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통에 여러 가지 때려 넣고 만든 새우죽이랑 새우만두를 구웠다. 나도 케군도 만두를 너무 사랑하는데 요즘 일본은 교자 바람이 불어 냉동 코너에 각종 만두로 넘쳐나 즐겁다. 새우만두, 고수만두, 김치만두, 부추만두, 후추만두 테마도 다양하게. 사실 집에서 만드는 날 반, 사 먹는 날이 반. 슈퍼에서 사 온 반찬에 치라시 스시 (회덮밥 느낌) 고기, 두부 넣고 오이스터 소스로 간을 한 볶음밥 배추랑 닭고기 넣은 찜아르바이트 끝나고 출출해서 도시락집에 갔다. 반찬하나 오니기리 하나를 사고 정수기 물을 한잔 뜨는데 물이 폭포수처럼 쫙쫙 퍼부어 손이 흥건히 다 젖었다. 물이 공격을 하더라고. 종이컵에 물이 들어가자마자 퉁겨져 나와ㅋ잠시 살림 좀 보고 가세요. 침대 머리맡에 충전기를 딱 고정시키고 싶었다. 자석도 ..
나는 오랫동안 I의 삶을 살다가 20대 무렵 인싸가 되는 경험을 하고 E로 돌변한 케이스다.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엔 여러모로 관리가 안된 모습이라 어른이고 아이고 어느 정도 나를 멀리하는 것도 당연했다. 부모님을 탓하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맞벌이에 빈곤한 가정환경이었다. 잘 씻고 옷도 매일 갈아입는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차가운 물로 매일 머리를 감기 싫었고 (게다가 난 극지성 두피였다) 4학년부터 시작된 여드름에 옷은 늘 꼬질했다. 4학년 때였나? 앞에 나가 산수 문제를 풀라고 했는데 못 풀면 칠판을 잡고 뒤를 돌아 엉덩이에 방망이를 맞아야 했다. 원래는 세 대를 맞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내 엉덩이를 내리치자 언제 빨았는지 모를 내 청바지에서 엄청난 먼지가 풀풀 날려 아이들 앞에 내가 당할 창..
손주들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는 시아버지 집에 하루가 부린 어리광…방 한가득 이(딴) 것을 만들어놨다. 할아버지랑 하루는 비밀기지라고 우기는데노숙텐트임. 하루가 아버님 집에 쌓여있는 박스들로 집을 만들기 시작하자 아버님이 바닥에 돗자리도 깔고 막 전기 선도 연결하고 (아버님 더 신나신 거 확실하다) 안 쓰는 티브이도 전화도 연결하고 라디오, 거울, 손전등빗자루 쓰레받기둘이 꽁냥꽁냥 만든 장난감에쓰레기통까지꽃으로 장식한 창문으로 뭘 자꾸 주문하래. 하루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겠다. 도시 한복판의 복합주택에서 뛰지도 못하는 손주들이 항상 안쓰럽다는 아버님. 하루가 놀러오면 톱질 칼질 망치질 같은 걸 하면서 놀아주셨다. 하루가 만들기나 뚝딱이는 놀이를 좋아하게 된 건 이공계 출신에 설계가 직업이셨던 할..
어느 토요일 오후 혼자 집에 일찍 돌아와 적막을 의식하자 갑자기 적적한 기분이 들었다. J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제: 왜에? 동: 적적해서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시시콜콜 늘어놓다가 적적한데 스스로를 더 적적하게 만드는 요즘 우리 행동들을 꺼내며 맞아 맞아 서로 공감했다. 매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거 먹고 똑같은 데 가고 똑같은 사람 만나고 아니.. 사람은 안 만나고 맨날 똑같은데 그렇다고 여행을 가자니 거기 가서도 똑같은 체인점, 편의점, 슈퍼에서 똑같은 걸 사 먹고 똑같은 커피를 마시고 그럴 것 아닌가. 그것도 피곤하고 할 맘 안 나고 새로운 시도도 도전도 만남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니 더 적적하다고. 맞아 맞아. 언니 나 지금 통화하면서 우리가 왜 심심해지는지 안 거 같아요. 상상력이 부족해진 ..
부릉부릉 나들이 시동을 켜고 장소를 물색하던 우리는 의견이 엇갈려 계속 결론을 못 내고 있었다. 케군은 관광업 회복으로 어딜 가나 사람 많은 곳에 지쳐있었고 나는 그렇다고 귀중한 3일 연휴를 집에서 보내는 건 하루 유년시절을 아깝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갈래? 시큰둥한 케군을 살살 꼬셔 근교 여행을 나섰다. 호텔 예약 직전까지 치바에… 뭘 하러… 가나… 갸우뚱하는 케군에게 내 생각을 열심히 전했다. “치바에는 하루가 좋아하는 고성이랑 과학관이 있어.” 하루가 태어난 이후 나의 최대 관심사는 늘 육아였지만 요즘 하루랑 함께 할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감이 느껴지고 나선 더욱 행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으로 삼기엔 다소 지루하고 유치한 과학관을 메인으로 이틀간..
하: 엄마 오늘 학교에서 윷놀이했어. 학교에서 돌아온 하루가 느닷없이 말했다. 뭐라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본 초등학교에서 다 같이 한국의 전통 놀이를 했다고?? 나: 진짜야? 그… 그걸 어떻게 알고 했어??? 하: 원래…. 다른 시간인데 선생님이 하자고 그래서 다 같이 나가서 했어. 운동장에서. 나: 세상에.. 그걸 어떻게 했지?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대? 케이 컬처 위상을 느껴야 하는 대목인가. 아니면 다양한 나라의 전통놀이 경험해 보는 건가? 윷을 어디서 났지? 와!! 진짜 신기하네!!! 별 상상이 다 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것이다. 나는 어벙벙하기도 했지만 너무 기뻐서 서랍 안의 잊혀져 있던 윷놀이를 꺼내왔다. 나: 이거 봐. 우리 집에도 있어!!! 엄마가 하루 다섯 살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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