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하루가 정말 길다. 남의 애가 훌쩍훌쩍 큰다던데 매일 보는데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우리 애가 너무너무 빨리 큰다. 치과에서 나오면서 무슨 바람일까. -엄마, 하루 삼학년 되면 지금 먹는 간식의 반으로 줄일거야. 설탕 많은 거 대신에 좀 건강한 걸로 먹어야겠어. -기특한 생각을 했네. 왜 내일 당장이 아니고 3학년이 되면인지 이건 그냥 해 본 소리가 될 확률 90프로라고 맘 속으로 생각하면서 기대하지 않는 내 모습이 내심 맘에 들었다. 아이랑 가장 잘 지내려면 아이한테 기대만 안 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도 직장 동료랑 친구한테도... 그렇긴 하군. 여기 치과는 진료가 끝나면 지우개 하나 주신다. 오늘은 헬리콥터 모양을 골라 버스를 탔다. -하루야 이 버스 싸다. 오늘은 반 값이래. 이런..
맑았던 6월, 미션을 시작한다. 아들은 영어학원에 갔다. 버스 셔틀이 있는 날이니까 6시 15분까지 작전을 완수한다. 동료를 소환하자. 각자 날렵한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구글에 빨간 깃발은 꽂았다. 자! 이제 출발. 오! 여긴가? 동네라고 하기엔 좀 멀고 그렇다고 외출을 했다기엔 가까운 옆동네 카페에서 만났다. 둘 다 처음 와 보는 곳이었는데 주택가 사이에 방긋 웃고 있는 듯한 노란색 칠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2층은 어둑하고 차분한 소파 자리와 안락한 공부방 같은 자리가 두 개 그리고 우리가 앉은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는 긴 테이블 (아마 옛날 미싱 테이블)이 있었다. 무슨 디저트가 있는지 보러 내려 간 1층은 이런 느낌 우리도 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