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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라는 섬은 섬 전체가 에노시마 신사(절)를 위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상권과 주변 환경의 중심엔 그 절이 있다.

원래는 에노시마 이와바라는 江の島岩場 동굴 안에 에노시마 절이 있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동굴 밖으로 이전했기도 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옮겼다고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이렇게 초를 하나씩 주신다. 사실 이게 없어도 보이긴 하다. (칠흑처럼 깜깜한 곳은 아님)
미취학 아동에겐 초 대신 초모양 전기불을 주는 걸 본 하루는 자기가 당당히 위험한 초를 취급할 수 있는 엉아가 된 것에 자부심이 폭발하였다.
-엄마, 초등학생이 된 다음에 여기 와서 너무 좋았다.
-엄마 저기 봐봐, 쟤는 진짜 초 아니다. 애기네 애기.
-엄마 초등학생은 돼야 불을 잘 들지 그치?
이 말을 동굴 나갈 때까지 반복했다. (예-예- 좋으시겠어요. 초등학생이라..)

여기가 진짜 에노시마 절이 있던 곳. 지금은 현란한 조명과 용 모형이 있다. (왜 방콕 나이트쇼 같은 연출을 해 놨을까. 입장료 받았으니 뭐라고 해야 할 것 같았을까? 방콕에도 나이트쇼도 가 본 적은 없습니다만)

동굴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바다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아슬아슬하게 마른땅을 찾아 바다 쪽으로 앞장서는 하루가 매우 낯설었다. 4살까지 혼자 미끄럼틀 못 타고 초1 될 때까지 계단을 혼자 못 내려갔던 (손 잡아줘야 했음 도토리처럼 데굴데굴 굴러갈 거 같다나) 과거를 생각하면 내 눈엔 인디아나 존스 맞먹게 스펙터클하고 모험 천만한 모습이어따아.

여기까지 걸어온 게 하루에겐 성공 그 자체.

근데 옆에 형아들은 입고 있던 상의를 훌렁 벗고 그 자리에서 풍덩풍덩 현란한 다이빙을 했었다.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ㅋㅋㅋㅋ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쇼난 보이'를 목격한 느낌이라 오오.. 작은 탄복을 했다. 쇼난湘南은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에 인접한 지역 이름인데 바닷가 동네답게 까만 피부, 서핑, 여름 느낌 물씬 풍기는 남자! 이런 이미지가 굳어있다. 책가방 던져놓고 바다에 다이빙하는 게 방과 후 풍경이라니. 쇼난 보이!!...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 점심시간을 피해서였겠지? 바다 뷰가 너무 멋진 자리가 남아있었다.

편식과 경계가 심한 하루는 안심할 수 있는 소바나 우동이 있으면 다른 건 보지도 않는다. 모든 면에서 다 조금씩 도전해 보는데 음식에 관해서는 먹어보지도 않고 싫다니 편식이 나아지질 않는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가끔 표정관리가 안돼는 내 눈치를 보는 하루… 뒤늦은 위로를 해봐도 주눅 드는 아이가 안쓰럽고 내가 한심하고 그렇다. 빨리 이 시간들도 지나가 주었으면.

괜찮아.. 괜찮아.. 나에게 하는 격려

나는 에노시마 돈부리를 시켜봤다. 가리비, 소라, 조갯살을 계란이랑 같이 부쳐서 나온 덮밥.

꼬들꼬들 맛있었다.

해가 기울어진 오후 섬을 빠져나가는 길

그 시간의 햇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내 보물 열사병 걸릴까 봐 음료수를 계속 사 줬는데 주스를 계속 마신 결과 그날 설사를 했다. 미앙해.. 엄마가 무식해서.. 케군이 주스는 예방이 안돼. 물을 줬어야지..라고 해서 엄청 엄청 미안했다.

여기저기 하루의 최애 빙수 깃발이 어찌나 펄럭이던지 언제 그 소리가 나오나… 했더니 집에 가는 길에 진짜 진짜 빙수가 먹고 싶다고 토로했다.
에구 그래. 저걸 참으라고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있다가 노을 보면서 먹자 약속했다. 그리고 하루가 가 보고 싶다던 전망대에 갔다.
에노시마의 심볼이라고 하면 에노시마 절과 이 전망대가 양대산맥인데 난 처음 가 봤다. 야경 보러 커플들이 자주 찾는 코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보이는 아이스크림 차가 너무 매혹적이었다. 하나씩 사 먹자고 했다. 내가 이런 거 못 참는 사람이라 하루에게 참아라 먹지 마라 못 하기도 하다. 씬난 하루. 근데 먹기 전에 몇 번이고 확인 들어가신다. 빙수는? 빙수 대신 아이스크림이야?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고 빙수는 빙수야? (뭐야 뭐야 뭔데 왜 이런 큰 복이 들어오는 건데 불안하게) 이런 눈빛으로 ㅋㅋ 날 볶아댄다. ㅋㅋㅋ 안심해 안심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자. 우리 여행 왔잖아.
내 대답을 듣자마자 얼굴에 폭죽이 터지고 엄마 진짜 사랑한다고 연발을 한다. 너 이런 타이밍에 사랑한단 말 역효과거든?

