는 걸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내심 오… 내가 이런 단어도 막 쓰네.. 1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내 안의 변화에 놀랐다.
사무실 직원이랑 레벨 업 했다며 (내가 벌벌 떨고 있었던 걸 알아서) 손뼉 치고 그 자리에 있던 캐네디언 튜터도 나와서 덩실덩실 같이 춤춰줬다. Thanks you guys very much!! Let’s do the Pung-Ak!

그리고 호기심에 두근두근 레벨 7 수업을 예약해 보았다. 아… 다른 학생들이 얼마나 유창할지 너무 겁났다. 나자식이 수업에 걸리적거리면 어떡하지. 책의 문장 길이가 벌써 1.5배 길어서 따라도 못 읽으면 어쩌지.
하고 교실 문을 열었는데.. 일제히 나를 쳐다보며 곤니치와~~ 인사하시는 먼저 오신 세 분의 학생 모두 elderly 여성분들이셨다!!! 기본 70대일 것 같은 세 분이 오손도손…!!! 내가 조금 느리다고 눈치 줄 거 같은 분들은 아니시겠구나 안도감도 느끼고 나 진짜 영어 배우길 잘했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왜냐면 인생 대선배님들의 반짝반짝하고 활기찬 얼굴에서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너무 유익하고 (심지어 끝도 없고) 보람 있는 취미가 아닌가…. 또박또박 한 주 간에 있었던 손주 이야기. 앞으로 갈 해외여행 계획을 문장으로 만드시는데 너무 귀엽고 그 모습이 존경스럽고 또 조금 가슴이 벅찼다.
내 차례가 돼서 집에서 만든 김치 이야기. 아이랑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까. 애가 있냐며, 김치도 만드냐며 꺅꺅 (모든 잡담도 영어로) 아주 흥미롭다고 좋아해 주셨다. 오오… 러블리 레벨 세븐 클래쓰. 마흔한 살에 반에서 내가 젤 어려~ 나 귀여움 독차징.

내가 70 나이가 되어서도 완벽하지 않지만 열심히 영어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나도 부끄럽지도 하나도 답답하지도 않아 보였다. 조금도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급할 거 없다. 시간은 많아. 난 아직 마흔 짤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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