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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할머니네 집에서 우리집까지 걸어갈 수 있을 거같애. 나랑 같이 걸어서 집에 가면 안돼?
-지하철로 몇 정거장은 되는데 하루 할 수 있겠어?
-어! 잘 할 수 있지! 엄마? 하루랑 같이 걸으면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고 좋잖아.
-그건 그런데. ‘ㅁ’
-그리고 엄마 내가 너무 천천히 걸어서 싫은거잖아
-(헉... 그걸 어떻게) 그것도 그렇고... ‘ㅁ’
-하루 이제 엄청 커서 엄마 만큼 걸을 수 있어. 그리고 엄마 하루가 가다가 힘들어... 못 걷겠어... 이렇게 짜증내는게 싫어서 그런 거잖아.
-(헉... 그건 또 어떻게) 그건 그렇지... ‘ㅁ’
-하루 끝까지 짜증 안내고 걸을거니까 그럼 걸어갈 수 있어?
여섯살의 인지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눈치코치자갈치에 깜딱깜딱 놀라는 중이다.

이 깨불이... 벚꽃 감상을 좀...도와다오...ㅋㅋ

벚꽃은 눈에도 안 들어오고 한시간 넘게 걸으면서 계속 대답해주느라 입만 쩍쩍 말랐다. 같이 오래 걷기 위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는 사실 이것일지도 모른다. 계속 물음에 대답해야 하는 밤샘 취조 스따일의 정신적 고문 ㅋㅋㅋ 애미가 가끔은 혼자 있어야 하는 이유.

중간에 화장실도 가고 싶어져서 결국 카페에 들렀다. (기가 빨렸어...)

-하루야 근데 이상해.... 엄마는 뭔가 의심스러워
-뭐가?
-우리가 뭘 먹을지 한국말로 전부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저 직원누나는 어떻게 알고 그게 품절이라고 말해줬을까? 한국말 잘 하는거 아닐까?
-우리가 맛차라떼, 코코아라고 그랬으니까 알지. 그건 일본말도 똑같잖아.
-아.... 똑똑이
그래도 아닌 거 같은데...?
점원 언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말을 걸까 말까 하는 그 눈빛이... 뭔가 있단 말이야... 아 요즘 한국말 배운다고 하는 일본인이 나한테 워낙 말을 많이 걸어서 너무 국뽕 맞은 거 같다. 전부 다 그렇게 보여 ㅎㅎㅎㅎ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지긴 했지만 아오짱이랑 만나서 데이트를 즐겼다.




예전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에서 (독일)다니엘이 벚꽃 보고 왔던거 예뻤다고 하니까. 딘딘이 누구랑 보셨어요? 여자친구? 하고 상대의 방심을 노렸는데 독다니엘이 말 더듬으면서 아... 아니.. 어..엄마랑
이렇게 무마시킨걸, 딘딘이
“어우~ 좋겠따. 벚꽃은 엄마랑 봐야 제맛이죠. 나도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누가들어도 엄마라고 쓰고 여친이라고 읽는 멘트를 날려서 엄청 빵터졌었다.
벚꽃만 보면 재치쟁이 센스쟁이 귀염댕이 딘딘이 생각낰ㅋㅋㅋㅋ

몇년후면 여친본다고 상대도 안 해주겠지만
아직까진 여친보다 엄마인 애기애기여서 함께 벚꽃보는 시간들이 소중소중하다. 초등학교 간다니까 나날이 더 애틋해.

이래놓고 또 수다 한 시간씩 들으면
‘엄마 좀만 쉴게.... 자...잠시만’ 이람서 혼자만의 시간을 구걸함. 본인도 날 알다가도 모르겠다.

참, 지난번에 아오짱 만나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운 하루가 재밌는 표현을 했다.
-엄마? 하루는 가끔 아오짱이랑 이야기하면 마음속에 물음표가 잔뜩 생겨.
-그래? 오늘은 언제 물음표가 생겼어?
-아오짱한테 우리 같이 뛰어놀자! 했는데 아오짱이 싫다고도 좋다고도 안하고 아~~ 무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서 하루는 응?응?응?????? 이렇게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그거 왜 그런지 알아!
-왜? 뭔데?
-아빠한테 엄마가 말하면 아빠가 아무말도 안해서 엄마도 똑같은 기분이 많았어. (엄마가 그거 전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도 아오짱이랑 비슷한 사람인 거 같네. 처음에 엄마도 아빠가 엄마말을 무시했다고 생각했어. 아니면 싫은데 싫다고 말을 안하는건가? 이렇게 생각했어. 근데 아빠는 자기가 그렇게 하는게 좋은지 싫은지 자기도 모르는거야
-그게 무슨말이야? 왜 몰라?
- 아오짱은 같이 뛰어놀래? 라는 말을 들으면 어디까지 가서 뛰어노는지, 가까운데서 뛰는지, 전력질주를 하는지, 깡총깡총 뛰는지. 한 번도 안 해본거라서 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 대답을 못하는거야.
그럴땐, 하루가 아오짱 이렇게 뛰어놀래? 하고 먼저 하루가 보여줘. 그리고 그게 좋은지 물어보는거야.
-아~~~~~

벚꽃보러 같이 간 날은 나무 밑둥 위에 올라가더니 “아오짱 우리 이렇게 올라가기 놀이할래?” 하고 물어보고 아오짱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물음표 지워졌어?
이렇게 인간관계를 하나 더 배운 하루.
하지만, 사실 아빠한텐 “똑바로 대답할 때까지 내 얼굴 피하지말고 싫은지 아닌지 말로 해” 코너에 몰아넣고 파르르 떨게 했단 사실은 비밀. ㅋㅋㅋ 엄만 좀 와일드하게 적응해 나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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