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하는 여자

일상 이야기 : 엄마 반성문 기미 제거

Dong히 2025. 6. 28. 15:59

요즘엔 사춘기 시작한 하루랑 심도 있는 대화도 많이 하고 꽤 평온해졌다. 한국어 학생이며 나의 인생 선생님인 신상에게 아들도 남편도 내 맘 같지 않아서 정말 마음에 안 들 땐 어떻게 하냐고 호소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들이 나를 참아주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아...누굴 흉보기 전에... 너 같은 거랑 살아주는 게 어디냐. 다른 집이었으면 네 성격 누가 참아주겠니... - 이렇게 와닿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결국 내 고집 내 방식이 아니면 속이 뒤집어졌던 거였구나.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시간 쪼개서 학습하라고 쪼는 것도 뭐든 썼으면 바로바로 갖다 놓으란 것도 충전 케이블이 바닥에 닿아 있는 것도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내 방식이 아니라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뿐. 니들 방식을 허 해보자. 근데! 집은 내 거기도 하니까 깨끗하게 쓰라고  계속 잔소릴 해대겠지만 하루의 공부하는 방법이나 숙제 양에 대해서는 정말 최소한의 관심만 두고 모두 다 꺼 버렸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더불어 한 가지 크게 영향을 준 책도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읽은 육아서 사상 가장 감명을 받은 책이 되었다.

무릎꿇고 있는 엄마 모습만 봐도 다음 장이 너무 궁금해지는 표지.

이유남 작가님. 학부모에게 인기 많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런데 전교 1등 아들, 말 잘 듣는 딸이 줄줄이 자퇴를 하고 각자 방에 들어가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가 된다. 그것도 고3에.... 금쪽이들이 금쪽이가 된 건 대부분 누구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알 것이다.  엄마가 뭘 얼마나 어쨌길래!!! 이 대목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순식간에 잡아먹듯 읽어버렸다. 세바시에 나와서 같은 내용을 강의하셨는데 나는 책으로 읽는 걸 추천드린다.  자기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적어놓으셨는데  드라마에서도 보고 엄마한테도 들어봤고 나도 뒤틀렸을 때 쉽게 내 뱉은 말들은 굉장히 익숙한 단어들의 조합이었다. 그 말들이 글로 보니까 너무 잔인하고 아팠다..   니가...아니..너... 엄마는 어쩌라고.. 도대체... 왜.. 했니? 읽었어? 이게 쉬웠니?... 단 한 번도 따뜻한 말을 들어 본 적 없이 이런 말만 들었을 그 아들 딸들 생각하다가 울면서 읽었다. 진짜 너무 아프더라...

 

스포를 살짝 하자면 아들과 딸은 이제 엄마를 용서했다. (어느 뉴스에도 사진으로 출연하셔서 막 찾아 봄) 그리고 엄마 반성문 책은 딸이  엄마의 잔소리가 실제로 어땠는지 정확하게 감수하며 출판을 도왔다. 마지막에 실린 결혼하고 아이 낳은 딸의 편지는 눈물 없이 절대로 읽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제일 크게 깨달은 것은 반항의 정체였다. 아이들은 사춘기 때까지 담아 둔 분노를 의문이 커지고 몸이 커지며 부모에게 터뜨리는데 그것은 반항이 아니라  '복수'였다. 지금까지 이를 갈며 상대방이 가장 열받을 요소로 되갚아주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춘기 시작되면 그때 잘해주는 건 늦었다. 사춘기가 되기 전에 잘해줘서 앙갚음할 것이 없어야 한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아무튼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데 이걸 세상에 다 내보여줬다는 용기와 결심에 너무 감사했다. 뇌과학이니 감정읽기니 이런 말을 늘어놓는 육아서들이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저런 바닥을 다 겪어보고 진짜 참회의 눈물을 뚝뚝 흘린 엄마가 되어보지 않고 이론대로 가설대로 써 내려간 것만 같아 한동안 다른 육아서들은 공감을 못할 정도였다. 아무리 레이저 원리를 설명해 줘도 찐후기를 보기 전엔 모르겠고 찐 후기를 보고도 실패 사례를 봐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시 고3부터 육아에 재도전해서 성공한 사례다. 이건 찐 오브 찐. 

 

 

내 일상이야기 쓰고 싶은데 하루 육아 블로그가 되어버리네.... 새글 쓸 때 이게 요즘 난처하다. 혼자 놀기와 육아 일기를 분리할 수 없어...

 

진짜 오랜만에 갔던 카페 투어.

이케부쿠로의 킷사텐 珈琲亭 <커피 테이>

https://g.co/kgs/kcefgY6

 

Coffee-tei · Toshima City, Higashiikebukuro, 1 Chome−7−2 東駒ビル 1F・B1F

4.2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주말에 항상 줄 서 있던데 평일에 쏙 들어갔다. 아무튼 혼자 노는 날에서 육아서 읽거나 동영상 찾아보고 (일본 거 한국 거 양쪽으로 보느라 시간도 두 배) 머릿속은 아이 생각으로 가득한 거 너무 싫다 ㅎㅎㅎ 

분위기 좋앙... 

