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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가끔 쌍커풀이 진다. 이맘때만 만날 수 있는 레어하루.



6살 현재. 자립은 커녕 점점 엄마 쪼아. 엄마 사랑해 모드가 되어가는데요?


얼마 안 남은 유치원생활이 하루는 하나도 안 아쉬운 것 같다. 그렇다고 초등학교가 기대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는 놈 잡지 않고 오는 놈 막지 않는 덤덤이. 인생 두판째인 듯한 케군의 그런 면을 고대로 닮았다.




‘오유기카이’ (장기자랑)도 못했고 졸업식도 아주 제한적인 내용만 할 예정이라 작은 송별회가 있었다.
4살반 아이들이 만들어 준 꽃목걸이와
5살반 아이들이 만들어 준 왕관을 걸고
6살반 형아 누나들이 부모님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했다. 하루는 심벌즈를 맡았는데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신나게 꽝! 꽝! 맞부딪히면서 환하게 웃었다. 얼굴로 연주하는 것처럼 웃었다.

자기가 만들어 먹는 햄버거를 시켜 봄.

비장하게 장갑을 끼더니 야채는 다 빼고 좋아하는 것만 넣어 완성시켰다.

이럴려고.... 시켜달랬구나....
한동안 유치원에 하루를 데리러 가면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희안한 경쟁을 시작했다.
-저요!!! 저!! 김치 되게 잘 먹어요!!
-아니 내가 더 잘 먹어요!!
-아닌데! 나는 진짜 빨간 거 먹을 수 있어요!
-아!! 나는 !!! 맨날 먹어!!! 내가 제일 잘 먹어요!!
그 중에 T군이 제일 진심이었다. 정말 그냥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김치를 진짜 음식 중에 제일 좋아한다며. 눈빛....이.. 간절... 그래서 담궈 놓은 깍두기가 있기도 하고 겸사겸사 봉지에 싸서 다른 친구들 몰래 T엄마한테 전달해줬다.

그랬더니 저녁에도

아침에도... 우리집 깍두기 ㅋㅋㅋ
우리집 김치가 좀 달고 시어서 짧은 편지도 한 장 끼워줬다.
“T야 안녕. 한국에는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 다르단다. 우리 엄마는 신 김치를 좋아하셔서 나도 신 김치를 잘 먹어. 김치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밥에 참기름이랑 같이 비벼먹어도 맛있어.”
이후로 T군 집 식구들은 이 작은 레시피에 감동하며 온 가족이 밥에 비벼 먹었다고 한다. (형제가 4명인데 초등학생 누나도 대박 맘에 들어했다고 함)
반전...
하루는 김치 못 먹는데.... ‘ㅂ’
왜 같은 반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냐고
요즘, 정말 감사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T군의 김치 사랑 때문에 하루는 냄새나는 음식이 아니라 친구들을 매료시킨 김치, 그리고 그 대단한 걸 심지어 집에서 만드는 엄마, 그런 한국이 꽤나 자랑거리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친한 마마토모가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는데 소개시켜줘도 좋겠냐고 해서 콜!! 따라나섰다. 중학생,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엄마였다. 으레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인사를 나눴는데 본인이 아니라 초등학생 둘째딸의 한국사랑이 넘쳐 엄마까지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단다. 연예인이나 컬쳐를 좋아하는 것 뿐만아니라 진지하게 유학을 염두해두고 매주 어학레슨을 받고 매일매일 학교공부보다 더 열심히 한국어를 암기하고 있었다. 대박 진심이구나!!!
너무 놀라 입을 벌리고 있었더니, 초중고생 중에 요즘 그런 아이들이 많다고. 일본도 한국처럼 호주,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중 골라 가는게 어학연수의 스탠다드인데 지금 한국 유학은 그 대열에 같이 끼어있다고 한다. 와우!!! 좀 과장좀 섞어서 나한테 해 준 말이었대도 마마토모들이 그렇게 말해줬다는게 너무 감사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야하는 나에게도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하루에게도 너무나 좋은 바람이니까.
순풍이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포근포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괜한 걱정이 생길 틈도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사한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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