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그룹 레슨에서 60대 여성분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하시는 첫 문장부터 발음이 예사롭지 않으신 게 일본인에겐 들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현지에 살다 온 게 아닌데 이렇게 영어 발음 굴러가는 일본 사람 처음 만났다. 모두가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스스로 오랫동안 중국어 선생님을 하셨고 특히 중국어 발음 교정이 전문이라고 하셨다. 오오- 그 어렵다던 중국어를. 내 옆자리에서 나랑 짝을 이뤄 다이얼로그 파트너를 하게 됐다. 다른 팀들보다 일찍 끝내고 도쿄의 맛있는 중국집 가르쳐달라거나 영어로 사담을 나누면서 살짝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 분은 참 아는 것도 많고 이력도 굉장하고 그런 나이임에도 열정 있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 너무 호감이다…라는 인상 속에 수업을 마치고 일어났는데 나한테 J..
혼자 우에노에 산책하러 갔다. 사실 온 가족이 같이 갔는데 가는 길에 하루가 엄마한테 너무 짜증을 내서 늬들 둘이 박물관 가. 나는 이런 기분으로 쟤랑 휴일을 못 보내겠네. 이따 만나자. 하고 우에노 안에서 헤어졌다. 여자들이 생리 전에 불안정할 때 처럼 사춘기 애들이 자기 맘이랑 다르게 빗나간 태도가 나가버린다는 걸 안다. 호르몬 핑계대고 여자들이 계속 저러다간 연인이랑 헤어지고 친구도 잃는 것처럼 사춘기라고 영원히 이해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에노 분수대를 지나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클래식한 건물들이 보인다. 국제 어린이 도서관도 클래식한 건물 중 하나인데 건축가 안도 타타오의 디자인으로 모던과 클래식이 버물버물 되어 있다. 가자마자 테라스가 보이는 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우에노가 사람으..
여기는 개화기 느낌 충만해서 좋아하는 카페다. (전에도 두어 번 등장한 적이 있어요)거무죽죽한 금색 도장이 막 설레게 하는 곳.이 집 시그니처 생크림 빵을 한 번 이런 각도로 보여주고 싶었다. 맛은 상상 그대로의 맛이지만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인 거죠. 梟書茶房 Esola池袋店 https://g.co/kgs/7noH3cQ 梟書茶房 Esola池袋店 · 4F, 1丁目-12-1 西池袋 豊島区 東京都 171-0021 日本4.0 ★ · カフェ・喫茶www.google.com레트로 감성 하나 더. 도쿄도 미술관 로비 공중전화 시커먼 녀석인 줄 알았더니?하양이었네?이사 간 메구상 집에서 보이는 스카이 트리. 요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아 인생의 아픔을 겪고 있는 메구상이 걱정돼서 자주 갔다. 식재료를 사서 저녁도 만..
마리상 (가명)은 50대 주부다. 아니다. 아이들이 이미 다 컸고 이혼하고 혼자니까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돌 볼 집안일이 없으시니 주부는 아닌가. 결혼도 했었고 일은 하지만 파트타임이니 주부인가? 주부였다가 마치 퇴사하면 직업이 바뀌는 것처럼 주부가 아니게 되는 순간은 오는 걸까? 그건 언젤까 애들이 독립하면? 남편이랑 이혼하면? 직장에 출근하면? 뭐지? 주부는?? ㅋㅋㅋ 서론부터 아무말…송구해요 ㅋㅋ 아무튼 마리상은 가끔 나랑 한국어 수업을 한다. 내 수업은 문법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면서 보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제시해 드리는 수업이라서 은근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치 경제도 아니고 결국은 지금 빠진 것들, 여..
