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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앞에 봐!!!
비행기가 바퀴를 내리고 착륙하려고 할 때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라는 아나운스가 나왔다. 몸을 거의 90도로 틀고 하루한테 쪼잘대던 나한테 하루가 소리를 지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엄마!! 엄마!!! 빨리!! 앞에 봐!!!
-… 왜? 선생님 왔어?
-… 응? 큭…
-쉬는 시간 끝났어?
-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생각해도 왜 착륙할 때 조용히 앞에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엄마 말에 막 웃었다.
학교 다니니까 이런 개그도 통했다.


# 한국의 냄새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예전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자취방이 있는 치바로 가는 전철을 타면 딱 가정집 불빛이 나오기 시작하는 구간부터 간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달달한… 조림냄새. 예전에 그 얘기를 케군한테 하니까 무슨 간장냄새가 난다구랰ㅋㅋ 했는데
나는 이제 한국에 도착하면 외국인만 느낄 수 있을 거 같은 미세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게 무슨 냄새인지 알아냈다.

바로 꼬마 김밥 냄새다. 김이랑 밥이랑 윤기 나는 참기름이 섞인 냄새다.

머리크기로 형아랑 키 맞먹음

# 형부는 전생에 내 무엇이었을까
피 한 방울 안 섞인 써네언니네서 또 지냈다. 형부랑 애들이 같이 애들 방에서 이불을 펴고 언니는 거실에서 자고 나랑 하루에게 안방 침대를 내주었다. 이게 되는… 언니보다 이게 되는… 형부에게 존경과 감사함이 터진다. 한 5일쯤 지냈을 때 언니보다 일찍 퇴근하는 형부가 하루 입을 옷 없죠? 빨래 한 번 돌릴게요. 하면서 우리 옷을 빨아줬다. 어느 날 아침엔 언니가 너무 곤히 자고 있는데 난 환풍기도 인덕션도 쓸 줄 몰라서 “형부 계란 프라이 하나만 해 주세요” 하니까 벌떡 인나서 우리 밥 챙겨주고 설거지까지 끝내셨다. 동네에 내 친구까지 불러서 밥 먹는 동안 오랜만에 회포 풀라고 다른 테이블에서 하루 밥 맥여주고 애들 다 데리고 동네 산책 시키고 집에 가서 씻기고 재워주셨다. 게다가 웃기기까지 하다니.

#엄마 어디서 씻는거야?
화장실 따로 세면대 따로 욕실 따로 있는 일본 집구조만 보다 언니네서 씻으러 들어갔는데 하루는 당최 알 수가 없더란다. 변기가 있는 화장실에서 나와 다른 방 문을 몰래 열어봤단다. 욕실은.. 어디 있는 걸까. 눈치로 형들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걸 보고 다시 들어갔댄다. 나는 첫날 늦게까지 고딩때 친구랑 써네언니랑 셋이 마시고 있었다. (콜라를) 그리고 설마 하는 느낌으로 변기 앞에 있는 샤워기로 일단 몸을 씻었다. 형부가 “삼촌이 씻겨주까?” 물어봤는데 초3이 혼자 못한다고 하는 것도 부끄러워 거절했단다. 그리고 설마 설마 하며 발 씻고 설마 설마 하며 머리도 감고 변기가 다 젖었는데 괜찮은 건가.. 설마 설마 하며 나오자 다들 아무렇지 않게 대해서 안심했다고. 내가 오자마자 살짝  그 샤워기로 씻는 게 맞는 거냐고 물어왔다. ㅎㅎㅎㅎㅎㅎㅎ 예전엔 너무 어릴 때라 내가 씻겨주고 내가 입혀주고 그래서 이제야 컬처쇼크가 왔나 보다. 너무 귀여워서 터지게 안아줬다. 그리고 하루는 한국 집 구조도 바로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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