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는 2021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가고시마 로컬 여행을 계획했었다. 국내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고 (케군은 여행보다 플라이트를 좋아합니다.) 오키나와 위에 위치해서 도쿄보다 한참 남쪽지방이니까 살짝쿵 따뜻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남자 둘이 ‘화산’을 보러가자고 의기투합. 그리하여 가고시마라는 목적지가 정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항 무드

기내식이 없으니 점심 먹고 출발합시다.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화산’을 보자는게 와닿지가 않은 애미.
-하루야 ‘사쿠라지마’ 화산은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할 수 있는거야. 막 용암이 흐르고 그런게 아닌데? 큰 산 같은 느낌이야. 그림이나 사진처럼 그렇게 보일걸?
-그래도 화산 가까이에 간다는 게 엄청나잖아! 진짜 멋지자나!
케군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편을 들었다. 내가 이상해? 나만 이상해? 그래 알았어. 조용히 따라가겠음.

하루는 종이 비행기처럼 날아 앉는 비행기를 구경했고

케군은 코인 맛사지기 한자리를 차지했다.

참, 이번 여행의 두번째 목적.
하루에게 카메라를 경험시켜 주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카메라로 찍은 상을 어떻게 종이에 옮기는지 궁금해해서 현상에 관한 유투브도 보여주고 도서관에서 카메라의 구조에 대한 책도 복사해줬는데 생각해보니 직접 찍어보면 좋을 거 같았다.
집에 있는 필름 카메라를 오랜만에 꺼내봤다가 무거워서 깜짝 놀라고 다시 꽁꽁 싸 놨다.
하루 손을 잡고 일회용 카메라를 찾아나섰는데 세상에 … 얘네들이 증발한 듯 사라졌다. 예전에 우리 어릴때 소풍가거나 하면 꼭 사던 거. 일본에 왔을 때 편의점마다 걸려있었던 거.. 그래, 요즘 누가 일회용카메라를 사겠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큰 빅쿠카메라(전자쇼핑몰)를 빙글빙글 돌다가 직원분께 물어봤다. “아~ 샤룬데쓰 같은거요? (후지필름에서 나오는 제품이름) 몇개 쬐금 남아있을거에요. “ 하며 구석진 곳에 마치 골방 처럼 모여있는 곳을 안내해주셨다. 갑자기 그 모습들이 너무 서글프더라.

이 맛사지기 뭐얔ㅋㅋㅋㅋㅋㅋ
신변 보호하는거야? ㅋㅋㅋㅋ

근데 왜 챙피한 건 가족들 몫이야? ㅋㅋㅋㅋ
우린 가고시마 갈 건데 아빠 우주여행가냐고 개그를 치며 하루랑 한참 웃었다.

가고시마까지 약 두시간. 높은 산에 올라가면 부산이 보이기도 할 정도로 한국과 가까운 지역이다. 이 돈과 이 시간이면 한국에 갔을텐데 나는 화산을 보러가야가하다니.

하루는 만화도 안보고 게임도 안하고 잠도 안자고

플라이트 지도를 보면서 갔다.
반전은 케군도 똑같이 이 지도를 보면서 두시간을 타고 갔다는 사실. 그래서 영화 보면서 간 나만 이상한 애 됐다 ;ㅁ;

귀가 아플 때 마다 사탕 냠냠

기내식은 없지만 쥬스 한 잔씩 나왔다.

조립식 JAL비행기 장난감 제공

와!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남쪽 나라의 상징 야자수 나무가…어??
미친듯이 바람에 휘어지고 있군!!
그 날은 가고시마에 30년만에 온 한파로 심지어 도쿄보다 기온이 낮은 기록적인 날씨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쩔거야 이거.

차 렌트 대리점에서 오늘 밤에 눈이 펑펑 올지도 모른다고 체인도 가져가는 걸 추천했다. (믿고 싶지 않아) 도쿄도 1년에 눈 오는 날이 한 두번 올까 말깐데 가고시마에 눈이 왜 와.
여관에 전화해보니 혹시 눈이 온다면 여긴 산 속 아주아주 산골짜기 깊은 곳이니 체인이 있으면 안심이라고 (아아.. 믿고 싶지 않아. 산길도 싫은데 눈 내린 산길)
케군도 나도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준비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체인을 돈 주고 빌려왔다.

자, 이제 출발 출발.

곳곳마다 작은 사진작가님 출몰.

여기는 기리시마 온천지에 있는 기리시마 신사.

찰칵찰칵

그리고 아래로 내려오니

가이드 북에서 점찍어 둔 과자집이 보였다.

사츠마 죠우키야(증기집)
찐빵이나 호빵 찔 때 나오는 증기가 연상 되는 이름이다. 건물도 예쁘고 이름도 찰떡이네.

여기서 먹어야 할 건 정해져있다.
갓 구운 도너츠

모양이랑 이름만 도너츠지 튀기지않아서 푹신하고 쫄깃한 팬케이크 느낌이 난다. 갓 구웠으니 안 먹고는 못 배김.

