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야, 한자 테스트는 그럼 언제쯤 할 건지 얘기만 해줘. 그걸 정하는 건 하루 마음이고. 진심으로 같이 의논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렇게 말한 건데 갑자기 버럭! 하고 아이의 감정이 날아든다. -아!! 알았어! 지금!! 지금 하면 되지!! 지금 하면 될 거 아냐!! 헐… 얼탱이 없어. 예전의 그 울음이 들어있는 징징이 아니다. 짜증을 넘어 화가 담긴 사내의 외침 같은 느낌이다. 한 발짝 물러서서 가만히 내가 했던 말을 돌아본다. 그래 네 입장에선 저 말들이 마치 ‘어 널 못 믿어. 난 널 안 믿는 전제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하는 것처럼 들렸겠구나. 진짜 나는 대충의 시간만 알면 거기에 맞춰 마음의 준비나 스케줄을 짜려고 했던 것뿐인데. 내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동안을 노려본다고 오해하고 있나. ..
하루는 발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여름에 생긴 물사마귀를 연고로 치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도 처음 알았는데 아이들에게 자주 생기고 대부분 물놀이할 때 옮는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액체질소로 물사마귀 하나하나 지져 없애는 치료만 존재했다. 지진다는 말은 엄밀히 다르다. 뜨거운 게 아니라 반대로 -196도의 저온 질소를 피부에 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비보험이지만 미량의 수은이 함유된 물사마귀 연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단점이 있었다. 액체질소 치료는 빠르게 없앨 수 있지만 아프고, 연고 치료는 아프지 않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달을 발라야 한다. 하루에게 선택지를 넘겼다. 연고치료를 골랐다. 정말 약속대로 두 달 열심히 스스로 발라줬고 얼굴과 목 가슴에 퍼져있던 물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