나는 오랫동안 I의 삶을 살다가 20대 무렵 인싸가 되는 경험을 하고 E로 돌변한 케이스다. 어릴 적 국민학교 시절엔 여러모로 관리가 안된 모습이라 어른이고 아이고 어느 정도 나를 멀리하는 것도 당연했다. 부모님을 탓하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맞벌이에 빈곤한 가정환경이었다. 잘 씻고 옷도 매일 갈아입는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차가운 물로 매일 머리를 감기 싫었고 (게다가 난 극지성 두피였다) 4학년부터 시작된 여드름에 옷은 늘 꼬질했다. 4학년 때였나? 앞에 나가 산수 문제를 풀라고 했는데 못 풀면 칠판을 잡고 뒤를 돌아 엉덩이에 방망이를 맞아야 했다. 원래는 세 대를 맞아야 하는데 선생님이 내 엉덩이를 내리치자 언제 빨았는지 모를 내 청바지에서 엄청난 먼지가 풀풀 날려 아이들 앞에 내가 당할 창..
어느 토요일 오후 혼자 집에 일찍 돌아와 적막을 의식하자 갑자기 적적한 기분이 들었다. J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제: 왜에? 동: 적적해서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시시콜콜 늘어놓다가 적적한데 스스로를 더 적적하게 만드는 요즘 우리 행동들을 꺼내며 맞아 맞아 서로 공감했다. 매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거 먹고 똑같은 데 가고 똑같은 사람 만나고 아니.. 사람은 안 만나고 맨날 똑같은데 그렇다고 여행을 가자니 거기 가서도 똑같은 체인점, 편의점, 슈퍼에서 똑같은 걸 사 먹고 똑같은 커피를 마시고 그럴 것 아닌가. 그것도 피곤하고 할 맘 안 나고 새로운 시도도 도전도 만남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니 더 적적하다고. 맞아 맞아. 언니 나 지금 통화하면서 우리가 왜 심심해지는지 안 거 같아요. 상상력이 부족해진 ..
오늘의 오픈 멤버는 세 명이었다. 보통은 둘이 나와 한 명은 홀을 맡고 샐러드 바와 계산대의 시제를 정리하고 한 명은 키친의 납품된 식자재를 정리하며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도 부랴부랴 끝나는데 오늘은 세명이라 여유로웠다. 어? 그러고 보니 세 명 중에 내가 가장 고참이다. 어느새 파스타 집 아르바이트는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흔치 않게 생긴 시간을 놓치지 않고 묘에게 말을 걸었다. 경험상 선배로서 잡담을 터 주는 게 수다 떨기 편하더라고. 나: 일본에 미얀마 친구는 생겼어요? 조심스럽게 묘가 웃으며 말했다. 묘: 네. 조금 생겼어요. 그는 원래 생소한 발음의 긴 본명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다 외울 수 없어 특징적 음절만 따서 묘라고 불리는 중이다. 묘는 6개..
영어 이전에.. 역시 책이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혀도 대화를 이어가려면 자기 생각이란 걸 해야 하는 법. 그런 걸 가지고 있어야 뭐라도 끄집어 내서 영어가 나온다. 내가 하는 온라인 영어 회화 서비스에 토픽만 100개 표시되는 ‘5분 디스커션’ 이란 게 있다. 추상적인 것부터 어떤 물건까지 미신, 행복, 결혼, 취미, 전자제품 이런 식으로 나열만 되어있는데 내가 고르면 튜터는 정해진 질문을 하면서 영어를 끌어내는 수업이다. 나는 프리토킹인 듯하면서도 아닌 이 수업을 제일 좋아한다. 물론 5분씩 하고 칼 처럼 자르지는 않는다. 25분 동안 주제 하나로 벅찰 때도 많다. 튜터에게는 늘 정해진 질문지가 있어서 그들에게도 참 쉬운 교재일 테고 나는 같은 토픽을 다음에도 고르면 무슨 질문이 올지 미리 아니까..
- Total
- Today
- Yesterday
- 홋카이도
- 도쿄일상
- 카페
- 하루
- 영어공부
- 육아일기
- 한국여행
- 도쿄여행
- 마흔살영어
- 괌여행
- 일본생활
- 한국
- 긴자
- 여행
- 하와이
- 일본여행
- 가마쿠라
- 도쿄
- 하루한국
- 북해도
- 여름여행
- 온천여행
- 여름휴가
- 집밥
- 일곱살
- 바베큐
- 도쿄카페
- 착장샷
- 여름방학
- 도쿄생활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