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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가야역

요즘은 마음이 삭막해서 찍은 사진이 적다. 삭막한 마음은 삭막한 풍경만 보여서 남기고 싶은 게 없었다. 제일 큰 영향은 뉴스다. 코로나는 다시 번지고 러시아가 일으킨 이기적인 전쟁은 아직도 계속이다. 전쟁이 일어난 사실보다 이제껏 아무도 그걸 막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것이 한국에서 만든 통일교가 얽혀있다는 뉴스도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유럽은 40도가 넘는 극고온으로 산불이 번지고 미국도 일본도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지금 지구상에 희망이 있는 나라가 과연 존재할까?
만약 우리 아이들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난 어느 나라가 좋다고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기타센주

그래서 작은 나의 지구에 집중하는 노력 중이다. 처음부터 선택할 수 없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건데 너무 배부른 걱정을 했다 싶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집중하려고 거의 한달 간 뉴스를 5분 이상 보지않았다.(왜 이렇게 핑계같지? ㅋ) 필요한 정보는 어린이 신문에서 얻었다. 정서적인 보살핌을 받는듯한 정보 전달 방식이고 뭐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제로 쓰인 기사가 많다.

케군이랑 보양식도 먹으러 갔다.

타이완에서 온 가게였는데 탕약재가 잔뜩 들어간 샤브샤브였다. 타이완 가게지만 징기스칸이 처음 고안했다는 몽골식이었다.

신기한 열매들은 우려져있고

처음 보는 버섯 포함 여러가지 야채가 왔다.

냄새가 그냥 한의원 ‘ㅂ’

질 좋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한 접시씩 시켰다.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넘어가는 과정이 평소보다 길게 자각되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가 학교 간 사이에 우리끼리 하는 게 이런 탕약재 먹기라니 나이가 들긴 들었다.

<천향회미> 라는 곳이었다. (긴자점) 향이 진해서 쓴 약처럼 눈 딱 감고 먹어야하나 상상했는데 맛있었다. 타이완말로는 텐샨퐈이웨이.. 라고 읽으면 돼나? 대만가서 진짜를 먹어보고싶다. 아… 대만 가고 싶다.

이젠 한국에서 온 거라면 뭐든지 팔리는 분위기가 된 일본. 예전엔 찾아보기도 어려웠는데 이렇게 하나씩 상전 모시듯 앉혀놓고 엄청 잘 보이는 곳에 ‘한국 멜론! 참외!’ 자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뒤에 다시 재입고 되진 않았다. 다들 먹어보고 뭐지? 이 오이맛 과일은? 했을듯 ㅎㅎㅎㅎ 이게 우리가 어릴 때 잘 먹어서 맛있는거지 전체적인 과일 수준에서 놓고 보면 그렇게 달거나 매력적인 과일은 아니다. 게다가 일본의 멜론은 싸고 세상 달기 때문에. 음… 나도… 참외보단 일본에서 파는 그냥 멜론 맛을 좋아하긴 해.… ‘ㅂ’ 아 오늘!!! 미드 보다가 칸탈로프가 나왔다! 이거 이거 일본에서 멜론이라고 하면 과육이 오렌지빛의 당도 높은 이 녀석을 많이 볼 수 있다. cantaloupe구나.. 이거 맛있어요 :)

그래도 참외가 보이면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하나씩은 사게 된다.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엄마 아빠가 맞벌이로 밤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면 할머니가 언니랑 나를 재워주러 우리집에 오시곤 하셨다. 한 칸짜리 단칸방에서 자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 왜 아직 안 오냐고 신발신고 뛰어나가면 망나니같은 나를 잡으러 할머니가 잠도 못자고 쫒아나와주셨다. 그리고 기억이 성큼 건너뛰어 다음에 생각나는 건 이미 노환으로 누운 모습이었다. 외숙모 말로는 애매한 기억으로 하루 종일 계셨다던데 우리가 가면 언니랑 내 이름은 꼭 정확하게 부르셨다. 그때마다 9남매 중 8번째이던 우리 엄만 옆에서 펑펑울었다. 나이든 엄마 자기가 제일 고생시켰다고 그래서 기억하는 거라고 자책했었다. 할머니랑 참외를 같이 먹거나 할머니가 나한테 참외를 깎아 준 적은 없었다. 근데 참외만 보면 엄마랑 이모랑 삼촌들이 이건 어머니가 좋아하셨지. 이건 너네 할머니가 참 좋아하셨어. 꼭 이 말을 하고 참외를 깎았다. 9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돌아가며 그러니까 참외만 보면 ‘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이란 걸 당최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참외만 보면 자동적으로 할머니와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런게 하나 더 있다. 알토란이다. 외갓집은 설날에 할머니가 좋아하셨다며 떡국에 알토란을 넣어 끓였다. 그냥 그날이 오면 토란 떡국을 할어머니가 좋아하셨지를 x최소 5번 듣는게 연례행사였다.

