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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런 날이 왔다.
하와이를 간 것이다.

케군이랑 내가 늘 꿈꾸던 여행지가 바로 하와이였다. 꿈을 꿨다기보다… 막연히 그리던 곳? 연예인들이 매년 간다잖아. 우리는 그런 부자들이 가는 여행지 가면 안 되는 줄 알았지. 하와이뿐만은 아닌데 뉴욕, 런던, 파리가 더불어 왠지 그렇다.
그래서 하와이에 다녀온 사실은 여전히 꿈만 같다.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날밤을 새서 시차에 적응할 만큼 아이가 컸다는 것도 그렇고 꼭 연예인만 가란 법 있냐 대담함도 생겨야 (내겐 중요함 ㅋㅋㅋ) 되는 인생에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진 기회였다.

공항가는 길 어찌나 날이 좋은지 창 밖을 찍었다. 찰칵 찰칵 셔터 소리를 듣고 내 앞에 앉은 아저씨가 서류에 매여있던 시선을 들어 창 밖을 보고 동영상 버튼을 누르셨다. 셔터 소리가 꼭 나쁘진 않네. 제가 아저씨께 아름다운 날을 선물해 드렸죠?

출발시간보다 한참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밥 먹고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넉넉히 도착한 건 케군이 밥 고르는 시간을 예상한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층을 넘나들며 30분 넘게 밥을 골랐다.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집 외식 습관. ‘ㅂ’ 한끼 한끼 이렇게 소중해서 어떻게 사냐 우리 케군. 배는 고픈데 못고르고 발동동하는 순간에 본인이 제일 괴로워 보인다. 참 내, 보고있음 어이가 없음.  

돈카츠 집에 안착

공항 지도를 심각하게 정독
나는 카츠동과 우동 세트

저녁 8시 출발 비행기였다. 마이너스 19시간이란 큰 시차가 있는 여행은 처음이어서 계산에 익숙해지는데 한참 걸렸다. 밤 비행을 7시간하고 도착하면 다시 그 날 아침이 시작되는 과거로 가는 길.

하와이에 가기 전, 여름 방학 내내 우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었는데 이러다 시차 적응 못하고 빌빌거리다 오는 거 아닌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머리를 때려서라도 기절해서 비행기 안에서 잠들어야 한다!!

공항 환전소에서 2만엔을 환전했다.
세상에 130불 정도로 돌아왔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절레절레..

저가항공을 이용할 의향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도쿄발 하와이행 비행기는 ANA가 제일 합리적이었다.
케군은 회사 일 때문에 호텔도 비행기도 캔슬 가능한 예약을 원했고 2,3만 엔 좀 더 쓰긴 했지만 저가항공보다 큰 차이는 없었다.

바다 거북이 디자인의 비행기 안은 티파티 색으로 아롱거렸다. 나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야릇한 특별함을 느꼈다. 완벽한 기내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각별했다. 하와이를 향한 일본인의 사랑이. 이건 하루이틀 이루어진 루트가 아니라는 면밀함. 하와이에 도착해서도 하와이 사람들의 일본인을 향한 각별함이 느껴졌다. 그쪽도 하루이틀 맞이한 손님이 아니라는 굵직한 파이프 느낌. 쌍방으로 어찌나 서로 사랑을 하던지. 일본인인척 하면 할수록 여행은 안락함 밖에 없었다. (내심 한국인 서운하네 생각함ㅋ)

저녁밥

디저트

하루랑 케군은 꼬리 카메라를 계속 보며 비행했다.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하는거야…

조식 (빵, 쿠키, 땅콩 등등)

렌즈빼고 잘 준비했지만

못잤다!!!!!
얕은 잠만 자고 실패했다!!! ;ㅂ;

내리는 몇분간 레인보우로 조명이 바뀌었다.
조명색이 이렇게 성의 있는 비행기 처음 타 봤다.

하와이에 가기 전 준비는 아래와 같다.

1. 비행기 티켓 예약 ANA 항공권 36만 엔
성인 2, 초등 1
2.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 (캔슬가능) 약 40만 엔
리조트 피 등등 포함 4박
3. ESTA 미국비자 신청
4. 쿠알로아랜치 (쥬라기공원 촬영지) 투어 예약
5. 애리조나 메모리얼, 미주리 전함 투어 예약
6. 다이아몬드 헤드 입장 예약
7. 공항에서 호텔 픽업 택시 예약
8. 고장 난 캐리어 다시 구입
9. SIM카드 구입
10. 울프강스 스테이크 예약
11. ANA 클럽 회원가입 (무료 순환버스 이용 가)

제일 큰 캐리어 바퀴가 하나 망가졌는데 한 개 수리하는데 7천 엔이 든다는 거다. 거기다가 일본 사람들이 견적낼 때 하는 무시무시한 말이 따라왔다. 1. 정확히는 알 수 없다. 2.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3.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문의해 본 수리점 모두 이 세 가지 멘트를 붙였다. 절대 7천 엔에 끝나지 않을 각이었다.

그러다가 일본제품 중에 획기적인 녀석을 하나 발견했다. MAIMO라는 회사의 92리터를 구입.

가격은 약 19000엔.
내 맘에 든 부분이

바퀴가 고장나면 나사처럼 빼서 셀프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스페어 바퀴는 하나에 1300엔이었다. 갑자기 망가져도 그 자리에서 휙휙 돌려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7천 엔이 아까워 커다란 가방을 하나 버리게 생겼는데 쓰레기도 줄이고 이거야말로 환경에 좋아 경제적이야 수리에 드는 시간 절약하고 여행지에서 당황하지 않고 일석 도대체 몇조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반바지를 준비할 것.
그런데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찢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청반바지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의 여름

그래서 몇 번 입었다가

언젠가의 가을

요즘에는 안 입는 청바지를 짤랐다.
허리랑 다리가 커서 잘 안 입는 옷이었는데 청반바지는 허리가 넉넉해야 하고 허벅지가 끼면 다리가 굵어 보이니까 오히려 너무나 딱인 것이었다.

하루가 찍어줌

이렇게 하와이에서 엄청 잘 입고 다녔습니다.

하루가 찍어줌

그리고 아주아주 마지막 준비로 유니클로 긴팔 잠바 준비하기. 하와이에서는 거의 안 입었는데 3시간 이상 가는 비행기에서 긴팔은 필수.

이제 긴긴 하와이 포스팅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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