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3월의 장금이 언니 끌고 다니기.
언니는 잘 걷고 잘 웃고 햇살도 즐기고 바람도 즐기고 비도 싫지 않다 한다.
계속해서 한국 아이돌의 인터뷰를 워드로 만드는 스크립트 일을 하고 있는데 여러 성격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니까 객관적으로 느낀 바가 생겼다.
누구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자기주장이 너무 뚜렷한 나머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싫은 것을 번번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멤버가 무슨 말 만하면 그게 좋다고? 어우~ 난 너무 싫어. 어우~ 난 못 먹어. 어우~ 난 못 하겠어. 넌 좋아해라 나는 싫을 뿐이야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부정당하는 느낌이겠다.. 싶었다. 30대로 넘어간 베테랑 아이돌의 인터뷰는 들을 때 편하다. 사랑이 넘친다? ㅋㅋ 서로 수용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건 본인이 싫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참 철이 빨리 들었다. 아닌가? 이제야 그걸 안 내가 늦어도 개 늦은 건가. 마흔에 알았으니 내 스무 살이 얼마나 망나니 같았을지 상상이 가서 안 봐도.. 이불 킥이다.
장금이 언니를 만난 건 서로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언니는 만났을 때부터 정말 철이 꽉꽉 들은 사람이었다. 아마 언니는 스무 살 때도 다르지 않았을 거 같다. 그래서 언니를 만나는 날은 배우는 게 많다.

진보쵸 중고 책 페스티벌이 열렸다.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더 놀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여기저기 연주와 공연도 있고 골목마다 노점으로 메워져서 단돈 몇 백 엔에 먹고 죽으라는 듯 그릇 가득 음식을 담아줬다. 재고 처분하는 중고책, 새책, 장난감, 잡화, 중간중간 특이한 골동품도 가끔 얌체처럼 껴 있었다.

한참 축소된 이벤트가 되어 버렸어도 장금이 언니는 처음 와서 신기하고 재밌다며 몇 권 싸게 건졌다.
언니는 자연스레 영어 원문 책을 뒤적이는 나를 기특하다 말해주고 참 민망하지 않게 발음도 뜻도 가르쳐주고 잘한다 잘한다 사인을 준다. 내가 언니랑 만나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하고 고맙다고 느끼는 게 (뭐 딱히 해 주는 것도 없는데 ㅋㅋㅋㅋ) 왜인지 알았다. 한 순간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닌데. 참 큰 배려인 거 같다.

내가 맘에 든다고 우긴 간판이 딱히 별로라도

혼신을 다해 ㅋ 갬성 넘치게 찍어주는 센스.
(다시 보니 그냥 그랬던 거 같아.. 언니는 첨부터 별로 였지? ㅋㅋ)

언니가 예쁘다고 했던 벽은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진짜 예뻤다.

둘 다 맘에 들었던 벽.

사이좋게 한 장씩 남겼다.

데려가고 싶었던 진보쵸 ‘킷사코’ 카페

사진 찍고 노닥이다 우리 앞으로 한 손님이 앞질러 쑥 들어가는 바람에 마지막 테이블을 빼앗겼다. 밥집도 아니고 카페라 기다리기 뭐해 그냥 다른 곳으로 향했다. 눈치 까고 그 손님들 들어가기 전에 비집고 갔어야 했는데 뻔뻔함이 좀 부족했네. 크

다시 스이도바시로 걸어와 도쿄돔 시설에 있는 도넛 가페에 데려갔다. 아까랑은 정반대 분위기지만

나름 괜찮지 언니?

언제 또 이런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었지.

이것은 유치한 나의 아웃풋

나는 정말 장금이 언니 센스의 팬이다.
똑같은 걸 찍어도 언니가 하는 아웃풋은 차원이 다르다. 다운로드 불가능한 장금이 필터.

유아스런 나의 아웃풋 ㅋ

진보쵸 문구점에서 산 문구들을 뜯었다.
가벼운 공책 (3권 묶음)

그리고 파일롯트의 ‘쥬시펜’ 하이텍씨 처럼 가늘고 얇은데 더 쥬~시 하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이 쥬~시

그리고 필통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인덱스 필름이랑 케이스. 보라색은 리필용. 파스텔톤이 아주 그냥.. 핡핡

아무도 없어서 타이머로 놀기.

그리고 나는 휴일이 귀한 직장인을 밤늦게까지 저녁 먹고 가라고 붙잡고 질척거리는 중

동네에서 제일가는 이탈리안이라고 데려갔다가 만석이라 쫓겨나고 그래도 가지 말라고 징징

동네에서 제일가는 베트남 음식집에 끌고 갔다.

한국에서 살쪄왔다고 커피나 마시자고 했는데 아니라고 동네에서 잘하는 베트남 음식집 보여주고 싶다고 기어이 밥 먹이는 나.

정말.. 진상 부려 미안해.
또 놀아줘.

반응형

'도쿄와 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 토도로키 계곡  (3) 2022.06.29
카페 일상  (14) 2022.06.28
2022년 사쿠라 기록  (8) 2022.04.28
3월 일상과 카페  (17) 2022.04.14
2월의 일상과 카페 : 별 거 아니어도 상당히 나이스한 아이디어  (14) 2022.04.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