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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이제 마지막 물놀이를 하러 가야 되다니..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마치 군대 가기 전 마지막 학교 축제 즐기는 기분? 그냥 졸업보다 군대 가야 되는 게 더 슬프잖아요. 여자친구들이랑도 헤어져야 하고.. 쉐라톤 수영장에서의 즐거움은 물놀이뿐만 아니라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 전 세계 예쁜 언니들을 실컷 구경했다는 것이다. 늘씬하고 개성 있고 이목구비 매력적이고 얼굴 작고 머릿결이 영화 같은 중국언니, 웨스턴 언니, 라틴 언니, 일본 언니, 한국언니, 인도 언니, 아프리카 언니. 왜 고등학교 때 반에서 제일 예쁜 언니들이 한자리에 모인 느낌이었다.

이제 능숙하게 커피도 잘 내리고요. 편의점에서 미국 과자도 한 번 사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과자만 사는 소심함.

그리고 축제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밤을 장식할 캠프화이어를 즐기러 나가봅니다. 케군은 도쿄에서부터 이 날을 학수고대했잖아요.

뉴욕의 격식 있는 레스토랑이라던데 칵테일 드레스 입고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진짜 검색해 본 나.

1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원피스, 하와이에도 들고 왔다.

다들 티셔츠에 반바지, 청바지에 블라우스 정도라 너무 갖춰 입었으면 튈 거 같은 분위기였다. 요런 원피스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물놀이하고 곱게 화장을 다시 해서 얼굴로 격식을 차렸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 담당자가 자기소개를 하셨는데
-여보야… 안 되겠어… 저 사람한텐 나 영어 못할 거 같아..
-왜?
-너무 잘 생겼어…
케군은 쯪쯪.. 혀를 차며 쟤가 잘생겨서 영어가 안 나올 정도로 뭔가 건덕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케군이 주문을 했다.
왜냐면 오랫동안 고심하고 결정 내린 만큼 이미 그곳 메뉴를 구석구석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메뉴를 탐구해 왔는지.. 어이 상실…

또 하나의 반전은 나는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잘생긴 직원이 일본어를 해 줬다! 오앙…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너무 편하게 즐기다 간 시간이었다.

식전빵 폭신폭신 너무 맛있다.

샐러드도 싱싱했다.

그리고 대망의 티본스테이크. 기름이 좔좔 육즙이 줄줄 진짜 맛있었다. 고기란 위대하다.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감자튀김도 시켰다.
친절하게 ’ 포테이토 프라이 데카~이데쓰‘ 엄청 많이 나온다고 주문 전에 알려주셨다. ’다이죠부?‘ 재차 물었지만 우리 집 큰 곰과 작은 곰은 감자를 죽을 만큼 좋아해서 다이죠부! 구다사이! 눈을 반짝이며 시켰다. 그리고 결국 엄청 남겼다. 어이구… 진짜… 저것들..
둘이 묶어서 연변에 몇 년 보낼까. 예전에 대학 다닐 때였는데 캠퍼스에서 내가 군 고구마를 먹고 있으니까 옆에 있던 연변에서 온 조선족 선배가 ’ 고구마 좋아해? 난 어릴 때 먹을 게 없어서 감자랑 고구마만 맨날 먹었어. 이제  보기만 해도 싫어 ‘라 그랬다. 그런 환경이었는데  일본 유학까지 오고 수업 없는 날엔 새벽부터 밤까지 알바해 집에 돈도 부치고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디저트만 별로였다. 뉴욕 치즈 케이크 이런 이름 되게 많아서 뉴욕발 레스토랑 치즈 케이크는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대충 만든 맛이 났다. 일본 편의점 디저트가 너무 고퀄인 것도 문제지. (날 망쳐놨어)  
직원이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냐고 물어봤다. 그때 순발력 있게 나는 생각해 냄!
-아! 내 생일이에요.
케군은 오~ 잘 생각해 냈어. 내 마누라 최고란 얼굴을 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우리는 누가 물어봐서 겨우 자기 생일을 떠올리고 상대방이 잊고 있었대도 본인도 잊는 마당에 언짢치않은 사이다. 원래 이렇게까지 서로의 생일 잊어버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텐데 어떻게 우린 한 개도 안 중요할 수가 있지. 이거 나중에 아이 정서에 문제 될까 봐 살짝 걱정됐다. 우리 며느리는 생일 소중한데 남편을 포함한 시댁 누구도 거론도 안 하고 그냥 지나가면… 어떡해..ㅠㅠ