치과 검진하러 온 하루

양치 제대로 안 하는데 이가 너무 멀쩡해서 아쉬운 나 ㅋㅋㅋㅋ 얘 좀 홍내주세요. 이제 유치가 다 빠지고 딱 하나 남았다. 

학교에 코바야시라는 어여쁜 여자애가 있는데 항상 "엄마 걔는 참 머리도 좋고 발표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어-" 라길래 좋아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무슨 얘기 중에 "하루가 좋아하는 거 코바야시 아니었어?" 하니까 무심코 "아니? 다른 앤 데?" 하고 실언을 하고 말았다. ㅋㅋㅋㅋㅋ "누군데?" 헉 @..@ 하고 놀란 눈을 하며 말 안 해준단다. 코바야시짱보다 예뻐? 유도신문을 했더니.

 

"예쁘지는 않은데 웃겨. " 

 

라지 않는가. 순간 난 벅차올랐다. 니가 뭣이 중헌지 벌써 아는겨? 얼굴보다 그게 더 중요한지 어떻게 알았대. 작년까지만 해도 코바야시 말만 나오면 칭찬 일색이더니 얼마 전에 이런 얘기 들었던 게 기억났다. 학교에 영화에도 출연하고 란도셀 가방 광고에도 나오는 아역 탤런트가 한 명 있다. 

"엄마 근데 코바야시가 옆에 여자애한테. 000짱 (탤런트) 얼굴이 미인은 아니지 않아?  이러는 거야. 그 말 좀 너무 했지 않아?" 이런 험담이 너~무 별로였다는 투로 말했다. ㅋㅋㅋㅋ 좋아했다가 성격보고 좀 마음이 바뀐 거 아닐까 살며시 추측해 본다. (애미는 재밌어요. 깔깔깔깔) 언제 또 짝사랑 상대가 바뀔지 모르니 너무 물어보지 않기로 함. 

생각해 보니 나도 남자 보는 우선 가치가 이랬다 저랬다 널을 뛰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오빠 열 번 찍어 넘어오게 하더니 결국 바람이 나더라... 더 좋아하면 지는 거더라... 그래서 나 좋다는 남자들만 만나며 갑질을 해대다가 순간 내가 악마처럼 변해가는 모습에 마음은 더 초라해져 갔다. 그리고 어린 마음에도 20대에 가장 누릴 수 있는 건 외모다. 외모가 전부다. 직감을 했던 나는 옷 잘 입고 잘생긴 남자가 아니면 연애대상으로 치지도 않았다. 그때 멋 부리며 인생 헛헛하게 사는 사람들 미리 많이 만나보길 잘했지. 잘생긴 놈도 생각은 다 똑같고 옷이랑 신발 사느라 늘 빚을 등에 지고 맨날 밥은 얻어먹으러 다녀서 다들 마른 거였다.  정말 한때고 인생에 하등 씨잘데기 없었다. 그리고 능력 있는 남자가 그렇게 좋아 보이다가 내가 하는 개그를 알아듣고 웃어야 최고였다. 그렇게 수차례 변하던 매력 순위 중에도 딱 한 가지 굳건한 게 하나 있었는데, 큰 키도 아니고 말투나 쌍꺼풀도 아니고, 하얀 피부였다. 피부가 하얀 남자는 몇 살이 돼도 설레더라. 좋아했던 남자 연예인도 건강미에 태닝 피부에 근육질 마초계열.. 이런 남자가 하나도 없다. 내가 근육 있는 사람을 싫어하나? 생각했는데 예전에 근육은 불끈불끈한데 찹쌀떡처럼 하얀 수영 강사 선생님을 보고 1초 만에 흠모하기로 결정함. 

닭고기랑 마늘쫑을 넣고 

미국언니가 사다 준 시즈닝, 춘장, 츠유, 간장을 넣고 버무려봤다. 넘 맛있어서 기록

평일 낮에 신주쿠에 있는 런치메뉴 파는 이자카야에 갔다. 신발 벗고 들어가는 분위기도 너무 좋고 (양반다리로 밥 먹을 수 있어 행복..) 음료수는 뷔페식에 엄청나게 포슬하고 맛있는 계란말이를 완전 떡 한 판 느낌으로 주는 곳이라 반해버렸다. 

계란말이.. 아니고 계란 이불.. 계란 방석... 황홀.. 맛도 너무 쫀쫀하고 맛있었다. 달지 않은 맛. 육수 맛 나는 간.  

옆 테이블에 20대 직장인 여자 넷이 왔는데... 메뉴 결정을 못하고 아주 그냥 우유부단도 정도껏이지 청력을 잃고 싶었다. 한국 여자들 (일본남자는 안 그럼) 도 그러나? 나도 어릴 때 그랬나? 문화차이인지 세대차이인지  궁금하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주문받으러 갈 때 제일 시간 걸리는 게 10대 20대 여자 테이블이다. 머리를 맞대고 기승전만 있고 결은 안 나오는 그 대화의 흐름을 듣고 있으면 정말 속이 터진다. 

