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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묵었던 호텔 바로 앞 쇼핑몰은 물이 흐르는 정원처럼 꾸며져있었다. 그때 우리는 왜 거기를 지나갔었더라? 아 나랑 케군이 하와이 구석구석 거닐면서 구경하고 싶었었다. 무슨 가게가 있나 사람들은 어떤가 이 동네는 어떤 분위기지. 그런데 하루는 그게 재밌을리 없었다. 물놀이하러 언제갈건지만 중요했는데 마침 나는 기분이 좋고 정원 물 속에 플라스틱 스푼이 하나 보였다.

-하루야, 저 스푼 보이지? 쟤는 지금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거짓말.
-진짜야. 우리가 눈치 못채고 있을 뿐이지 쟤 움직여.
-어떻게 알아?
-쟤는 사실 3층 푸드코트 카레 집에 있던 스푼이었어. 우리도 밥 포장할 때 거기 스푼 받았지? 그 통에 들어있었어. 어떤 사람이 카레를 포장해서 스푼을 받고 날이 너무 좋아서 여기 1층에 와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면서 밥을 먹었어.

실제로 물 주변엔 구경하면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루는 당연히 이게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안다. 그치만 입꼬리가 올라가서 견딜 수 없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진다.

-그래서 그래서?
-근데 그 사람이 친구랑 엄청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팔을 막 휘젓다가 어어!!! 어어!! 스푼을 놓친거야. 그래서 풍덩~ 하고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어.
-어떡해? 집에 못 가? 죽어?
-아냐 스푼은 물 속에서도 숨 쉴 수 있어. 스푼도 첨엔 너무 당황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카레집 스푼 통에 있다가 세상 밖에 나오니까 너무 햇빛도 예쁘고 기분이 좋은거야. 그래서 모험을 떠나기로 했어. 근데 생각해 봐. 스푼이 막 움직이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래겠어. 잡아서 연구실에 보내지고 내장을 갈라서 실험을 할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진짜 조금씩 움직이기로 했어. 엄청 천천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하와이 거리를 한 바퀴 돌 때까지 스푼의 모험 (중간 중간 어그로 대박 끌었음)  스토리를 풀고 다시 아까 그 쇼핑몰 1층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자리 물 속에 다른 스푼이 있었다. 스푼을 빠뜨린 사람이 많았다. 이제 내가 이야기를 짓지 않아도 자동으로 굴러갔다.

-엄마!! 스푼이가 여기까지 이동했어!!!
-밤이 되면 더 많이 이동할거야. 근데 밤이 되자 스푼이 엄청 놀라는 일이 생겨.
-뭔데?
-세상이 밤이 되자마자 낮엔 그냥 돌덩이였던 것들이랑 풀떼기, 쓰레기들이 막 아는 척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거야. 다들 낮엔 물건인 척 했던 거지. 그래서 스푼은 처음으로 스푼이 아닌 친구가 많이 생겼어. 그래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듣고 처음으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가위바위보도 배웠어.

아직도 하와이의 추억을 얘기하면 하루는 스푼 얘기를 한다. 잘 있을까? 어디까지 갔을까? 바다로 나가서 서핑 배우는 이야기까지 발전해서 누군가의 서핑 보드 바닥에 붙어있을 스푼이야기. 끝.

다음 두번째는 어느 날, 자기 전에 돌연 시작되었다. 마침 내가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길게 한국말을 들어 줄 건덕지를 생각해낸 것이 펭귄이야기.

-펭귄은 알라스카 부근에서 엄마랑 같이 수영을 하다가 큰 파도에 떠밀려 왔어.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은 일본 홋카이도인 거야. 근데 주변 어디에도 엄마 펭귄이 안 보여.

엄마…!!!
엄마….!!!
울부짖어 막 불렀어. 뒤뚱거리며 헤매고 있을 때 사람에게 구조 된 거야. 그런데 이 펭귄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는데 너어어어무 귀여웠어.

그 아저씨가 아이구, 아기 펭귄아 여기서 뭐하니? 하고 물었어. 그래서 펭귄이 저는…. 엄마를 찾고 있쪄여. 하고 돌아봤는데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 뽀앙~~~~ 아저씨는 너무 눈이 부시다는 듯이 얼굴을 가리고 황홀하게 펭귄을 보면서 태어나서 이렇게 귀여운 건 처음이야~~ 하면서 귀여운 매직에 걸려버려. 그래서 아저씨는 펭귄에게 같이 엄마를 찾아주겠다고 그랬어. 일단 늦었으니까 밥을 먹이기로 했어. 근데 홋카이도는 연어가 유명해서 연어 먹어보라고 구워도 주고 삶아도 주고 사시미로도 주고 스시로도 주셨어. 펭귄은 연어를 한 입먹고 뽀앙~~~~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은 연어는 처음이에요~ 하고 감동해. 그 모습을 본 아저씨네 가족들은 귀여워~~ 뽀앙~~

