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과 반신 마비
나는 고작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지만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시고 있는 신상은 마치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화수분 같은 경험치 만렙의 소유자다. 늘 수업하기 전에 짧은 작문을 해 오는 신상의 보물 노트를 폈다. 일기처럼 일상 이야기가 쓰여있을 때도 있고 책이나 영화 이야기가 적혀있을 때도 있다. 그날은 딸아이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신상에게는 30대 딸이 있다. 딸은 여자 중학교에 진학했다. 장신의 탄탄한 체구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한글로 아름다운 몸이었다고 표현하셨다. 그런데 가장 민감한 나이에 무서운 속도와 정도로 여론이 침투하는 여학교에서 딸아이는 다이어트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먹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게 됐고 머지않아 거식증으로 이어졌다. 가족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딸아이의 식이장애에 모든 생활..
대화 하는 여자
2021. 11. 1.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