뉴스를 끊은 대신 리카가 가르쳐 준 <Fabulous world> 라는 스포티파이 방송을 들었다.
리카는 늘 말했다. 항상 사람관계에 고민이 많고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누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그런 마음들때문에 스스로도 답답하고 자신이 없다고.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누르는 일에 익숙해서 지나고 나면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만날 때마다 도움이 될 거 같은 내 경험도 이야기도 해 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는데 혼자서도 좋은 팁이 될 거 같은 소스를 많이 찾아보던 중 알게 된 거라고 한다.
-언니 나 요즘 이 방송 들으면서 고정관념에서 많이 해방되고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그래? 진짜 좋은 방송이네!
-네! 언니도 좋아할 거예요!

패뷸러스 월드는 ‘카노 자매’라는 일본의 유명인사 (실제 자매이다) 가 사연을 읽고 조언을 해 주는 식이었다. 이분들 이미지는 성형, 부자, 미혼, 모델 같은 외국 남자 추종자들 (늘 데리고 다닌다), 연령미상, 폭탄발언.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언니 쪽이 많이 특이하다.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로 자신을 성별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양성애가 가능하며 게이인 상대에게 고백을 받기도 하고 자신은 남자 기분인 날도 많다고 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얼하며 살든 우리는 자유롭게 살 필요가 있다고 늘 말한다. 동생쪽은 생각보다 노멀하다. 걱정도 많고 규칙이나 규범을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들어보면 평범한 고정관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언니가 구박함. 그런 언니를 존경하는데 거의 신봉에 가까워보인다. 아무리 노멀한 그 동생이라도 둘의 외모는 전혀 노멀하지 않다. 붉은 머리결에 푸른 눈, 새하얀 피부 터질 거 같은 가슴, 잘록한 허리. 디즈니같은 드레스. 임팩트가 엄청남. 하지만 스트레칭 자세를 생활화해서 다져진 몸매, 선견지명으로 재산을 불리는 등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경제, 문화, 미용에 아우른 여러 서적을 출판했다. 의외로 열성적인 팬이 상당히 많나보다. 대부분 전화 연결하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청취자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처음엔 엄청 웃으면서 즐겁게 들었다.
프로그램 아나운스 : 좋아하는 색깔은?
카노 언니: 투명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자유로운 분.

사연: 전 동성애자입니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너무 괴롭습니다.
카노 자매: 하는 게 두려워서 괴로우면 하지 마세여. 왜 해야합니까? 안 해서 괴로운가요? 누구를 위한 커밍아웃인가요?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면 괴로운 마음이 들까요? 해야한다는 강박이 본인을 괴롭히는 것 아닐까요?

오오.. 뭔가 생각을 뒤집는 듯한 해결책.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해결책?

사연: 남친이 결혼하자는 말을 안합니다. 어떻게하죠?
카노 자매: 그 남친에게 진짜 다른 가족이 없는 거 맞아요?

!!??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연자가 생각해보니.. 맘에 걸리는 게 몇개 있다며?ㅋㅋㅋㅋ

근데 한참 듣다가 내 본색이 드러났다. 생각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주 조금이고 꽤 군데 군데 목이 막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연: 오래 된 친구인데 요즘들어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가시가 되서 자꾸 피하고만 싶고 만나도 즐겁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잘 이 관계를 끊을 수가 있을까요.

아오!! 관계를 끊는데 잘 끊는 방법이 어딨냐. 그리고 가시를 받았으면 그 자리에서 왜 쎄한 반응을 하지 않는거냐. 피하고 피해서 그냥 만나지 않음 되지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카노자매가 이런 말을 했다 “그 친구도 사연 주신 분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요?”
내말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나는 일단 사연들에 공감이 안가니까 해결책이 시원하기보다 뻔한 말이라 듣다가 시들해져버렸다. -라는 건 리카한테 비밀이다.

하지만 리카가 추천해 준 계기로 듣기 시작했기 때문에 묘하게도 모든 주인공이 리카같았다. 그래서 얻은 게 있다. 아.. 리카는 이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기 힘든거구나. 너에겐 작은 상황에서도 큰 용기가 필요했구나. 많이 이해가 되었다. 다음엔 내가 혹시 생각없는 말을 하진 않았는지 살펴야겠다.

한국 갔다 온 추짱과 동네 빙수집에서 만났다

우린 멜론 빙수를 시켰는데 이제 보니 이것도 칸탈로프! 이걸 영어로 하자면 A cantaloupe shaved ice라고 하면 될까요. 옆에 있는 하얀 건 생크림 추가.

