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알람을 끄려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쥐고 나면 자동적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블로그 댓글을 확인하고 인터넷은 나를 쉽사리 놔 주지 않는다. 댓글에 꼭 보세요! 기분 좋은 일드 추천이 있었다. 선물같은 설레임으로 빵빵해 진 몸이 바람에 날아가는 풍선처럼 가볍게 일어난다. 야무지게 양말 신고 잠바를 꽁꽁 싸맨 아이가 학교로 떠났다. 갑자기 시간이 멈춘듯 집이 조용해진다. 위트 넘치고 박자가 유쾌한 드라마에 박장대소를 하며 화장을 마쳤다. 좋아하는 옷이 바로 정해졌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루가 유치원 다닐 때 알고 지낸 엄마가 먼저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아주 멀리서부터 떨어져라 손을 흔든다. 내 광대도 한 껏 올라가며 손을 흔들었다. 막상 눈 앞에 왔을 땐 자전거 위에 있는 그녀는 차창 풍..
월요일 되기 2시간 남은 늦은 밤. -추짱! 내일 뭐 해! 나 내일 5시까지 시간 많은데 무례하고 상식 없는 권유에도 추짱은 콜을 해줬다. 동네동갑친구플렉스. 게다가 나는 도쿄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가마쿠라에서 에노덴을 갈아타고 바다 보며 밥을 먹고 싶다는 황당한 희망 사항을 늘어놓았다. 근데 좋대. 추짱..너의 자비로움이란… 다음엔 내가 아무리 느닷없고 장황해도 너의 버킷리스트를 다 들어주겠노라 다짐했다. 밤 11시 45분에 패션쇼가 벌어졌다. 빨간 티를 입었다가 다시 벗고 초록 티를 입었다. 요즘 나의 공식은 롤업 한 진청에 흰 양말이지만 왠지 내일은 이 베쥬 바지가 정답이다. 늑낌이 왔어. 우에노에서 만나 가마쿠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그린석에 카드를 찍었다. 이 한 장은 오늘 있을 일을 누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