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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 지나가는데 9월 사진을 들이밉니다.
이케부쿠로에 있는 마루젠 본점. 대표적인 대형서점으로 하야시라이스를 만든 하야시상이 창업했다고 한다. 마루젠 본점 1층 카페에 가면 하야시라이스를 먹을 수 있다. 호기심이 많았던 ‘하야시 유우테키’는 친구가 놀러오자 집에 있던 재료들을 때려넣어 걸죽한 (카레와 비슷하다) 음식을 내 놓았다는게 이 음식의 유래.
라고 마루젠은 이야기하는데
Hashed beef with Rice 잘게 썰은 소고기로 만든 걸죽한 소스를 밥 위에 얹어 먹는 하야시로 와전됬다는 설도 강력해서.... 도시전설을 들은 기분.
2층에는 너무나 영롱한 펜들이 가득하다. 아... 평생 다 쓰지도 못하겠지만 그냥 다 갖고 싶다.
아무리 온갖 펜을 사 보고 써 봐도
결국 돌아오는 유니의 0.5펜. 일본사람 대부분이 이걸 쓴다해도 과언은 아닐걸!! 한번 써보면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중독적인 필기감이다. 주황색, 노랑색, 민트색 케이스도 있네!!! (모두 검정펜임) 다 검정색 껍데기라 누가 누구껀지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저 특이한 색 필요할듯. 100엔샵, 슈퍼, 편의점, 약국. 펜 코너가 있는 곳이라면 저 펜이 반드시 있다.
수요일마다 한 시간씩 학원 간 하루를 기다리며 근처 많은 가게를 들락거렸는데 상점가에 이렇게 좋은 카페가 있는 걸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동안의 방황이 너무나 아깝다. 조용하고 커피향이 그득하고 체인점의 비정상적인 냉난방 바람에 오들오들 떨거나 더워서 헉헉 대지 않아도 되는 아주 편안한 곳이다.
소소한 번역일을 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할 때 (꾸준함과 꾸역꾸역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정말 천천히..)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너무 조용해서 가방을 내려놓기도 눈치 보이는데 과연 집중이 될까 숨은 맘대로 쉬어도 되는거야? 그러나 역시 도서관은 괜히 도서관이 아니였다. 너무 집중이 잘 되서 시간이 훌쩍 간다. 그렇다고 진도가 팍팍 나가는건 아니라는게 미스테리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바로 옆 책장에 꽂혀있는 로맨스 소설을 펼쳐보는데 (덴장)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빌려 나왔다. 한국으로 치면 ‘귀여니’ 작가를 떠올릴 일본판 인터넷 소설의 문고이었다. 불량 고딩들의 풋풋하고 위험한 러브스토리가 오글거려 이런걸 글로 옮겼다는 자체가 너무 대단할 정도였지만 여기서도 배울 일본어가 많았다.
엄청 오글거리고 뻔뻔하리만큼 느끼한 말을 하는걸 “쿠사이” (직역: 냄새난다) 라고 하는구나.
아...지하철에 우산 두고 가셨네..
긴자 아점
같은 가게도 아닌데 신주쿠역 옆에 호쿠오 빵집을 지날때면 꼭 오사카 때 일이 생각난다.
가끔 어떤 일본말은 언제 어디에서 익혔는지 생생히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お持ち帰り(오모치카에리) 포장한다는 뜻의 일상 용어를 처음 들었던 날. 신사이바시 근처 빵집이었다. 빵 달라고 구다사이. 하면 좀 이상하지? 자연스럽게 “오네가이시마스” (계산) 부탁합니다. 하면서 가져가는거야. 좋아. 좋아. 나는 일본에 온 지 갓 1달 됬었나? 한껏 긴장하며 뻣뻣하게 입을 뗐는데 예상치 못한 긴 일본어가 훅 들어왔다. “오모치카에리 데스까?” 에..?어.... 음???? 거울은 못 봤지만 진짜로 동공에 지진이 나고 있었을 것이다. 점원에겐 잠깐 스쳐간 에피소드겠지만 내겐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한참 동안 수만 가지 추리가 오고갔다. 고개를 도리도리 젓지 않았으니 긍정의 의미로 알아들은건지 모르면 그냥 네. 하는 버릇이 나왔는지 빵은, 무사히 포장해 왔다. 집에가서 머리에 윙윙 무한리핏 되는 그 말을 사전에 입력했다. ‘오’를 빼고 찾아야하는데 그것도 몰라 꽤 헤맸지만 겨우 말 뜻을 이해했다.
그 때 그 빵집이 신사이바시 큰 대로변에 유리벽이 가득한 느낌이어서 북적한 신주쿠역 호쿠오를 보면 링크라도 걸린 것 처럼 그 일이 생각나는 것 같다.
어느 수요일
하루야 도서관 옆 길이 좀 예쁘지 않아?
이 골목 한 번 우리 탐험해볼래?
탐험이 뭔데?
모르는 길을 용기내서 가 보는 거야.
길 잃어버리면 어떡해?
다시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면 되지.
엄마.... 이제 다시 도서관 가자..
그럴까?
여기 어디야? 아까 그 길 아닌데?
아... 엄마도 모르겠네.
결국 길을 잃어 구글에 의지해서 돌아왔다.
-엄마, 이제 탐험 하지 말자
-왜? 재밌지 않았어?
-길 잃는게 재밌을리가 없지. 마이고(미아)는 그렇게 하다 되는거야.
하아... 재미 대가리 없어.
누구 아들 아니랄까봐.
타이완 여행가서 골목골목 가다가 맘에 드는 카페에 가자니까 “왜...그래야 되는데..?” 벌벌 떨며 스타벅스 가자.. 맥도널드 가자... 라고 했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어느 날의 삼겹살.
상추를 계속 리필해 주는 가게였는데 깻잎은 요즘 안 들어와서 미안하다는 황송한 집. 일본에서 상추 공짜로 주는 가게가 있다는게 저희 한텐 감사한일인데요. 무슨말씀을.
닭갈비 국물에 야무지게 밥까지 비빈 엔딩.
또 어떤 날의 수요일.
수요일이 너무 기다려지고 있다.
오옷!!! 로프트에 아모스 한국 헤어케어 제품까지 들어왔다. 기초, 색조, 세안 제품을 넘어서 이제 헤어제품까지. 가게에서 ‘려’나 ‘궁’샴푸를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숱이 점점.... 외로워지고있어요.. 소박해지고 있어요...)
사과맛 나는 청포도
오랜만에 꽃
사실 얘 자리는 여기다.
(뒤에 유령아님. 커피머신 덮어둔 것 ㅋㅋ)
케군이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하면서 벼르던 동네 런치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됬다.
남들이 보면 부부아니고 애인같아 보일까?
되도록 오래 그랬으면 좋겠다 :)
엄마 핸드폰 만들러 갔니?
계속 차렷하고 기다리는 댕댕이.
간질간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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