케군은 카스타드 크림 들은 찐빵

“모제”라는 떡? 빵? 이었는데
모제는 가고시마 사투리로 작고
귀엽다는 뜻이라는군요.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카루캉’이란 만쥬였다. 이 시간에는 품절. 도쿄에선 본 적 없는데 아쉽네…
그리고 바톤 터치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웃음은 설렘과 떨림과 공포와 환희와 아주 복잡 환장한 기분이 공존하는 웃음이다. 분명 여행갔을 때 나도 교대로 운전하려고 운전 연습을 시작한 건 맞는데 갑자기 (아니 언제가 됐던 시작은 갑자기겠지만) 60킬로 속도로 쉬지않고 꾸불꾸불 산길을 오르려니 아랫배가 허공을 붕 뜬채로 울렁대는 초긴장감에 지금 이게 현실인지 조차 분간이 안갔다.
60킬로 속도 낸다고 냈는데 뒤에 자꾸 긴 줄이 생긴다? ㅋㅋㅋㅋ 차선이 하나밖에 없어서 추월 못하는 상황에 빵빵거리지 않고 조용히 내 뒤에 줄을 서 주는 차들.. 케군이 한번씩 타이밍을 알려주면 공터에 피해 뒷차들을 먼저 보냈다. (이런 꿀팁을 알려준 케군 나이스) 아무도 60킬로로 달리는 사람이 없었다. 왜 80씩 밟으면서 커브가 가능한거냐 다들 레이서 출신이냐. 나는 저렇게 될 수 있는 상상이 안간다.

녹색 떡잎 마크의 초보운전 차량이 내 작품

어쨌든 여관에 도착! 내가 주차까지 마무리를 했다. 한가지 의외의 어려움을 추가하자면 케군은 주차의 신이라 주차라인의 정중앙이 아니면 탐탁치 않아해서 내가 몇 번이나 고쳐 주차를 했다는 점이다. 괜찮다고 말은 하는데 얼굴이 완전 찝찝해 하는 거ㅋㅋ 내가 그냥 다시 하겠다고 했다. 후… 케군 눈에 들고 싶어…잘 보일거야 ;ㅂ;

햐~ 우리 여관에 도오오오착!

이번에 고심끝에 예약한 곳은 静流荘 세이류우소
연말이라 선택지가 많이 없었고 (다들 어찌나 일찍 예약을 했는지) 방에 온천탕이 달려 있는 곳을 고르고 싶어서 오래 된 건물이란 건 아쉽지만 결정했다.

우리가 안내 받은 방

전형적인 여관 스타일에 매우 큰 평수였다.

자는 방 따로

차노마 茶の間(차 마시며 뒹구는 거실 개념) 따로

노천 온천탕이 붙어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 경대가 하나 놓여있는데 너무 분위기가 좋았다. 근데 이렇게 어두컴컴하고 조명도 없는데서 누가 화장을 하겠어. 분위기만 좋았다. 이 방의 용도를 아직도 모르겠네.

남자 둘은 큰 목욕탕에 씻으러 나갔고

유카타로 갈아입은 김에 셀카놀이라고 쓰고 숙소를 소개해 볼까합니다.

하루의 흔적

여긴 입구고요. 잘 보이시죠?

뒤는 침실이죠. 아주 정확하게 침실을 찍고 있죠?

차노마 거실의 모습

이런 거실입니다

방과 방들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겠고요

용도는 모르겠고 분위기 좋은 방

오케이?

여기가 노천온천하는 곳이랍니다.
구석구석 너무 잘 찍었쬬?

이제 그만하고 나도 씻으러 갔다 ㅎㅅㅎ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저녁밥 타임

어? 케군은 벌써 밥을 먹은 밴데?

남쪽 지방은 뭐니뭐니해도 음식이죠.
일본에서도 가고시마 음식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음식이 예쁘다며 사진찍고 시작하는 하루.
으.. 귀염뽀짝이.

한파에 너무 덜덜 떨어서 매번 패스하던 식전주를 마셨다. 칵테일 한잔으로 얼큰히 취할 수 있는 나의 주량을 아는 케군이 걱정했다 ㅋㅋ 저게 걱정할만한 양이라는게 새삼 당황스럽네 ㅋㅋ

사실은 난방이 너무 약해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중.

불켜 불켜 ! 스끼야끼!

기염댕이!

하루 털 조끼를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다 마지막에 구겨넣은 애미 너무 잘했다. 정말 ㅋㅋ 추운 날씨였다.

이번 여행의 불행은 단연 날씨였다. 가고시마는 원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조차 흔하지 않아서 보통은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 날은 밤 기온이 0도에 가까웠다. 평소 그런 날씨를 대비하지 않은 여관은 일부 보일러가 망가지고 (날씨 탓 아닐수도..) 방 안의 난방이 부족하고 아무튼 한기로 가득찼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우리가 온천탕이 있는 방을 잡아서 잠들기 직전까지 삶은 계란마냥 동동 온천 물 속에 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냉수마찰과 온탕을 왔다 갔다하는 듯한 버라이어티한 그날 밤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ㅋㅋ

짧은 여관 산책을 하고

방에 들어가 티비를 보며 뒹굴었다.
이제 여행까지 와서 짐 챙기고 한쪽에 정리하고 이런 짓 안하기로 했다.

이런 테이블에서 그냥 먹고 못본척 했다. (예전엔 이런 꼴을 눈뜨고 못봤음 ) 하다보니 되네? 어딜가든 살림을 쳐 하고 있던 내 과거가 아까워.

하루가 총 쏘는 시늉을 하길래 웃음 폭탄!!! 하며 온몸으로 던지는 흉내를 냈다. 그거에 대항하면서 한다는 말이 겡끼다마!!! (힘이 나는 알) 이러고 던진다.
너무 귀엽고 순박하고 간지럽고 웃음 코드 뽷 눌려져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겡끼다마!!! 뭐야 ㅋㅋㅋ 날 공격한거야 위로한거야 ㅋㅋㅋㅋㅋ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