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오후 혼자 집에 일찍 돌아와 적막을 의식하자 갑자기 적적한 기분이 들었다. J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제: 왜에? 동: 적적해서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시시콜콜 늘어놓다가 적적한데 스스로를 더 적적하게 만드는 요즘 우리 행동들을 꺼내며 맞아 맞아 서로 공감했다. 매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은 거 먹고 똑같은 데 가고 똑같은 사람 만나고 아니.. 사람은 안 만나고 맨날 똑같은데 그렇다고 여행을 가자니 거기 가서도 똑같은 체인점, 편의점, 슈퍼에서 똑같은 걸 사 먹고 똑같은 커피를 마시고 그럴 것 아닌가. 그것도 피곤하고 할 맘 안 나고 새로운 시도도 도전도 만남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니 더 적적하다고. 맞아 맞아. 언니 나 지금 통화하면서 우리가 왜 심심해지는지 안 거 같아요. 상상력이 부족해진 ..
부릉부릉 나들이 시동을 켜고 장소를 물색하던 우리는 의견이 엇갈려 계속 결론을 못 내고 있었다. 케군은 관광업 회복으로 어딜 가나 사람 많은 곳에 지쳐있었고 나는 그렇다고 귀중한 3일 연휴를 집에서 보내는 건 하루 유년시절을 아깝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갈래? 시큰둥한 케군을 살살 꼬셔 근교 여행을 나섰다. 호텔 예약 직전까지 치바에… 뭘 하러… 가나… 갸우뚱하는 케군에게 내 생각을 열심히 전했다. “치바에는 하루가 좋아하는 고성이랑 과학관이 있어.” 하루가 태어난 이후 나의 최대 관심사는 늘 육아였지만 요즘 하루랑 함께 할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감이 느껴지고 나선 더욱 행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으로 삼기엔 다소 지루하고 유치한 과학관을 메인으로 이틀간..
하: 엄마 오늘 학교에서 윷놀이했어. 학교에서 돌아온 하루가 느닷없이 말했다. 뭐라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일본 초등학교에서 다 같이 한국의 전통 놀이를 했다고?? 나: 진짜야? 그… 그걸 어떻게 알고 했어??? 하: 원래…. 다른 시간인데 선생님이 하자고 그래서 다 같이 나가서 했어. 운동장에서. 나: 세상에.. 그걸 어떻게 했지?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대? 케이 컬처 위상을 느껴야 하는 대목인가. 아니면 다양한 나라의 전통놀이 경험해 보는 건가? 윷을 어디서 났지? 와!! 진짜 신기하네!!! 별 상상이 다 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것이다. 나는 어벙벙하기도 했지만 너무 기뻐서 서랍 안의 잊혀져 있던 윷놀이를 꺼내왔다. 나: 이거 봐. 우리 집에도 있어!!! 엄마가 하루 다섯 살 땐가..
오늘의 오픈 멤버는 세 명이었다. 보통은 둘이 나와 한 명은 홀을 맡고 샐러드 바와 계산대의 시제를 정리하고 한 명은 키친의 납품된 식자재를 정리하며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도 부랴부랴 끝나는데 오늘은 세명이라 여유로웠다. 어? 그러고 보니 세 명 중에 내가 가장 고참이다. 어느새 파스타 집 아르바이트는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흔치 않게 생긴 시간을 놓치지 않고 묘에게 말을 걸었다. 경험상 선배로서 잡담을 터 주는 게 수다 떨기 편하더라고. 나: 일본에 미얀마 친구는 생겼어요? 조심스럽게 묘가 웃으며 말했다. 묘: 네. 조금 생겼어요. 그는 원래 생소한 발음의 긴 본명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다 외울 수 없어 특징적 음절만 따서 묘라고 불리는 중이다. 묘는 6개..