이런 거 파네요~ /와~~ 너무 좋다 맛잇겠다. (누가 말 할 때마다 추임새, 방청객 반응 계속 들어 감)/ 아 어제 내가 비슷한 걸 먹어서...(그런 거면 이제 선택지에서 제외해도 될 텐데 계속 또 들먹거림) / 아 도우시요. (어떡하지.. 한 사람당 20번 말함)/ 얘도 버리기가 힘드네... ( 마지막 두 개까지 추리고도 쉽게 끝나지 않음..) / 뭐 시킬 거예요? (제일 이해 안 되는게 남이 시킬 메뉴를 엄청 거듭 물어봄. 그걸 상당히 궁금해함) /정하셨어요? (상대가 못 정하고 있으면 또 자기 의견 바뀜)/ 아 도우시요. (어떡하지.. 되돌아감)

 

내가 만나는 40대 마마토모들은  속전속결로 정한다.  인생은 길고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그런가.. 이제 이것 저것 해 보고 자기 취향을 파악해서 그런가...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을 우연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가 본 빔즈의 인테리어가 너무 예뻤다. 피부과 예약시간이 너무 남아서 뭘 할까 방황하다 <칸노커피>에 들어갔다. 일식 인테리어에 맛있는 커피 주는 카페라 외국인들이 진짜 많았다. 

힙한 문신을 한 외국 남자가 깜찍한 디저트 사진을 찍고 있었다. ㅎㅎ 귀엽다. 

죽어나가는 신주쿠 알바생. 

지역수당 있어야 해....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쓸까 하는데 어! 여긴 신주쿠지!! 당장 예약할 수 있는 네일숍을 찾아서 예약하고 바로 갔다. 처음 가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내 인생 네일리스트를 만난듯하다. 왜 신주쿠인 거야 ㅠㅠ 우리 동네로 이사왕... 

손톱 주변 굳은 살을 가만히 못 두는 것도 문제지만 나는 손톱이 얇아서 열심히 기르다가도 결국 찢어지고 만다. 길이도 짧으니까 훨씬 더 못생겨진다. 샵에서 젤 네일을 받아도 2주면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군데군데 벗겨지는 네일은 손톱이 찢어진 거보다 훨씬 지저분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받은 젤 네일이 한 달을 끄떡없이 버텼다. 덕분에 단단한 손톱을 무럭무럭 길렀다. 한 2주쯤 지났을 때 어차피 이제 벗겨지겠지 반쯤 포기하고 손을 막 쓰기 시작해도 (그동안은 은근 조심함) 데미지 제로.... 어느 순간에 뭘 해도 이 네일은 벗겨지지 않는구나! 확신이 들고부턴 스트레스가 아예 사라졌다! 이런 네일...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두 번째  네일 받으러 갔을 때 호일에 약품 말아서 벗겨내는 게 아니라 (옛날엔 이렇게 하지 않았나요?)  네일용 전동 드릴로 색만 깎아내고 베이스는 남겨놔서 손 끝이 더 단단해졌다. 세상에 신세계. 이렇게 점점 약한 손톱을 보강하는 거구나... 한국어 학생 중에 15년간 계속 네일 아트를 하고 있다는 학생이 그러면 손톱이 상하는 게 아니라 더 튼튼해진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21살 애니오타쿠 네일리스트와 한 시간 동안 뭔 얘기를 해야할지 잠시 막막했지만 이 녀석... 네일 천재 겸 커뮤니케이션 천재였다. 무슨 말을 해도 계속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제낀다. 내 이야기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미친 부스터력으로 항상 창대하게 막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 능력 어떻게 나눔 좀 안 되실까요. 

네일 받고 서점들렀다가 피부과에 드디어 시술을 받았다.

기미 제거 10분 무제한 11000엔. 6월의 이벤트 가격이었다. 

 

일본인은 10분간 막 200개씩 딸기씨처럼 우두두두두 쏜다는 후기를 봤었다. 나는 생각보다 쏠 수 있는 기미가 별로 없었다. 왜냐면 빨간색과 옅은 색에는 반응을 안 해서였다. ㅠㅠ 3분 만에 끝났다. 이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찾아보니 일본인 피부가 한국인보다 얇고 일본이 더 자외선이 강렬해서 기미가 심한데 한국인은 피부가 두꺼운 대신 지성피부가 많아 여드름, 모공이 더 심했다. 내 피부도 여드름 흉터와 패인자국, 요철, 홍조, 모공이 더 큰 일이다. 

3분 동안 몇개 뺀 것도 끝나고 너무 아팠다. (마취크림 바름) 일주일간 자외선 크림, 화장 안되고 앞으로 3개월 간 다른 레이저 안 되고 고주파, 초음파 다 안되고... 기미 있던 자리가 점차 밝아지는데 6개월 걸린다고 함.. 대의를 위해 한 발 물러서는 느낌으로 기다려야 함... 여름에는 절대 하지 마세요.