그래서 차를 마시며 부리나케 하루한테
-아… 아빠가 엄마 생일이라서 이렇게 좋은 레스토랑 예약해 준거야. 몰랐지? 엄마 너무 즐거워 호호 아이 행복해 하하.
발연기를 했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 깨달은 것.
밥 값 비싼 레스토랑에서 술 마시면 얼마나 많이 깨질까 겁났는데 일본 이자카야보다도 더 싼 글라스 와인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렇다! 하와이는 물가에 비해 술이 쌌다! 아니 아니. 일본이 물가에 비해 술만! 비쌌던 것이다. 그래서 케군은 안심하고 퍼부었다.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싸네~ 싸다~ 란 말을 하며 소비했다.

진짜로 값싼 밥은 아니었지만 와규나 한우와는 다른 스테이크만의 양질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아깝지 않았다.

마지막 밤이 돼서야 괜찮은 마트를 많이 찾았다. 아쉬워라 이런 데서 사서 저녁을 해결했어도 너무 좋았겠다.

포케도 조금 싸게 팔고

베이커리, 조각 피자, 샐러드, 고기 선택지가 많았다.

하루는 콩나물 가격을 비교하며 놀라기도 하고 낫또가 냉동으로만 팔아서 신기해했다.

또르띠아인가? 종류가 많다. 색으로만 봐선 통밀 같은데 Rustic crust란 건 뭘까. 촌스런 크러스트일까 수수한 크러스트일까. 뭘로 해석해도 사전적 의미가 크러스트에게 매우 무례한데 ㅋㅋ

마지막이라니.

하루가 더 사진을 잘 찍어줍니다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우리 가족 ;ㅂ;

전날 밤에 호텔 프런트에 청구 금액을 확인해 놓고 아침에는 셀프 체크 아웃을 했다.

눈 깜짝할 새에 공항에 도착.

캘리포니아 피자의 블랙퍼스트 메뉴가 끝나버려서 아쉬웠던 케군….

탑승구 C4근처의 깔끔하고 큰 푸드 가게에서 케군은 치즈버거를 먹었다.

나는 커피 한잔을 사러 스타벅스에 왔다.
마지막 케나이게러 카페 라떼를 하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아쉬움 없이 내가 하려던 말은 다 해야지. 못 알아들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시 또박또박 말해야지. 무언가 대답이 돌아왔는데 너무 빠르면 알아들은 척하지 말고 솔직하게 물어야지. 현지인과 영어를 하면서 내가 지킨 다짐들이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리퀴드 슈가를 써먹고 레벨 업한 기분을 느꼈다. 고마워요. 네이티브 여러분들. 나는 좌절감보다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아프지 않고 사고 없이 귀국행 비행기에 함께 있는 곰돌이에게 무한한 감사.

아침 11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1시에 도착해 (1일 플러스) 우린 스시를 먹으러 갔다. 나는 갔다 오면 김치찌개라도 먹고 싶어 져야지 왜 나도 스시가 반가운 거지. 외국에 오래 살고 계시는 분들도 그럴까 해외 나갔다 오면 유럽사시는 분은 유럽음식이 먹고 싶고 미국사시는 분은 미국음식이 반갑고 그럴까?

내가 뽑은 하루 카메라 속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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