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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미국 편의점에서 아침밥으로 먹을 베스트 메뉴를 발견했다.  아침부터 탄수화물이랑 당 넘치는 음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혈당 스파이크가 와서 기운이 쪽쪽 빠지는 게 너무 싫어 자연스레 몇 년 간 아침식사만큼은 저탄수를 고르게 되었는데 하와이에선 뭘 먹으면 좋으려나. 숀 머피처럼 (자폐증 의사 굿닥터의 주인공 ㅋ) 사과 한 개? 오 바나나는 엄청 많네? 사실 과일도 당이 많아.. 요거트? 에잉.. 난 요거트가 참 별루더라고. 삼각김밥 같은 밥폭탄이 내겐 최악인데.. 샌드위치는 빵이 퍼석하고 두꺼워보여...오오.. 나 뭔가 발견했다. 이거슨!! 내가 좋아하는 멕시칸. 세상에 달걀브리또! 삶은 달걀을 으깨서 브리또처럼 말았다. 이런 게 있구나. 이렇게 내 취향을 돌돌 말다니 아직 안 먹었는데 이미 너무 맘에 들었다. 그리고 상당히 볼륨도 있었다. 나는 어디선가 받은 플라스틱 칼로 반 잘라 이틀에 나눠 아침밥으로 먹었다. (왠지 그 칼을 잘 놔두고 싶드라니)

달걀이 꽉꽉 차 있다.

이름이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잊어서 나중에 찾아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또르띠야랑 브리또랑 퀘사디아의 차이점은 뭘까. 퀘사디아는 치즈가 들어간 거라고 통일돼있던데 브리또는 분분하다. 내용물의 차이다, 사이즈의 차이다, 말면 브리또다, 접으면 또르띠야다. 긁적긁적.. 이름을 정확히 몰라서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겠다. 알고 싶고 궁금한 멕시칸 출신 너희들.

셋째 날도 투어로 시작했다. 7시 30분에 호텔 주차장으로 집합. 대형 관광버스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우리 말고도 스무 명쯤의 투어객이 함께 갔다. 하루랑 케군이 고대하던 쿠알로아 랜치에서 운전을 하는 날이었다. 랩터 UTV라는 사륜구동 자동차 타고 자연을 휘젓는 투어. 솔직히… 나는 정말 여행 가서 그런 험한 차 타고 달리는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사이판에서도 괌에서도 케군은 꼭 이런 투어를 넣었다. 이좌식… 이런 거 엄청 좋아하네!!!! (이제 깨닫) 괌에서는 남자 둘만 보내고 나는 쇼핑을 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한 가지가 날 붙잡았다. 쿠알로아 랜치는 쥬라기 공원, 로스트 등등 수많은 촬영지라는 것. 늙었나… 경치 좋은 데는.. 궁금해… 스읍.

그리고 도착했는데 우아… 경치! 정말 미쳤다.

하와이에서 화장실 다녀온 하루가 하와이 화장실은 참 좋은 냄새가 난단다. 확실히 은은하고 달콤한 코코넛 향이 난다. 화장실 갈 때마다 나도 느낀 게 있다. 어떤 변기는 높고 어떤 건 상당히 낮다. 규격이 딱히 없는 느낌? 일본이 신기하게 어딜 가든 변기 높낮이가 통일돼있었던 걸까? 변기 말고도 휴지의 높낮이도 매우 각각이었다. 어떤 건 익숙한 높이에 있고 어떤 건 엄청 낮아서 굽신굽신 휴지를 당겼다. 변기 높이에 대해 생각해 본 건 처음이라 생각하면서 피식했다.

말을 타는 사람,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 우리처럼 사륜구동 차를 타는 사람, 무비 촬영지 투어를 하는 사람 투어 종류가 다양했다. (같은 장소에서 아주 여러 가지로 뽕을 잘도 뽑아놓았음) 투어 확인이 끝나면 같은 투어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데 재패니즈~! 재패니즈 이쪽! 하며 필터링되었다. 그리고 백인 중년 남자분에게 도대체 어디서 배우셨는지 유창하고 정중한 일본어로 긴긴 투어 내용과 주의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와… 니홍진 너희들… 영어를 점점 못하게 된 배경은 이건가 보다. 현지인이 일본어를 배워버려.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는 없었지만 한국어 자막이 있는 간단한 비디오 시청이 가능했다. 솔직히 그 비디오로도 필요한 건 다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조크가 들어간 일본어 가이드는 따뜻하고 역사와 이곳 배경까지 아울러 내용이 엄청 풍부했다는 … (질투) 점심 먹고 우연히 그 가이드를 만났다. 어떻게 일본어를 배우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이야~~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 너무 못해요. 휴… 아직 멀었습니다~
어떻게 배웠는진 대답하지도 않고 겸손만 계속 떠셨다. 영어 할 때 보니까 호쾌한 사람 같던데 일본어만 하면 자세가 낮아지는 게 진짜 일본인 패치 제대로 탑재했지 뭔가.

나는 쿠알로아 랜치 가기 전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굉장히 주의할 점이 있었는데 여긴 시커먼 먼지 구댕이 속을 달린다는 것이다. 수많은 낭패 에피소드를 접했다. 흰 운동화 신고 갔다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운동화가 쓰레기 된 일화, 아끼던 에코백은 빨아도 걸레가 된 일화, 반팔 입고 갔다가 홀랑 탄 일화, 코와 입에 먼지 범벅이 된 일화.
읽을수록… 승차감도 안 좋은 차를 타고 먼지를 뒤집어쓰러 가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하지 말기로 한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ㅋㅋㅋ 최면을 걸어.

