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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는 지유가오카의 피자집을 예약했다. 아니 치즈 집인가? GOOD CHEESE GOOD PIZZA. 히비야 미드타운에 입점된 가게를 예전부터 가고 싶었는데 평일이고 주말이고 어찌나 줄이 긴지. 그렇게 피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 그런데 지유가오카에도 있었구나. 그리고 분명 히비야 미드타운점은 런치 예약은 안됐던 거 같은데 여긴 자리 예약이 가능했다. 11시에 타베로그 (맛집 랭킹, 소개, 예약 사이트)로 자리 확보.

장금이 언니랑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어떻게 시키는거지?? 평소보다 더욱 흐리멍텅한 눈으로 직원과 교신을 시도했다. 시그널을 받은 직원은 빠르게 피자 하나에 치즈랑 샐러드를 추가해서 스탠다드(치즈랑 샐러드에 천 엔) +피자 세트는 어떻겠냐고 추천해줬다. 피자가 2000엔 정도였다. 크기를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가격이라면 둘이 한 판을 먹는 게 맞는 거 같다.

솔직히 기억에도 까마득한 여름의 데이트였다. 지금 이 포스팅을 올리는 이 시간 머플러로 목을 꽁꽁 싸매고 냉랭한 밖을 달려 카페에 도착했는데 쨍하고 뜨거웠던 여름 사진을 보고 있으니까 무척이나 옛날 같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사람들이 과거 사진을 보면 훨씬 시간의 흐름을 빨리 느끼지 않을까? 갑자기 기억도 못하는 시간이 마구 지나가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조급함이 느껴진다.

먼저 치즈 모둠이 나왔다. 세 가지 종류별로. 어디 어디 얼마나 GOOD 한 지 먹어볼까.

이 샐러드가 1인분이었는지 2인분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화덕에 구운 피자는 거꾸로 뒤집어 패대기치지 않는 한 다 맛있다는 게 내 기준이라 맛없진 않았지만 피자를 먹으러 여길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아까 나온 치즈는 촘 맛있었어 근데.. 양이 작네.. 사진으로 보니 양이 많이 작았네. 결론은 비쌌던 걸로.
(유지어터에겐 딱 좋은 양이었지만 보통 1인분치고는 적게 나오니 참고하시길!!)

피자보단 햇살 맛집

장금이 언니의 헬 직장 (정확히 헬 거래처) 썰을 팝콘 대신 피자를 씹으며 들었다. 왜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 영어로 속이 썩는가. 이 시추에이션을 우린 만날 때마다 상기하며 해탈의 웃음을 짓는다. 웃음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한국 담당자 하나 죽어나갈 업무 강도.

여기서 빵을 사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있는 한국담당자
잘 모르겠는데 세계1등 한 비건 레스토랑.

짠-
오늘의 메인 데이트는 도예 체험이다.
장금이 언니가 취미 삼아 떡이나 요리 수업을 다니는 걸 보고 언니라면 나랑 같이 이런 거 해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예전에 아이하고 둘이 도예 하러 갔을 때 여자 친구들끼리 온 그룹이 수다 떨면서 자기 취향의 그릇을 만드는 데 참 해 보고 싶었었다. 여자 친구랑 ‘ㅂ’

지유가오카의 <츠보미>
1일 체험으로 두 개 만들 수 있는 코스였다. 포인트 쓰고 비기너 할인받아 1 사람 당 4500엔이었다. 경기도 이천에 가면 2만 원에 접시 만든다면서요? 배아프닼ㅋ 100엔 샵에 가면 마흔 개 정도 그릇을 살 돈이라고요? 아라요 잘 아라요. ;ㅁ;

하지만 이런 거 해보고 싶잖아요.

너무 재밌잖아요.
우린 흙을 어루만지고 곡선을 손으로 느끼는 행위가 정말 평화롭고 힐링돼서 깜짝 놀랐다. 서로 눈 마주치면서 ”어우~ 야~~~ 뭐야 이거~~~“ 물결너낌을 마구 주고받았다.