사진에 생크림이 원래 있었던 걸 봤는데도 또 추가해서 매우 후회했다. 기억력이 후진탓이다. 맛은.. 상상하던 그 맛이었다. 차갑고 달고 멜론인 맛.
더운데 직원이 쌀쌀맞고 그냥 빨리 먹고 나가줄래. 우리 테이블 회전 시켜야하거든 뭐 이런 구내식당보다 더 야박한 분위기 때문에 맛에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는 곳이었다.

빙수 집에서 나와 내가 몇번 가 본 카페로 안내했다. 친절하시고 커피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좋아했다. 무엇보다 추짱이 몰랐던 곳이라 속으로 뿌듯했다. 이것도 한국사람 종특이라던데 맛집 알려주고 칭찬받으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

추짱은 세상에 800그램짜리 미숫가루를 가져왔다… 세상에.. 난 비싼 거 보다 비행기 타고 오는데 무거운 거 가져다 주는 사람이 제일 감동이다…. (난 지가 쓸 거 아니면 그런 고생은 애초부터 선택지에 없… )고마워… ㅠㅠ 하루가 좋아하니까.. 그리구 많이 두고두고 먹으라고 이렇게 큰 걸 .. ㅠㅠ 추짱이모..

(아마도 지구상 첫 캔커피 이거 아니야?) 집 앞 자판기에 조상님 캔커피 판다.

지나가다가 가 보고 싶어서 찍은 장어집.
케군이랑 다음 보양식 여기로 할까.
새로 생긴 브런치 가게 아니고 다음 데이트 장소로 보양식 찾는 나. 왜 이렇게 됐냐 ㅋㅋ

인터넷에서 보고 폐륜이라며 빵-터진 사진.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러고보니 일본은 왜 창란젓을 다 ‘창자’래. 고기집 가도 창란젓을 메뉴에 ‘창자’라고 표기한다. 창란젓이 ‘찬라누좃’이 되는 것도 썩소 유발하긴 하겠다만 어머니 창자 ㅋㅋㅋㅋㅋ 아 개무섭네.

우리 가족 두번 째 바베큐 날.
이제 좀 해 봤다고 각자 분담해서 불을 지폈다.
근데 미즈모토 공원 바베큐는 실컷 인터넷 예약 다 받고 그 예약한 사람들이 당일 날 줄을 한참 서야한다. 땡볕에 줄 서다 킹 받은 일본사람들이 아니!!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오 아가씨!!! 뭐 한다고 이렇게 오래걸리는 건데요!!! 큰 소리를 쳤다. 현장 모두가 오오— 사이다~~한 컵 마시고 그래도 저-언혀 바뀌는 것 없이 (직원이 선불이라 계산하고 있는데 계산하는 손이 겁나 느렸음) 계속 또 줄 서야해서 도로 고구마 먹었다.

오늘은 된장찌개.
근데.. 일본에서 만든 제품을 가져와서 실패했다. 김치맛을 왜 넣었지? 한국 찌개는 무조건 김치가 들어가야한다 생각한 걸까? 안 맵고 김치 때문에 시었다.
케군이 달고 신 된장찌개를 한 입 먹더니
-토마토 스프야?
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내가 만들 걸 그랬네.

그래도 고기를 이번에는 전부 좋은 걸 사 가지고 가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밖에서 먹는다고 다 맛있는 게 아니라 맛있는 걸 먹어야 맛있군.

초코 아이스크림을 동서남북으로 묻히기로 한 거야?

나는 혼자 회전 스시 집 가는 여자
따뜻한 차를 무한대로 마실 수 있고 밥 먹는 속도와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인분의 양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내가 2접시만 먹고 싶을 때 그럴 수 있고 5접시만 먹고 싶을 때도 그럴 수 있는 것. 다이어터 유지어터들에게 추천하는 곳.

하루 방학하기 딱 하루 전. 혼자 놀기의 마무리는 여기였다.

오늘의 우수상은 연어와 연어알이 흐드러지게 올라간 김초밥. (2접시 먹음)

화장품 성공템. 마스카라 클렌징
오 마스카라처럼 생겨서 눈썹 한 올 한 올에 묻히기 쉬운 스타일이다. 있을 법 하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거 아니야? (나만 몰랐나) 화장솜에 클렌징오일 묻혀서 닦으면 눈썹이 너무 빠지고 마찰이 심해서 싫었는데 말이다. 욕실에 두고 이걸 눈썹에 묻힌다음에 그 위에 전체적으로 얼굴 클렌징 하면 너무 잘 지워진다.

이거 좋다!
아누아 어성초 수분 진정 앰플
참고로 저는 확실히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끈적한 콧물 텍스처를 좋아합니다. 산뜻한 텍스처 원하는 분에겐 비추. (그건 마녀공장 앰플이 산뜻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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