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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려고 폼 잡고 있던 즈음의 어느 날.
나는 얼마 전부터 내부가 잘 안보이고 무조건 미소시루부터 맛있을 것 같은 일식 식당에 꽂혀 그날도 장금이 언니한테 그런데를 제안했다. 아사가야에 그럴거 같은 곳은 <니시부치> 아나고(붕장어) 텐동 전문점이었다.
케군은 가끔 우리가 떡볶이 먹고 싶다.. 오랜만에 곱창 땡긴다. 오늘은 좀 짜장면 시켜먹고 싶지 않냐? 이런 느낌으로
-今日は天丼がすごくたべたい。
오늘은 ‘텐동’이 무지 먹고 싶어-라는 날이 있다. 가게에서 텐푸라 (튀김)사다 먹을래? 하면 텐푸라와 텐동은 떡꼬치와 떡볶이 만큼이나 다르다고 열심히 설명한다. 그래? 소바 츠유 촤촵 위에다 뿌리면 그만 아냐? 해도
-天丼のタレはね、難しいんだよ。いいとこで美味しい天丼じゃないと。
텐동 소스는 쉬운게 아니야.. 잘 하는데서 맛있는 텐동을 먹어야 돼..
전문점이 있을만큼 무언가를 고집하는 메뉴인 건 알겠는데 여전히 나는 체인점 텐동과 전문점 텐동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눈먼 자이다.
<니시부치>안은 생각보다 좁았지만 정적인 정원을 볼 수 있게 창을 뚫어 놓아 분위기가 좋았다. 가게를 터서 지붕을 만들고 저기에도 테이블을 놓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게 좀 멋있다? 큰 테이블에 가림판을 세워두고 합석을 했다. 다른 테이블은 이미 예약으로 선점 되어 있었다.
화끈하게 걸쳐있는 대왕 붕장어 튀김이 바삭한 건 (튀김의 나라 일본) 말해 뭐해였고 진짜로 소스가 맛있었다. 오묘해. 그냥 시판 소스가 아니었다. 떡볶이 소스가 다 같은 맵고 단맛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해도 집에서는 맛집 떡볶이의 그 맛을 낼 수 없는 것처럼.
언니랑 나란히 튀김을 끝까지 못먹었다. 상당히 우람한 붕장어들이었다.
엑셀에 목숨을 건 언니 상사 이야기를 들으며 산책을 했다. 꼼꼼함을 지나 엑셀을 향한 집착이었다. 그리고 왜 다른 사람한테 그런 딥한 함수를 또 바라는거냐고.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생각났다. 영업사원들은 회식을 할 때마다 사장님의 명석함을 칭찬하면서도 꼭 마지막에 “연구원 스타일인데 경영을 하니까…” 라면서 영업사원 죽어나가는 얼굴을 했다. 동감했다. 경험해보니 공부머리, 일머리, 돈머리는 다 따로 있는 것 같다. 나는 공부머리는 반반.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는 잘 하고 아닌 건 쳐다도 안 보고. 돈 머리는 꽝. 벌어도 모을 줄 모르고 불릴 줄 모르고 아낄 줄 모르고 더 잘 굴릴 줄 모른다. 대신 일 머리는 좋을지도 모른다. 머리로 하건 엉덩이로 하건 입으로 하건 몸을 쓰건 일단 시작하면 상황 돌아가는 게 빨리 보이고 어딜가도 못하진 않는 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말고 ‘손재주’ .이것만 있어도 좋고 이것도 있어서 짱 좋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는 없어서 ;ㅂ; 정말 부러울따름.
그래도 내 특기는 ‘중간은 가는 거’
‘중박은 치는 거’
무지루시에서 세일할 때 산 바지에
첫 눈에 반해 산 오렌지 베이스 머플러가 아직 신선했을 때 코디. 한달만에 보풀저주에 걸려 끔찍한 모습으로 변했다. 이래서 머플러도 비싼게 있는 거구나 배웠다.
하아… 저런 벽을 배경삼아 날 찍어 준 당신의 센스는 장그미만세를 외치게 만드네요.
걷다가 발견한 작은 입구의 카페. 고민없이 바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왜냐면 이런덴 자리가 있는 시간이 우리가 커피를 마실 시간이니까. 주말 키치죠지는 온 동네가 의자 뺐기 게임 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락방 계단을 올라
명당에 자리 잡았다.
‘ㅂ’ 사랑스런 장그미언니
항상 따뜻한 에너지를 준다.
잘 웃고, 잘 들어주고, 은은하게 늘 공감해주는 사람.
날 이렇게 예쁜 시선으로찍어주;ㅂ; 고마부유;ㅂ;
내가 가고 싶어한 문방구도 같이 가 줬다.
구글 지도를 켜서 따라가는데도 빙글빙글 먼 길로 돌아가는 미친 길치. 난 대체 정체가 뭘까.
조금의 굴곡도 만들지 않고 페이지마다 쫙 펴지는 메모지를 보고 감동해서 구입했다. 그런 나를 언니가 희귀한 식물 보듯 관찰했다.
저녁은 베트남 요리집으로 향했다.
멸치액젓 같은 냄새랑 매콤한 소스들이 섞이고 새콤한 맛이 많이 등장하는 아시아 푸드들이 너무 좋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매운맛보다 신맛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매운 것도 당연히 좋고 ‘ㅂ’
베트남 직원에게 간판에 닭그림도 있고 베트남 사람이 만든 스리라차 소스에 닭이 그려져있고 .. 베트남 사람들은 닭을 좋아해요? 무슨 의미가 있어요? 물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냥 내 머릿속에 내 멋대로 생긴 고정관념인가 보다.
케군이 맨날 思い込みが激しい (오모이코미 = 근거없이 혼자 해석하는 것. 편견, 선입견, 오해, 착각 등등) 라는 말을 한다. 혼자 너무 앞서가고, 자기 혼자 피해망상하고, 과대해석하고 그런 일이 많음. ㅋㅋ
많이 걷고 많이 말해서 아마 칼로리가 들어가는 족족 연소됬을거야라는 핑계로 시나몬롤로 그 날을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섭취하는 즉시 피가 응고될 거 같은 걸죽한 카라멜에 흠칫 놀랐지만 가끔 생각나는 나쁜 놈이다.
그리고 한국에 다녀오는 언니를 잘 다녀오라 배웅하며 아쉽게 인사를했다. 격리는 힘들겠지만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엄마표 멸치볶음 파김치 나물들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나 대신 많이 즐기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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