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손주들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는 시아버지 집에 하루가 부린 어리광…

방 한가득 이(딴) 것을 만들어놨다.
할아버지랑 하루는 비밀기지라고 우기는데

노숙텐트임.
하루가 아버님 집에 쌓여있는 박스들로 집을 만들기 시작하자 아버님이 바닥에 돗자리도 깔고 막 전기 선도 연결하고 (아버님 더 신나신 거 확실하다) 안 쓰는 티브이도 전화도 연결하고 라디오, 거울, 손전등

빗자루 쓰레받기

둘이 꽁냥꽁냥 만든 장난감에

쓰레기통까지

꽃으로 장식한 창문으로 뭘 자꾸 주문하래.

하루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겠다.
도시 한복판의 복합주택에서 뛰지도 못하는 손주들이 항상 안쓰럽다는 아버님. 하루가 놀러오면 톱질 칼질 망치질 같은 걸 하면서 놀아주셨다. 하루가 만들기나 뚝딱이는 놀이를 좋아하게 된 건 이공계 출신에 설계가 직업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 전체적으로 프랑스 빵 질감의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가끔 예술의 혼을 태운 미라 빵이 나온다. 원래 매번 품절이던데 영접했다 … 와- 하루가 되게 좋아하겠다.
엄청 기대하며 선물했더니 정말 너무 좋아하긴 하는데 내일 아침에 먹으라니까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절대 싫어!!! 온몸으로 저항한다. 이렇게 귀여운 걸 어떻게 먹냐며!!! 이걸 어떻게 깨무냐며!!! 토스트기에 들어가는 것도 불쌍하대.  아… 진짜 이 F…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

그냥 내가 먹었다.  

애독자에서 친구가 된 둥둥이가 이 사진 보자마자 하루가 떠올랐다며 카톡을 했다. ㅋㅋㅋㅋㅋㅋ 진짜다ㅋㅋㅋ

예시1

 

예시2

발렌타인 데이 직전까지 하루한테 줄 초코를 아무것도 준비 못해서 (귀찮은데) 어쩌지.. 밸런타인데이는 어제였다고 뻥을 칠까… 하며 슈퍼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때 초콜릿 집 만드는 과자키트가 딱  하나 남아 있는 게 보였다. 캬 계시를 받은 듯 룰루랄라 구입.

틀 만들어서 굳히고 막 붙이고 하루는 재밌어 죽겠단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한 완성품이 아니네?

덕지덕지 칠갑을 한 모습이 흡사 살인현장 ㅋㅋㅋㅋㅋ 폐가 바이브였다. 으스스햌ㅋㅋㅋㅋㅋ 게다가 초콜릿에 넛츠가 함유되어 있어서 알레르기 때문에 하루는 못 먹었다. 집 철거하고 소분해서 내가 먹었다. (나의 먹방 기록인가)

 

어느 주말 아무도 안 찾는 작은 박물관에 놀러갔다. 동네 사람 말고는 아무도 안 갈 거 같은 소소한 박물관 찾아가는 거 은근히 재밌으니 매우 추천합니다. 우표와 지폐 박물관이었는데 지폐 인쇄하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료였다.

디자인을 고르고 

은퇴한 전직 공무원 할아버지들과 작업 개시. 우표랑 화폐라니 얼마나 꼼꼼한 인생을 사셨을지 상상이 간다. 역시나 체험도 꼼꼼하게 지시하셨다. 은퇴하고도 자신이 평생을 바친 업계의 지식을 나누시고 계셔서 부러웠다. 뭐 하나 여쭤보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시면서 관련 정보 다 말해주신다.

1억엔 현금 손 맛 느껴보기

하루 친구 중에 다카노라는 아이가 있는데 우리집 윗위층에 살고 1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라 자연의 섭리처럼 하루랑 친하게 지낸다. 그런데 몇 번을 얘기해도 다카노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가지. 한 번씩 이런 대화를 꺼낸다고.
 
다카: 本当に…よく日本語覚えたね。(진짜 일본말 어떻게 그렇게 배웠냐...)
하루: 日本人だからね。(일본 사람이니까)
 
그러다 잊을만하면
다카: いや、、本当に日本語上手だね。(와... 일본말 진짜 잘한다 너)
하루: だから日本で生まれたから (아니 그니까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그래서 이제 포기하고 다카노가 들리지 않을만한 작은 소리로 어.. 일본에서 쭉 살았으니까. 어 그래. 하면서 중얼거리고 만다고 한다. ㅋㅋㅋㅋㅋ
 
이 얘긴 몇 번을 들어도 웃겨.
다카노가 그 말 하는 날은 꼭 가르쳐달라고 당부함.

하루가 요요를 하루종일 가지고 놀면서 나한테 하던 한국어
하루: 엄마 어우.. 이거 정말 중독적이야.
 
중독적! 
일본어를 그대로 한국식 음독해서 직역한 것이다.
나: 이 한자 발음 어떻게 추측했어?  
하: 추측? 아.. 推測 스이소쿠? 그냥 느낌이 비슷해서 말해본 거야.
나: 오오!! 추측도 그거 맞아. 
 
같은 한자권에 살아서 이중언어 득 보는 것도 많다.
 

하루가 입을 잠옷을 소노다에게 입히고 하루 기다려본다.

목욕하고 나오자마자 꺄아아아악!!!!! 귀여워!!!!! 행복이 터지는 아이. 참 쉽죠잉?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