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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주말을 보내게 된다는 사실을 슬슬 깨달은 케군은 사부작사부작 전시 티켓을 준비했다. 팀랩에서 하는 오다이바 전시는 가 본 적 있었지만 토요스는 처음이었다.

입장하기 전에 줄 서고 있을 때 큰 영어가 도배된 벽면이 보였다. 예전엔 멋있으라고 썼겠거니하고 지나쳤지만 지금은 그 뜻이 매우 궁금해졌다. 이… 미… 지가 아니네? immerse? 찾아보니 액체에 담근다고? 누가? 누굴? 담가? 그제야 난 토요스 팀랩 전시를 살짝 찾아봤고 여긴 물을 테마로 하는 곳이란 걸 알았다.

-여보야, 여기 양말 벗고 물에 발 담그는 데래.
-엑????? 진짜?
이분도 한 번 가 봤다고 별생각 없이 비슷할 줄 알고 오셨네 ㅋㅋ
좀 찝찝하지만 에잉, 여기까지 왔는데 모르겠다. 사실 너무 더워서 녹아내릴 거 같은 기분에 그게 구정물이어도 괜찮다고 뇌가 합리화 들어갔다.

여기가 인스타에 별빛세상처럼 비치는 그 전시가 있는 곳이었나 봄.

그리고 여기가 바로 한껏 쫄며 들어간 물의 전시.
근데 소독제를 아낌없이 풀어놔서 (수영장 냄새가 남) 흡족했다. 그리고 정말 시언해따—

전시가 끝나고 여기까지 온 김에 케군이 근처 몬쟈야끼 먹으러 가자고 했다. 무교동에 낙지볶음, 고대 앞의 닭발, 신당동 떡볶이처럼 ‘몬쟈야끼’하면 츠키지마에 가면 된다.

말로만 들었지 처음 온 나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동네라 맘에 쏙 들었다.

한 골목이 몬자 스트리트로 지정돼서 꽤 관광할 맛 나게 생겼다. 하지만 내가 처음 온 이유는 그 몬쟈라는 음식이 너무나 멀게 느껴져서…

아닛… 만석이라고?

다른 곳을 찾아봅시다.

여긴 전부 몬쟈 가게니까

그리고 자리를 잡았다.

야키소바도 하나 시켜서 하루 볶아주고

엄빠가 먹을 몬쟈를 만들어 봅니다.
몬쟈는 잘게 자른 야채와 건더기 (고기나 해물, 명란젓갈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를 밀가루랑 다시물에 걸죽히 섞어서 프라이팬에 지진다. 만드는 과정도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지만

지진 모양도 많이 별로고 그걸 만들다 만 쇠 주걱 같은 걸로 긁어 모아 먹는 모습도 그냥 찌끄래기 같을 뿐. 식욕을 돋우진 않는다.

음… 하지만 절대 불평하지 않아요.
이걸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받아들입니다. 식문화다… 이거슨, 도쿄의 식문화다.. 케군은 진짜 맛있어하며 바닥에 붙은 몬쟈를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얼굴에서 학창 시절 친구들이랑 시부야에서 놀다가 몬쟈야끼 한 번 때리던 그 즐거움이 어렸다.
우리가 이뿌게 만든 팥빙수를 다 같이 와~ 하고 숟갈을 쑤셔 쑥대밭으로 만들어 먹는 거나, 멀쩡한 생선을 삭혀서 먹는 것처럼 외국인에겐 의아하지만 우리만 아는 컬처가 있는 것과 같은 거 아닐까?
난 이 희한한 식감을 잊고자 테이블에 있는 미원을 팍팍 넣어 자극적인 조미료 맛으로 잘 커버 쳐 먹었다.

그리고 이 동네는 멜론빵이 유명한가 봐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던 가게 앞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촤봡촵촵촵… 오…. 대 강추… 달달 뽀송 푹신 겉은 바삭바삭 쿠키.

케군이 물 보여준다면서 우릴 꼬셔 살살 걷는다.

몬쟈 스트리트 메인 거리를 살짝 벗어난 곳에 감성적인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꽤 느낌이 좋았다.

둥둥 떠 다니는 저 스티로폼 박스의 행방이 궁금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그 원조 멜론 빵집에 도전하는 신생 멜론빵 체인점이 보여서 또 하나 사 먹었다. 보자 보자 … 하!!!

수련이 부족하오. 하산하려면 10년은 더 걸릴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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