해먹을 보자마자 도전해 보겠다는 하루 (새로운 반찬이나 도전하시지) 처음부터 불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훌렁 바닥에 내던져졌다. ㅋㅋㅋㅋㅋ 너무 웃기다. 왜냐면 내 탓이라. 내가 운동신경을 낳아주지 않아서이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겼다.

흙을 털고 (내 손수건은 걸레가 되고) 다시 어찌어찌 성공했다.

그리고 얼굴에 폭죽이 터진다는 것은 이런 얼굴을 말하는 것이다. 드디어 염원하던 빙수를 사 들고 노을이 잘 보일 것 같은 자리로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기예보대로 정확한 시간에 노을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가 지고 떠오르는 정확한 시간을 분단위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되었을까 문득 궁금하고 놀라웠다. 덕분에 우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늑한 자리에서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점점 노을이 감싸기 시작한 에노시마 섬의 입구.

섬이랑 가마쿠라를 잇는 다리를 건너다가 최고조로 벌겋게 달아오른 노을이 아쉬웠는지 잠깐 앉아서 더 보고 가잔다.

정말 예뻤다. 우리가 했던 1박 2일 중 가장 두 번째로 뜻깊었던 순간이었다. 첫 번째는 기대하시길-

에노시마 섬 근처에 몇 군데 호텔도 고려했었는데 이런 민박집과 여관 사이쯤 되는 (허름함과 레트로의 중간쯤 되는) 곳이 두어 군데 후보였었다. 케군이 방마다 세큐리티가 약해 보이고 투숙객들이 취객이 많을 거 같고 (바닷가라서?) 영세한 곳 같으니까 직원도 적을 거라고. 오.. 케군의 논리. 감탄. 바로 접었다.

그래서 우리가 예약한 곳은 가마쿠라에서는 좀 멀지만 후지사와藤沢 라는 역 앞의 체인 호텔. <SUPER HOTEL>이었다.
홈페이지 : https://www.superhotel.co.jp/s_hotels/fujisawa/

【公式最安】スーパーホテル湘南・藤沢駅南口 - 神奈川県藤沢市のビジネスホテル

江ノ島や湘南海岸に代表される観光都市「藤沢」 JR・小田急線・江ノ島電鉄「藤沢駅」より徒歩2分! 観光スポット「江ノ島」には、江ノ電「藤沢駅」より約25分。鎌倉駅へも約40分と観光に

www.superhotel.co.jp

새로지어서 깨끗하고 무엇보다

2층 침대에 하루가 뿅- 반해서.

덕분에 여행지에서 각각 숙면을 취했다. 여탕 남탕 나누어진 대중탕도 있는 호텔이었는데 아이를 혼자 남탕에 갔다오라고 하기 너무 불안해서 프론트에 물어봤다. 초등학생인데 여탕에 가는 건 좀 그렇죠? 그랬더니 의외로 직원분이 괜찮아요 괜찮아요. 데리고 가서 씻기세요. 하셨다.

아주 늦은 밤이기도 해서 데리고 여탕에. 고고.
다행히 아무도 없길래 무슨 신발 빨듯 하루를 박박 씻기고 (맘이 급함) 옷을 입히려는데 삐-삐-삐- (비밀번호 누르는 타입) 다른 여성분이 오셨다. 안되겠다!! 하루야 먼저 방에 가 있어! 오케이!! 냅다 방으로 보냈다.
어후- 된다고 허락을 하더라도 본인들이 깨름칙하면 못하겠다. 너무 마음 졸이며 목욕해서 심장만 아파진 우리는 그냥 다음엔 가지말자고 결론지었다.

둘이 여행 올 만큼 다 컸지만 혼자 목욕탕을 보낼 만큼은 아직 아기인 나이구나. 아직 엄빠가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 초큼 간질간질했다.

참, <나홀로 여행> 책 보다가 가마쿠라에서 혼자 식당에 못 들어간 주인공이 편의점 음식을 호텔에 가져가 저녁을 떼웠다는 이야기. 은근슬쩍 비웃은 (?) 우리였는데 우리도 그날 저녁밥은 편의점에서 산 음식을 호텔에서 먹었다 ㅋㅋㅋㅋㅋ

그냥 이게 젤 맘 편하고 효율적이었다. ‘ㅂ’

영상도 올렸어요
하루 종알종알하는 한국어 칭찬 많이 해 주세여 (짜고 치는 고스톱 해 주세요)

https://youtu.be/gY3xK1WWTKA

https://youtu.be/q5klHurGL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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