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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모아뒀던 음식 사진을 풀어볼까요

행동력 넘치는 마마토모가 몇 있다. 그중 야이짱이 우리끼리 코스트코에 가 보자고 했다. 야이짱이 운전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서 우리는 응원차 차에 올랐다.
야이짱이 친구 두명이랑 코스트코 갈 거라고 남편한테 말했더니 남편이
-道連れか… (미치즈레까…) 이랬다고 한다.
저승길 같이 가는 친구라는 뜻이 있닼ㅋㅋㅋㅋ 아 진짴ㅋㅋ 눈물지리게 웃었다. 나는 개그 스타일이 구차하게 여러말하는 스탈인데 이렇게 한 마디로 압승해버리는 타입 사람들 진짜 부러어죽겠다ㅋㅋㅋ  
아무튼 출발한 우리. 든든한 애리가 조수석에 탔다. 여유 넘치는 애리만이 우리의 목숨줄이었다. 수도 고속도로 타 본 적 없는 제일 병아리인 나는 뒷좌석에서 동태를 살폈다. 잘 가다가 미사토로 빠지는 갈림길을 놓쳐서 야이짱이 어정쩡한 곳에서 스피드를 줄였다.
그때 애리가 “다이죠부 다이죠부! 내가 끼워달라고 할게!” 차문을 열어 스미마셍!! 팔을 펄럭였다. 밑져야 본전인 일은 역시 해봐야겠구나. 차 간격을 띄워 우릴 끼워줬다. 야이짱은 빼꼬빼꼬 고개를 숙이며 비실비실 행렬에 들어갔다.
마지막 관문이던 미사토 출구로 나오자 바로 코스트코가 보였다. 오오오오오오!!!!! 야이짱이랑 나는 애리를 칭송하며 역시! 너 아니었으면 우리 못 갔을 거야!! 북장구를 치고 애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상모를 돌렸다.

내게 코스트코는 애매했다.
단위가 뭐든 천 엔이 넘어가는데 그렇게 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당 낱개 가격을 계산하면 싼 거라는데 그럼 저걸 다 해치울 때까지 저것만 먹어야 되는 게 내 입맛과 인생이 더욱이 아까워진다. 세상에 맛있는 건 이렇게 많은데? 그리고 몇 달을 저것들이 냉동실에 들어앉아 그 공간을 차지할 것도 배가 아팠다. 나는 공간을 내어주는 게 제일 아까웠다. (물론 친구들한테 내 생각을 말하진 않았다.) 애리가 이거 나눌래? 옳다구나 제안했다. 롤빵을 반으로 나눴다. 그래도 자세히 보니 나에게 있어서 대박템이 있었다. 고추참치랑, 김말이, 냉면, 미역 줄기(오… 건조 미역줄기. 염장된 게 아니라 활용도가 미쳤다) 의외로 챙길 거 챙겼다. 사춘기 남자아이 셋을 키우는 야이짱도 엄청 두둑이 챙겼다. 우리 집 식구가 단출해서 그렇지 코스트코는 확실히 가치 있는 곳이었다.

시험 삼아 치킨을 사 봤다.

그날 저녁 여러 소스로 푸짐하게 차려봤는데 덩치만 컸지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케군은 싼 치킨이라 싫어했다. 긁적긁적.

애리랑 나눈 롤빵을 다음날 먹으려고 밤에 구웠는데 굽자마자 그 향기에 취해 그 자리에서 식구들이 4개를 없앴다. 맛만 볼 생각이었는데.

풀무원 냉면은 하루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루는 오이 토마토 없이 계란만 토핑)
매번 하나 끓여서 나랑 반씩 나눠 먹었다. 가위로 잘게 잘라서 숟갈로 국물이랑 같이 퍼먹는 ‘한국 기술’도 가르쳐줬다. 너무 좋아했다.

메구상이 백화점 지하에 파는 (비싸다는 이야기) 팬더 바움쿠헨을 선물해 줬다. 이렇게 뽑기처럼 테두리를 뜯어서 모양을 빼먹는 재미를 추가한 디저트였다.

애기 팬더랑 엄마 팬더 완성.

그리고 애기를 출산했더니 엄마 자궁이 파열했다.
아무리 다르게 보려고 해도 내 눈엔 그렇게 밖에 안 보였다. 제일 최근에 출산한 친구한테 톡으로 보내줬다. 기겁을 하면서 그러지 말라고 답이 왔다. ㅋㅋㅋㅋ

이이다바시 역에 있는 이자카야에 갔던 날.
<규슈명물 토메테바>라는 곳이었다. 근데 찹쪼롬하고 달달한 소스 뭘 시켜도 닭날개가 미치도록 맛있는 것이다. 아래쪽으로 갈수록 음식이 맛있다더니 규슈는 부산이랑 가까운 아래 지방이다.

명란젓을 텐푸라하다니!! 하아 진짜. 그냥 도쿄가 제일 맛없는 거 같다. 어떤 지방에서 상경하든 도쿄의 시답잖은 음식들을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을 할 듯.
九州名物 とめ手羽 

그리고 다른 날은 휴일에 다 같이 사이클링을 하다가 스이도바시의 이자카야를 갔다.
<토리야 에비수>라는 곳인데 앞에 미야자키 지역에서 왔다는 어필이 있었다. ‘도쿄 음식 아니야~ 그러니까 맛있을 거야.’라는 환청이 들렸다.

