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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에 실 꿰듯
5년 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멀리서 와 줬다. 무지 좋은 차를 운전해서 왔다. 분명히 삼겹살집 아저씨가 주차장 있다고 했는데 건물을 빙글빙글 둘러봐도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가서 물어보니 저기가 맞단다. 저긴… 화장실로 가는 복도 아니에요?  일단 뒷 꽁무니를 살살 맞춰서 넣어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꼭 끼는 듯한 느낌에 자신 있게 유도를 못하겠다. 내가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하자 담배를 피우러 나온 남자 손님 두 분이 “예~ 안 부딪혀요~ 쭉쭉 들어가세요” 도와주셨다. 후진하던 바퀴가 보도블록 턱에 걸리자 나랑 친구는 ‘이거 맞아?‘ 눈빛을 교환하며 순간 얼음. 다시 아저씨 두 분이 “밟아요~ 괜찮아요~” 안심시켜 주셨다. 더더! 더더!! 호령에 맞춰 바늘에 실 꿰듯 주차를 했다. 친구는 집이랑 회사만 다니다가 이런데 주차 처음한다며 호덜덜 비실비실 내렸다. 도쿄도 좁디좁아 주차난이도 상급인데 서울은 좁디좁은 데다 차가 커서 주차 난이도 슈퍼최상급이었다. 하지만 도쿄는 내가 뭘 낑낑대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대신 서울은 누가 낑낑대면 모두가 도와주기 때문에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아이템 많이 가지고 겜하는 것과 같다.

고기보다 이런게 먹고 싶었음 냄새부터 다른 한국김치
이런게 먹고 싶었음2222

# 윤리샘의 비상식
-나 예전에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 날 아직도 생각나. 체육대회였나? 다들 운동장 나와있는데 네가 갑자기 체육복 갈아입고 혼자 교문 밖으로 나갔잖아.
-체육대회가 아니고 신체검사 날이었어. 그거 알아? 그날 아빠 위험하다고 교무실에 전화 와서 나는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 그러고 있는데 그때 우리 담임, 최**가 내 손목을 잡고 남아있던 신체검사를 키 재고 뭐 재고 할거 다 시키고 그제야 보내준 거야. 그래서 아빠 마지막을 못 봤어. 도착하니까 벌써…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나와. 힘없고 아무것도 몰라서 어리둥절 막 끌려다니다가 시키는 거 하고 다 나온 거 너무 억울해.
-최** 윤리 아니었어? 웬일이야.. 전혀 몰랐어. 진짜 뭐냐… 지금 우리 나이보다 훨씬 더 많았던 거 같은데.
-그러니까.. 윤리가.. 그랬다니까.


우리 담임을 본 적도 없는 써네언니도 같이 광광 울었던 밤


# 몽에
애들은 형부가 잘 포장해서 데려간 김에 우리는 2차를 갔다.
-가만있어 봐. 내가 전에 봐 둔 와인바가 있었어.
다 좋았는데 제일 좋았던 것은 가게 주인이셨다.
-언니.. 요즘 한국사람들은 다 연예인 같다. 너무 잘 생기지 않았어?
다른 테이블에 모여있는 (주인 분 친구 그룹?) 사람들도 너무 잘생기고 예쁘고 연예인 같아서 더 그랬다.
알콜 쓰레기인 나는 뭘 시켜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콜라는 있다고 해 주셔서 옳커니 시켰다. 그런데 잠시 후 거뭉봉다리에 콜라 페트병 끌어안고 주방으로 몰래 들어가시는 거… 나는 보고 말았다. 당당히 사 오셔도 될 거 같은데요 왜 숨기셨지 ㅎㅎ 오히려 서비스 안주를 너무 많이 주셔서 우리가 먹은 비싼 치즈와 견과류가 콜라마진보다 더 나왔을 거 같은데.
알고 보니 여기 주인분께서 배우를 겸업하고 계셨다. 지난번부터 한국에 가면 배우가 영업하는 카페나 와인바를 한 번씩 가는 신기한 우연히 생기고 있다.


# 마음의 소리
1호선엔 유독 연령층이 높은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은 나만 그럴까? 하루 손을 잡고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제히 하루를 쳐다본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옴마.. 이 시간에 애가 학교엔 안 가고 왜 여깄어?’ 처음엔 내 신경과민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백 프로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의자 전부가 노약자석화 되어있는 1호선 안에서 당연히 앉을자리 찾지 않고 문 옆에 섰다. 자세히 보면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더 할머니들이 자리에 앉아계시고 얼굴에 광나시고 머리 검으신 할머님들은 서 계시더라. 우리가 가까이 오자 문 옆에 서 계시던 할머니께서 주저 없이 말을 걸어오셨다.
”애기 엄마여?“
”네~“
”아이구 애기도 엄마도 이뿌네!“
”그래요? ㅎㅎ 고맙습니다. “
그리고 본론에 들어가신다.
”근디 왜 이 시간에 핵교안가고 왜 여거 서 있어.“
”아~ 저희가 일본에 살아서요. 한국에 놀러 왔어요. 좀  여기 개학날이랑 달라요. “
”으잉~~~ 그라코만~! 우리 손주도 오사카 살아서 내 좀 알아. 그긴 4월이 입학이라믄서?”
크게도 말씀해주신다. 덕분에 주변 할머니 할아버님들이 흐뭇하게 납득하신 듯 우리를 향한 눈초리가 사라졌다. 어르신들이 편안해지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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