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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여자

만 7살 여름 일상 2

Dong히 2022. 9. 14. 19:28

오늘의 먹부림은 아사쿠사.
<핵심만 남기고 줄이는 게 체질>이란 책을 읽고 이제 슬슬 하루의 일상 포스팅을 없앨 시기다 느껴졌다. 다음에 재탕 삼탕 나들이할 목적으로만 남겨야겠다.

왜냐면 결국 우리가 뭐 먹으러 다녔나를 늘어놓는 하루 일상 포스팅이 되어가고 있더라고~

그래서 이날은 뭘 먹었냐면 아사쿠사 백화점 루프탑에 있는 바비큐 비어 가든.

해가 져도 습하고 더웠지만 뜨듯… 한 느낌이라 참을만했다.

무엇보다도 아사히 맥주 빌딩을 마주하며 와인 (달달한 칵테일 느낌) 한 잔 하는 게 기분이 좋아서.

여기가 케군과 나의 첫 데이트 장소, 유람선 선착장이었는데. 날씬하던 남친님은 어디가셨어여?

술을 마시면 먹깨비가 되는 케군. 다시 디저트 먹으러 가자며 마구 꼬신다. 하루는 좋아 죽는다. 우린 또 술김에 난 취하지도 않았는데 단거라면 환장한 김에 ;ㅂ;

야식으로 말차 빙수랑 (거의 세숫대야 크기)

폐점 세일로 반값인 건 못 참지. 후르츠 샌드위치까지 시켰다.

방학 내내 원카드를 하며 놀았다. 룰도 간단하고 스피디해서 아이들 수준에 딱 좋은데 일본은 트럼프 카드로 원카드를 하지 않더라. 우노라는 카드로 비슷한 놀이가 있다고 한다.

엄마, 하루 이 모자 어울려?

맞춤인데?? ㅋㅋㅋ

그냥 작은 물건 넣어두는 바구니를 가지고 ㅎㅎ

이날은 8월 초에 케군이 코로나 당첨. 가족 격리로 5일간 갇혀있다가 나와서 코메다 커피집에 마실 갔었다. 감염자는 10일 격리였기 때문에 케군은 일주일 더 격리해야 했다. 원래 다 같이 걸려야 장차 좋을 거라고 해서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리길 기대했건만 나랑 하루는 전혀 증상이 없었다. 일본은 무증상이면 (제발) 검사하지 말라는 (신신당부) 안내와 함께 자가 키트를 보내줬기 때문에 검사는 하지 않았다.

나의 셀카를 방해하는 빵과 너

엄마, 부탁이 있어. 엄청 귀찮을 수 있는데 조금만 참고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온갖 공손을 떨며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바느질을 가르쳐달라고…
얘가… 진짜 엄마를 너무 잘 아눼.
정말 귀찮다.
슈퍼 귀찮다.
근데 저렇게까지 부탁을 하니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조종당한 나는 순순히 바느질 통을 꺼내왔다.
누가 누굴 지금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엔 단추만 달아보겠다더니

집중하면 나오는 입술을 내내 쪼매 내밀고

작은 포켓까지 완성했다.
완성…작… 안 찍었네.
끝나서 너무 좋아가지고 치우느라 사진 없음.

박물관 놀러 가는 하루

어느 날 왼쪽에서 시작된 눈병이 오른쪽까지 옮았다. 선생님은 눈 다래끼인지 감염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처방약은 똑같다고 소염 성분 안약을 내어주셨다. 눈병은 답정너인가.

하루 얼굴 좀 무서운데?
무서운 표정 해 봐.

헉 이제 정말 귀엽다고 말 못 할 표정을 짓네.

육아책에서 장난감 가게에서는 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사 달라는 거 다 사주지 말고 서점에 가면 뭘 고르든 다 사주라고 책은 무조건 만수르처럼 팡팡 쏴 주라길래 고른 책 핀잔 안 주고 한큐에 사줬다.
근데 어째… 집에 개성 넘치는 책만 가득해진다?
외계 생물체의 비밀. 독이 들은 동물 곤충 전집. 위기에 빠졌을 때 극복법 (그 위기란 코딱지 먹었을 때 하도 까불다 발이 빠졌을 때 얼음에 혀에 붙었을 때. 등등 개그 수준) 이거… 맞는 거야? 나… ?

진짜 비싼 고깃집 죠죠엔에 간 날.
솔직히 이 돈이면 상견례급 한식당에서 최고급 한우를 배불리 먹을 텐데. 일본에선 간에 기별만 살짝 갈 뿐이다.

그래도 이날은 공짜였다.
일본에서 아이디카드 개념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하기 시작한 <마이넘버 카드> 보급을 위해 자꾸 돈을 쏴 주는 캠페인을 했다. 작년 첫 캠페인 때 카드 만들어서 지원금 받아먹었는데 그래도 안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번엔 인당 1만 5천 엔을 쏴서 또 날름 날름 받아먹었다. 이렇게 돈을 뿌리는데 안 만든다니… 너희들의 자유 존중, 개인 존중 증말 존경스럽다. 의인화시킨 일본 정부가 나라면 나쁜 것도 아닌데 말 드릅게 안 듣네 하며 오지게 성질부렸을 거 같다. 시니어 세대들은 그렇다 치지만 40대인 마마토모들한테 돈 준대!! 빨리 만들어!! 하고 홍보하자 모르겠어… 어려워… 뭘 눌러야 돼? 어디 들어가…? 이런 반응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응, 페이페이 화면에 (가장 유저가 많은 전자결제 수단) 연동돼있어 거기 눌러.
-페이페이가 안 깔려있어.
-아…..
-그럼 페이페이를 깔아보자.
-그냥.. 현금 쓸래.
-아…
-그래 그럼.. 다음 생에 같이 해 보자.
-그래 ㅋㅋㅋㅋㅋ

뭐 친구들은 도심 속 전원생활하는 거지. 그럼 다음엔 더 큰 캠페인을 정부가 준비할지도 모르니까 나쁘지 않아.

동네 푸드코트에서 비빔밥 냉면 반반 정식을 시켜봤다. 냉면이랑 부침개는 나쁘지 않은데 비빔밥의 결정적 오점이 있었다. 왜… 참기름을 안 넣어주는 거시야? 여기선 참기름 빠진 비빔밥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참기름이 비싸서? 날계란을 빼도 되는데… 우리 집 비빔밥이 좀 참기름을 남용했나? 엄마랑 내가 유독 참기름이랑 깨 중독이긴 했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마카나이 (일터에서 주는 밥) 먹을 때 여기저기 깨 뿌려먹었더니 사장님이 セサミンとり過ぎ (세서민 과다 섭취) 라며 진심으로 사람이 한 번에 이렇게 깨를 많이 먹어도 될까? 걱정해줬다. 아무튼 그런 깨러버에게 참기름 없는 비빔밥은 힘든 시간이었다는. 아 오늘도 역시 육아일기가 아니라 그냥 내 일상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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