어우~ 뭐야~~~ 왠일이야~~

그날 우리를 지도해 준 아마네상이랑 별별 얘기를 다 하며 엄청 친해졌다. 앳된 얼굴에 순수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무사시노 미대를 졸업했다길래 우린 어머!! 수재네. 완전 수재네요. 허니와 클로버! 마흔 넘은 왕언니들의 한물간 이 만화를 알랑가 반신반의했는데 아마네상은 그거 보고 무사비 대학 간 거예요! 의외로 그 만화 알았다. 유대감으로 하나가 됨. ㅋㅋㅋㅋㅋ
취미가 뭐예요? 좋아하는 거 있어요? (딱 봐도 어딘가에 제대로 꽂혀있을 만렙을 느낌) 물었더니 남돌이나 애니가 아니라 노기자카라는 일본 여돌 오타쿠였다. 오오!! 의외시다. 그때 한 아마네상의 일본어 한 문장이 특이해서 확 반해버렸다. 평소 쓰지 않는 단어라서 지금 잊어버렸는데…
“노기자카를 마음 깊이 사랑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느낌의 강단 있는 문장이었다.
와우 진짜 행복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무언가 덕질하는 사람들에게 질투 나는 점은 친구, 직장, 가정에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한편에 늘 행복할 수 있는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긴 시간 인내해서 성공하거나 목표를 이루는 그날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이 즉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비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다.

세 작품을 만들었고 그중에 균형이 좋은 두 개를 골랐다.

유대감 터지고 있었는데 주책맞게 우린 혹시 물레 하면 사랑과 영혼인데 오~ 마이 러브~ 이거 아냐고 너무 나가서 90년대생 아마네상을 아… 들어 본 거 같기도 하고…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 할미들이 미안해요. 다시 허니와 클로버까지 돌아가요.

구우면 이거보다 사이즈가 쪼그라진다

색을 고르고 다 구워지면 한가한 나에게 전화를 달라고 부탁하고 가게를 나왔다.

우어!!! 장금님 카메라천재냐고

일단 서 보래서 서 보면 파란 주정차 표지판에 녹색 이파리와… 빛, 구도 이리이리 구성지고 눈이 즐거운 사진을 만들어낸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우냐고요. 본투비?

아쉬움에 팥빵 집에서 수다를 떠는데 퇴근한 아마네상이 들어와 달달한 빵을 먹는 게 보였다. 앗!! 퇴근 후 빵 타임 얼마나 달콤하실까. 지켜보다가 트레이를 들고일어날 때 아마네상!하고 불렀다. 나중에 그냥 모르는 척하지 않고 그때 불러줘서 너무 기뻤다며 인스타에 댓글을 달아줬다 (인스타 눈팅용이에유) 나두.. 이런 사람 사는 느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리고 도예체험의 좋은 점은 다 구워지면 그 핑계로 또 뭉칠 수 있는 점이었다.

한 달 후 저녁노을이 지는 지유가오카에서 다시 만났다.

제가 최선을 다 해봤어요. 미안.. 발 왜 짤랐을까. 다시 태어나야하나바.

이 레스토랑이 뭘 파는지 궁금한데

절대로 보여줄 의지가 없는 메뉴판

메뉴 세상 비밀임

오면 안 되는 거냐고.

노을 속 덴샤! :)
가게이름 ‘대문자’ ㅎㅎ

역 근처를 걷다가 신기한 시장 건물을 발견했다. 평화시장처럼 다닥다닥 붙은 작은 가게들 중에 먹음직스러운 떡집도.

나는 반짝반짝한 팥떡을 샀다.

그리고 우리는 옆자리와 10센티의 간격도 허용하지 않는 좁은 야키토리 집에 엉덩이를 디밀었다. 한 사람 당 딱 두 뼘 정도의 테이블을 쓰는 곳이었다.

토마토 시키니까 다진 생강을 위에 얹고 간장을 뿌려주셨는데 중독성 있었다.

이런 야키토리집에서 레몬사와나 하이볼 같은 걸 멋지게 마셔야 되는데 술 마실 줄 모르는 내 몸뚱이가 이날은 좀 실망스러웠다.
옆에 혼자 온 아저씨는 익숙한 하루 일과처럼 술 한잔에 야끼토리를 먹으며 한국 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주지훈이랑 김혜수랑 주연 배우들 이름은 줄줄 기억나.. 왜 왜…드라마 제목이 기억이 안나니.. 끙끙대다가 결국 장금이 언니가 하이에나! 하고 맞췄다. 하아.. 사우나 있다가 문 열고 나오는 기분.

저 브라운 색 종지에는 김치를 담아 먹었다. 색이랑 사이즈가 아주 잘 어울린다.

헤헤

참참, 댓글 달려고해도 안되시는 분들.. 제가 막아놓은 게 아니고 요즘 티스토리에 알 수 없는 트러블이 많아요. 몇번이고 설정 확인 해 봐도 항상 댓글 허용 상태 맞는데 언제 고쳐질려나요..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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