영어 이전에.. 역시 책이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혀도 대화를 이어가려면 자기 생각이란 걸 해야 하는 법. 그런 걸 가지고 있어야 뭐라도 끄집어 내서 영어가 나온다. 내가 하는 온라인 영어 회화 서비스에 토픽만 100개 표시되는 ‘5분 디스커션’ 이란 게 있다. 추상적인 것부터 어떤 물건까지 미신, 행복, 결혼, 취미, 전자제품 이런 식으로 나열만 되어있는데 내가 고르면 튜터는 정해진 질문을 하면서 영어를 끌어내는 수업이다. 나는 프리토킹인 듯하면서도 아닌 이 수업을 제일 좋아한다. 물론 5분씩 하고 칼 처럼 자르지는 않는다. 25분 동안 주제 하나로 벅찰 때도 많다. 튜터에게는 늘 정해진 질문지가 있어서 그들에게도 참 쉬운 교재일 테고 나는 같은 토픽을 다음에도 고르면 무슨 질문이 올지 미리 아니까..
카톡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여긴 설날이라고 3번이나 듣고야 외웠다. 듣고 또 잊어버리고 다른 친구한테 듣고 또 잊어버리고 ;ㅂ;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게살 좋아하는 하루. 지난 새해에 이례적으로 꽃게가 저렴했다. 집에서도 먹고 시댁에 가서 다 같이도 먹고 원없이 먹었다. 새롭게 먹일 수 있는 게 생기면 어찌나 안심되는지. 나는 우리 부부 사이에서 이렇게 편식 심한 아이가 태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케군은 자기 취향 아닌 음식이라도 눈앞에 있으면 다 먹어치우는 녀석이고 나는 내장, 비계, 닭껍질, 멍게, 해삼 혐오식품일수록 더 좋아하는 음식에 있어서는 비위 갑인 사람인데 말이다. (몇 개 못 먹는 것도 있긴 있어요ㅋㅋ) 애착인형 목 조르며 양치하는 하루 근데 애착인형은 평생에 한 개 정도인 줄..
먹는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고 있는데 사실 한동안 주야장천 먹기만 하며 살았다. 사진첩은 내 삶의 목격자. 겨울이 되면 일본 가정에서 오뎅을 종종 반찬으로 낸다던데 오뎅이랑 또 뭐가 어울리는지 몰라 리카한테 물어봤다. 그랬더니 오뎅만 잔뜩 해서 오뎅만 먹는 날이랜다. 카레 같은 존잰가? 밥이랑 오뎅이랑 먹어? 하니까 그렇다고 했다. 오뎅이랑.. 쌀밥. 나는 과연 이게 쌀밥이랑 같이 넘어갈까 가 매우 궁금했다. 오뎅은 자고로 떡볶이랑 짝짝꿍잉디.. 슈퍼에 가니까 한쪽 코너가 갖은 오뎅으로 꽉 차있었다. 생선 어묵, 오징어 어묵, 새우 어묵, 채소 섞인 거, 떡, 두부, 내장... 너도 오뎅? 평소 신기했던 어묵을 한 개씩만 사 봤는데 한 솥이다! 셋이 먹고 죽을 양을 끓였다. 오뎅 국물은 별 거 없이 그냥 ..
집밥 포스팅 아래 구독자 언니의 댓글이 달렸다. 집에서 한 끼 만드는데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그래서 좀 우스꽝스러운 나의 습관을 공개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시간이 많은 편인 주부지만 밥을 무지무지 서둘러서 한다. 밥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빨리 해치우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무의미한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한 끼를 만드는 게 가능한지 혼자 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요리는 내게 게임이닼ㅋㅋㅋㅋ 오늘도 밥 먹을 사람들이 오기 30분 전까지 꼼짝도 안 하고 있다가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후에야 경기장에 출전했다. 자 우리 군말 없는 알바생들을 소개한다. 1번 알바생 : 전기밥통무랑 소고기 물 적당량 나중에 양 조절할 수 있으니 물은 적게 넣는다. 밥통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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