여기는 닭꼬치에서 꼬치를 뺀 닭요리 느낌?
가게 어딘가에 ‘우리는 꼬챙이에 꽂으려고 싱싱한 닭을 오물딱 조물딱 하다가 맛을 떨어뜨리는 짓은 안 합니다.’ 보편적 야키토리를 디스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구가 있었다. 오… 매우 설득력 있어…
소스 맛이랑

이건 된장 맛이었던 가? 미소랑

그냥 기본 구이랑.. 하아.. 뭘 시켜도 육질도 좋고 소스도 좋고 너무 맛있었다. 이제 알았다. 00지역 맛을 걸고 나오는 데를 가야 되겠다.
とり家ゑびす 水道橋店
에잇 속상해 도쿄께 젤 맛없어

완전 기분 째진 우린 몇 년 만에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도 했다. 과자 바구니 시켜 줌.

너무 오랜만에 가서 나는 아는 노래가 없었다.
집에 와서 블랙핑크 STAY를 연습하고 잤다. 제발 신곡을 만들어 주세요. 아니면 작곡가를 늘려야 하는 거 아닐까? 왠지 그 소속사의 모든 가수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요즘… 음… 신경 끌게요.

자, 다음은 오사카다!!!
오사카에 간 게 아니라 오사카에서 온 고깃집에 갔다.

캬 이런 찐 고깃집 분위기 너무너무 좋아하지

엄청 맘에 들었던 타카나 (무청 잘게 자른 거 같은 나물 느낌 야채)를 김치라기보단 고추장 무침으로 한 반찬. 이름은 타카나 김치였다. 아무튼 좋았다. 고기랑 합이 촥촥 맞았다.

하루가 가리가리쿤 라무네를 시켰다.
가리가리쿤 (하드 아이스크림)도 좋아하고 라무네도 좋아하는데 라무네에 가리가리쿤이 다이빙하고 있으니 이거능 뭐 꿈에 그리던 존재가 눈앞에 뙇.

하미다시 니쿠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고 함)도 먹었다. 하미다시 = 삐져나옴/ 비집고 나옴
불판에 다 올라가지 않는 크기가 나왔다. 박력에 박수.

사실 되게 기름진 부위여서 살코기 좋아하는 케군과 하루는 금세 떨어져 나갔고 나만 좋은 일이 되었다. 느끼한 음식을 느끼하다고 느껴본 적이 평생 몇 번 없는 나. 그나마 그것도 나이 들어서 좀 느끼게 되었다.

증말, 좋은 고기였다.
재일교포 동생한테 알려줬더니
-언니 여기! 엄청 유명해요. 오사카의 쌍둥이 재일교포 형제가 만든 가게래요.
아.. 그래서 이름이 <후타고> (쌍둥이)였구나.
大阪焼肉 ふたご 공식 홈페이지

마덜스 데이에 뭐 먹고 싶냐고 그래서 배 터지게 스시 타베호다이 가 보고 싶다고 그랬다.
그래서 예약해 준 <스시 아카데미>
가기 전에 케군이 그런덴 별로 일 텐데.. 아냐 아냐 그래도 가 보고 싶어.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괜히 갔다.
스시가 정말 별로였다. 회전스시보다 못했다. 스시를 타베호다이로 먹는 시스템은 호텔 말곤 추천할 수 없을 거 같다. 차라리 저렴한 회전 스시 체인점을 가시길.

스시 대신 일품요리도 많이 가져다 먹을 수 있었는데 이런 반찬들이랑 디저트가 더 맛있었다.

사진은 멀쩡해 보이는군요.

튀김도 몇 그릇씩 먹어서 결국 이래저래 뽕은 뽑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고급 디저트 집에 마덜스 데이용 케이크가 눈 돌아가게 즐비했다.

우리도 하나 캐러멜 올라간 케이크를 하나 사 왔다.

우에노에서 먹은 찐 베트남스런 요릿집. 구성이 진짜 건강해서 너무 맘에 들었다.

근데 적갈색 소스는 극복하지 못했다. 거의 생 액젓 느낌…

애기 이유식 같은 느낌의 디저트도 뭔지 모르겠지만 포기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이 수준이 아니라서..

엄청 더워졌다.
우유를 얼렸다가 꽝꽝 부셔서 연유, 팥, 콩고물 넣고 뚝딱 팥빙수를 만들었다. 너무 웃긴 게 편의점에 늘 이 재료가 판다. 팥 통조림이 왜 편의점 진열대에 늘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일본 사람들 팥 통조림 생필품?) 연유도 키나코 (콩고물)도 일년 내내 있다. 한국식 팥빙수를 사계절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ㅎㅎ

동네 인도 카레집에서 버터 카레랑 난을 시켰다. 근데 이 집… 난이..

너무 크다!! 체감적으론 항공모함 같은 느낌이었다. 반 먹고 나머지 싸 달라고 했다.

그리고 동네에서 찾은 내 스타일 마파두부집.
달고 맵고 혀 아리고 그 균형이 매우 절묘하다.
두 번째 간 날 중국인 가게 언니한테
-저 맵기 4단계 하면 너무 매울까요?
-음… 많이들 드시긴 하는데..
-언니는 드실 수 있으세요? 어때요?
-저.. 매운 거 못 먹어서 안 매운맛만 시켜요.
ㅋㅋㅋㅋㅋㅋㅋ 픕.. 언니도 나도 조용히 터졌다.
사천요리집에서 일하는 우리 동네 중국 언니는 맵찔이셨다. 참고로 나는 4단계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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