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침부터
이렇게 신날 수 있어?
꽥 뭘 던지는 거야!!
춥고 졸린 큰 곰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탕 속에 몸을 푹 담갔다. 냉동식품이 해동되는 기분 ㅋㅋㅋㅋ 우리 심신수련 왔냐고
아침밥 최고였다.
어느 여관이나 조식 레퍼토리는 비슷비슷하다.
유토-후 (데친 두부) 연어 구이, 톳나물, 뿌리채소 간장 조림, 샐러드, 미소시루, 낫또, 수란, 츠케모노(백김치 같은 느낌)
생선구이랑 김은 무조건 나오니까 (편식하는) 하루의 끼니로도 완벽한 믿고 먹는 여관 조식입니다.
좀 녹은 큰 곰
애미는 털조끼 가져와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하루는 그 여관이 자꾸 더웠다고 없어도 됐을 거라고 한다. 허허 온도 차이 당황스럽네. 고딩시절 서울의 엄동설한에도 맨다리에 코트도 없이 동복 교복만 입고 마르지도 않은 머리로 등교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학교 도착하면 머리카락들이 고드름이 돼서 꺾어서 뚝뚝 소리를 냈다. 나도 그렇게 엄청난 신진대사를 자랑하던 때가 있긴 있었지.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몸땡이가 되었다니.
여기는 1박만 예약했었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여관이었다고 촘 이 추위가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었나 봐)
방에만 온수가 안 나오는 트러블이 있었는데 우린 방 샤워기를 한 번도 안 썼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지만 체크아웃할 때 무료 숙박권을 받았다. 여사장님이 직접 나와서 자필 사인을 한 티켓을 깊이 허리 숙여 주셔서 소..송구.. 송구.. (이번 숙박요금은 냈고 다음에 쓸 수 있는 티켓)
케군은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에 올 여관은 아니라고 절레절레 흔든다. 근데 숙박권이 양도 불가,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마음만 받으라 이거지. 우리도 성의는 잘 알았습니다.
오늘은 키리시마 온천을 출발해서 드라이브로 사쿠라지마 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섬에는 다리가 아닌 그냥 육로로 갈 수 있다. 그럼 섬이 아니지 않나? 어리둥절하다니까 시아버지가 집에 있던 책을 뒤져 이유를 가르쳐주셨다.
사쿠라지마는 실제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섬이었다. 그런데 1914년 대 분화로 용암이 흘러내리고 인근 육지에 닿아 한쪽이 붙어버린 것이다. 지형이.. 지구가 바뀐 현장!!! (이것 때문에 나도 살짝 화산 보러 간다는 말에 조금 수긍함)
여행 전에 케군이 사쿠라지마 하면 페리니까 (일본인들은 이 이미지가 강한 것 같음) 배로 갔다가 관광하고 배로 나오면 되겠네~ 두리뭉실 세운 계획을 내가 바꿨다.
-붙어있는 육로로 드라이브해서 들어간 다음에 떨어져 있는 해로로 배 타고 나오면 되지 않아?
-그럼 같은 거리를 너무 빙 돌아가잖아. 멀지 않아?
남자들은 이래서 문제다.
-그게 여행이지. 우리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왜 꼭 최단거리 계산해서 가야 해? 같은 길 두 번 가는 게 더 아까운 거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던 케군이 끄덕끄덕한다.
우리는 뭐 한 것도 없지만 휴게소를 가리키는 ‘미치노에끼 (길의 역)’에 들렀다.
동네 분들의 슈퍼 겸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
화장실도 한 번 들려주고
청소했다는 의미로 화장지 끝을 세모 낳게 접는 게 오래된 일본 문화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방지 목적으로 접지 않기로 했단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데…
요즘, 코로나를 계기로 바뀐 것들이 많다. 핸드 드라이어 사용을 금지하거나, 비데 코드 뽑기, 대여해주던 서비스 없애기. 근데… 종합적으로 그렇게 철저하게 방역 안 하면서 그냥 귀찮은 일이나 코스트 줄이려고 옳다구나 핑계 좋게 때려치운 거 아닌가… 그냥 개인적인 인상이 그렇다.