(펭귄 이야기 절반은 귀여워~ 뽀앙~ 맛있어~ 뽀앙~ 효과음)

-그래서 홋카이도에 엄마 있었어? 어떻게 찾아?
-그리고 아저씨랑 같이 엄마를 못 보셨냐고 물어보러 다녔는데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도 가고 사람들이 많은 유명한 관광지를 다니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봤어. 그리고 아무도 못 봤다고 하자 펭귄은 아키타현으로 가겠다고 해. 그래서 신칸센을 타러 갔는데 표를 파는 차장님이 펭귄을 보고 너무 귀여워~~~ 뽀앙~~~ 귀여워 매직에 걸리고 또 사연을 들어보고 너무 딱해서 공짜로 아키타현까지 신칸센을 태워주셨어.

아키타에 가는 신칸센에서 어!!??? 저건 엄마 뒷 모습인데!!! 뒤뚱뒤뚱 펭귄 한마디를 발견한거야. 그래서 엄마!!! 엄마!!! 소리쳤어. 근데 엄마가 펭구야!!!! 펭구야!!! (여기서 아기 펭귄의 이름이 밝혀짐) 소리치는데 둘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는거야. 엄마!!! 펭구야!!! 엄마!!! 펭구야!!! 엄마는 작은 검은 구멍으로 빨려들어가버렸어!! 일어나보니까 펭구가 신칸센 안에서 잠이 들었던 거야.

-꿈이야??!!!
-맞아.
-이름이 펭구야???
-맞아.
-그래서 그래서?

- 아키타에 도착해서 또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다녔는데 펭구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아키타 역에 구경을 하러 막 몰려들었어. 그래서 아키타 지역 방송국 사람들이 취재를 하러 나왔어. 아침 방송에 펭구의 사연이 소개된거야. 펭구의 얼굴이 케이블을 타고 마구 아키타 현 구석구석의 티비에 쫘악!!!! 퍼지면서 모두가 집에서 한 마음으로 귀여워~ 뽀앙~~~ 귀여워 매직에 걸려버렸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는데 우선 어떤 사람이 아키타의 명물인 키리탄뽀를 가지고 왔어. 근데 펭구는 이게 떡인 걸 몰랐던 거야. 막 배고파서 급하게 먹다가 목에 걸려버렸네? 그래서 켁켁켁!!! 이래가지고 옆에 있던 아키타 시장님이 펭구 배를 뒤로 잡고 응급처치를 해서 겨우 펭구 입에 걸려있던 키리탄뽀가 퓽!!!! 하고 날라갔어. 앞에 있던 방송국 보조 스텝 얼굴에 퍽! 하고 맞아서 아저씨 안경이 삐뚤어지고 얼굴이 떡 범벅이 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는 이 대목을 10분 웃어 줌. 착한녀석ㅋㅋㅋ)

-그리고 어떤 사람은 펭구는 펭귄이니까 얼음집이 그립지 않니? 하고 아키타에는 가마쿠라라는 이글루스가 유명하거든? 거기에 데려다줬어. 펭구가 누우면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딱 맞는 되게 귀여운 가마쿠라였어. 오랜만에 옛날에 물놀이하면서 노는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났어.

이렇게 매일 매일 1군데씩 펭구는 엄마를 찾으러 다니며 지역 명물과 관광지를 돌아보고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역마다 뭐가 유명한지 잘 몰라 공부하면서 후쿠시마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전국 다 돌고 오키나와에서 상봉하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졌다. 자꾸 만날듯 못 만나는 엄마 펭귄 때문에 하루가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렁그렁 하면서 언제 만날 수 있는지 조바심이 난 하루. 후… 고백하건데 엄마가 얼마나 하루한테 소중하고 애틋한 존재인지 확인하는 순간이 많은게 이 스토리의 원동력이었다.  엄마 언제 만나? 엄마 어딨어? 엄마 만날 수는 있는 거지? 모험보다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다는 아이의 반응이 개꿀아니 너무 사랑스러워가지고 이 얘기를 멈출 수가 없다는.

아무튼  어그로 더 끌다간 하루 심리상태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일단 엄마의 소재지를 스포했다.

-엄마는 글쎄 우에노 동물원에 있었어.
-동물원 어디?!?!! 잡혔어???
-아냐.  그냥 펭귄 우리에 잘 있어. 왜 거기 가게 됐는지 엄마가 또 따로 말해줄게.

마지막 이야기는 여기까지. 왜냐면 엄마 펭귄이 왜 거기있는지 아직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는 지금 8살이지만 펭구이야기에 눈물 흘리는 마음은 여전히 2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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