나의 준비
1. 긴팔로 준비한다. (큰 곰 작은 곰은 그래도 반팔이 좋대서 내버려둔다)
2. 물에 씻을 수 있는 신발을 신긴다. 큰 곰, 작은 곰은 크록스가 있었고 나는 아쿠아슈즈를 가져가서 갈아 신었다.
3. 쓰고 버릴 쇼핑백을 가져가서 짐을 넣어두고 투어가 끝나면 그 가방은 버리고 왔다.
4. 코와 입을 가릴 마스크 준비했지만 손수건을 하나씩 나눠주셔서 그걸로 충분히 가릴 수 있었다.
5. 물티슈는 필수이다.

우리 곰돌이 폭탄 같은 헬멧에 큰 고글 쓴 게 너무 귀여워서 대힐링이었다 ㅋㅋㅋ 의외의 즐거움.

모르고 갔으면 까무러쳤겠지만 나는 만반의 준비와 각오를 다지고 갔기 때문에 그나마 경치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경치 하나는 진짜…

무보정 리얼 눈앞 이랬다. 영화 같음

포인트 포인트마다 쉬어갔다.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잔뜩 찍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런 것도 연출해 주신다.
마지못해 하는 케군 때매 노후에 다시 보고 즐거울 듯 ㅋㅋㅋㅋㅋㅋ

딱 한 구간 10분간 내가 운전을 했다. 운전면허증 가져가면 번갈아가며 운전할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신호도 없고 앞에 졸졸 따라가는 건데 내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온 가족이 긴장을 해서 경치고 뭐고 초조함 그 잡채였다. ㅋㅋㅋ 에라이 나도 싫거든. 그릏게 좋아하는 케군에게 나머지 운전을 다 맡겼다. 녀석은 뭔가 발산하듯 계속 내 달렸다. 볼수록 되게 좋아함.

볼수록 귀여웈ㅋㅋ

산 넘고 물 건너 투어를 끝내고 자유시간이 되었다. 여기 점심밥이 나쁘지 않다는 소문이.

킥하는 시늉 포즈 (어디서 배운거지 ㅋ)

케군은 햄버거, 나는 갈릭 쉬림프의 양념버전을 시켰다. 양념이 진짜 맛있었는데 껍질 까는 게 좀 번거로웠다.

하루는 여기서 먹은 핫도그가 폭신하고 아무것도 없어서 (양념도 야채도) 너무 맛있어했다. 별로 필요한 게 없는 아이…키우기는 쉬운데 아무리 익숙해진대도 영양가 없는 애 밥을 보는 건 8년째 불편하다 ;ㅁ;

자리가 있다면 꼭 실내에서 먹을 것을 추천한다. 다른 테이블은 개미가 너무 많고 이 테이블은 야생닭이 많았다. 내가 너를 식탁 위에서 본 적은 많은데 식탁 아래서 본 적은 많이 없어서 매우 어쩔 줄 모르겠구나..

기념품 샵에서

투어버스 타고 돌아와 물놀이하고 씻고 저녁에 나오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이제 여기 한 일주일 산 느낌 나. 저녁밥은 별 거 없었다. 집 앞 (이제 집 앞 이래 ㅋㅋㅋ) 로열 하와이안 센터 푸드코트에서 각자 익숙한 걸 (이제 익숙하댘ㅋㅋ) 시켜서 먹었다.
나는 다시 포케를 사 먹었는데 엄청 고민하다가 메뉴까지 똑같이 참치&연어로 주문했다. 처음 맛본 그 메뉴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망함. 오늘은 전 직원이 왜 일본인이지.  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일본어 모르는 척 영어를 밀어붙였다. 의심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웠다. ㅋㅋㅋㅋ 내 몸뚱이가 나도 모르게 일본말에 자동으로 반응한 순간이 있었다. 16년 살면 몸땡이가 반응하는구나 처음 알았다. 제발 쓸데없이 내 머리통이 끄덕끄덕 맞장구 좀 그만 쳐 주길. 나루호도 나루호도. 응응, 오오, 헤에… 쉴 틈 없이 왜 모가지를 끄덕이는지  어이가 없어ㅋㅋㅋ

내 앞에서 포케를 사던 사람이
Keep the change라고 했다.
남은 돈 팁하라고 저렇게 말하는구나. 접수했어. 꼭 써 봐야지. 두근두근

갤러리아 면세점

폭망 한 엔화 때문에 면세점은커녕 ABC 스토어에서도 살만한 게 없었다. 웬만한 과자랑 커피가 돈키호테가 더 싼 건 왜지? 우리가 캐리어에 하나하나 옮기지 않아도 왕창 수입해서 도쿄 어디나 파니까 매력 있는 선물은 없었다.

방으로 가기 전에 내일 부른 택시를 어디에서 타야 할지 호텔 직원에게 체크했다.
I did reserve a taxi tomorrow. Where does the taxi come to here? Where I should wait the taxi?
직원은 친절하게 어디서 기다리면 좋을지 알려줬다. 이런 중학생 수준의 단어들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다. 내가 특별히 어려운 단어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아닌데 불과 3년 전에는 입도 뻥긋할 수 없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영어 문장을 완벽하진 않아도 의도를 전달할 만큼은 하게 되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근데… 다녀와서 생각난 건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단 한 번도 하루한테 양보하지 않았더라고. 하루한테 뭐라도 영어 한마디 해 보라고 할 걸 ㅋㅋㅋㅋ  자기 혼자 너무 좋아서 전부 독차지하고 다녔다. 난 정말 자기밖에 모른다. 애를 낳아도 변함이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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