길 건너에 우동 집이 보인다. 가고시마 우동은 어떤 느낌일까
케군은 냄비 우동
나는 본 적 없는 메뉴 이름에 눈이 간다. 난코츠 우동? 난코츠는 연골이라는 뜻인데 도쿄라면 물렁뼈 부분을 구운 닭꼬치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온 것은 부들부들하게 푹 익힌 달달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우동이었다. 입에서 녹아버리는 장조림 느낌?
잘 먹고 갑니다.
식당을 나와서부터는 내가 운전대를 잡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와~ 다시 시작된 구불구불 산길. 신호가 없으면 스피드 내고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정신 못 차리게 빠르기만 하고 쉼표 하나 없이 달리려니 후들후들하다! 조금 가다 신호 나오고 정체되고 쉬엄쉬엄 브레이크 밟을 일 많은 도심 운전이 난 더 마음이 편하다 느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주변이 예뻤네. 난 경치를 느낄 여유가 없던 스릴만점 여행이었다 ㅋㅋ
여긴 내가 보고 싶어서 정한 작은 신사였다. 이곳에 1914년 그 대분화의 흔적이 역력한 증거를 하나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토리이. (속세와 신계의 경계를 만든다고 여겨지는 문. 어느 신사에서도 볼 수 있다.)
원래 3미터 크기였던 것이 용암과 화산재로 여기까지 묻힌 채 보존되어 있는 곳. 좀 흥미롭지 않나요. 화산은 여전히 활동 중인데 이렇게 근거리에 사람 사는 집들이 있다는 게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왜 이 섬을 버리지 않는 거지. 왜 여기 학교가 있는 걸까. (현재 4600명이 거주 중) 익숙함이란 건 사람의 모든 공포심 위화감 선입견을 다 뛰어넘는 것 같다. 날 때부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가끔 화산이 분화해서 재가 흩날리는 모든 일이 이상하지 않나 봐.
도쿄에서 왔다고 방명록을 남기고 있는 하루.
전방 주차 늠흐 기쁘다 ㅋ
다음에 들렀던 곳은 아리무라 전망대.
용암들과 화산재로 이루어진 언덕을 오르면
핡 귀여운 곰탱이 발견
다시 또 오르면
절경의 사쿠라지마 화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산 먹는 것처럼 찍어달라니까 아무 요구도 들어주지 않아 그냥 돌아이 만든 케군 뭐야, 이럴 거면 왜 알았다고 한 거냐고
둘이 점프하는 거 찍어달랬는데 그 요구도 대충 들어줘서 그냥 전부 뚱뚱해 보이게 만든 케군.
재주다... 재주야..
그러고 보니 사쿠라지마는 섬 이름이고.. 저 화산의 이름은 뭐지? 찾아봤더니 정식으로는 '사쿠라 온타케'라는산이었다. 그런데 온타케, 츄타케, 미나미타케, 여러 꼭대기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 다 작은 분화구라고 한다. 폭발하는 구멍이 한 개도 아니었어... (도대체 이 섬에 왜 사시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ㅁ; )
사실 운전했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았던 날이라 지금 블로그를 하면서 다시 새로운 여행 기분을 곱씹었다. 빨리 다음 이야기가 제일 궁금한 건 나인 듯. ㅋ 조만간 또 계속됩니다!
'여행 하는 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고시마] 2021년 12월 여행 셋째날: 가고시마 현립박물관/가고시마 라멘/센간엔/공항 (9) | 2022.02.22 |
---|---|
[가고시마] 2021년 12월 여행 둘째날: 고양이관광대사/사츠마이모 디저트/자동차로페리/수족관/선 로얄 호텔/샤브샤브 (9) | 2022.02.17 |
[가고시마] 2021년 12월 여행 첫째날, 키리시마 온천여행 (10) | 2022.02.08 |
[나가노현] 타테시나 여행 5편 : 둘째날 석식, 조식/책 읽는 밤 (12) | 2021.10.18 |
[나가노현] 타테시나 여행 4편 : 쿠루마야마 리프트/ 코로복쿠루 휘떼 카페 (15) | 2021.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