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샵에서 나를 엄청 졸라 꽃가루 박을 사더니 엄마 생일상 차려주려는 거였다. 위에 금색 동그라미에 밑으로 나있는 끈을 당겨 도르르르 ‘축하합니다’ 라는 글씨가 굴러떨어졌다. 이 박을 일본말로 くすだま쿠스다마 라고 하는데 동서가 듣더니 “쿠스다마로 축하해줬어? しぶいね〜” 라고해서 쿠스다마가 가진 이미지를 나도 처음 배웠다. 시부이라는 형용사는 늙은이 같다. 중후하다. 연식있다. 애늙은이 같다.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은 뜻의 늙은 느낌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요즘 세대 같지 않은 멋을 뭐라고 수식할 수 있지? 화이트보드에도 엄마 40살 축하해. 이제 만나이도 마흔을 찍어버렸다. 내 깊은 슬픔을 알 턱이 없이 하루는 계속 축하하고. 이때가 아니면 이런 장난은 못하지. 아주 맛있는 얼굴을 하고 신나게 폭죽을..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여기 여기가 제일 즐거워... 내 호텔 (인수한 줄)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지금 이토록 인자한 정적 속 풍경과 손목의 시계가 매칭이 안 된다. 이 시간 도쿄라면 학교에서 집으로 달려오는 (천천히 와도 돼...) 하루가 총을 쏘듯 초인종을 누르면 (제발 살살 눌러줘..) 바빠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우리 애기 다음 스케줄을 위해 머릿 속도 손 발도 풀가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라서. 게다가 이번 여행 내내 하루는 아빠 손 잡고, 아빠 차 옆좌석을 꿰차고, 온천탕도 아빠랑만 가니까 나는 같이 이동만 하는 관광객인 것처럼 (같은 투어 상품 쓰는 다른 손님? ㅋ) 퍼스널 스페이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혼자 여성 전용 노천탕을 가 볼까? 밖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